오늘의 스케치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네가 어떻게 그걸 해?”라고 사람들은 그에게 말했지만 사실 그들이 자기 자신에게 하고 있는 말이란 걸 그는 몰랐다.
뒤로 가고 있다고 여겼는데 앞에선 안 보이던 길이 보이네. 뒤로 가는 것도 이유가 있을지 몰라. 에둘러 가는 무의식적 길 같은 것.
쳐다보던 관광 명소보다 잠시 앉아 쉬었던 의자, 그 칠이 벗겨진 플라스틱 의자가 더 또렷하게 기억나는 이유는 뭘까? 삶의 밀도는 내 발에 신어 본 슬리퍼 같은 촉감에서 비롯되는 거겠지.
그것은 그냥 그것이었지만, 그것이 나를 나타내 준다고 생각하면 그것은=나,가 된다. 그것은 사람을 부분적으로 만든다.
“바다에 / 많은 암초들 / 그 암초 하나에서 너는 구원 받으리.”_ Olav H. Hauge
그는 K에게는 사려 깊은 사람이지만, J에게는 답답한 사람이고 L에게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지만, P에게는 고집 센 사람이다. 그는 한 사람이지만, 각자의 방식대로 이해되는 여러 사람이다.
센 척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흘러나오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인생의 슬펐던 순간도 행복했던 순간만큼이나 소중한 것은 내 삶을 사랑하는 이유겠지.
아주 작은 생각이 지나가도 그에겐 깊은 홈이 파이곤 했다. 끝이 뭉툭해질 수 없는 섬세한 펜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사물을 감각하는 만큼 슬퍼한다.
세상이 아는 그 사람보다 내가 아는 그가 중요하다.
아무리 바보같이 허허허 웃는 사람도 그 안에는 건드리면 안 될 핵심이 숨어 있다. 그가 오랫동안 그것을 숨기고 아끼고 피해온 것은 그것이 그의 존재와 일직선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겠지.
당장은 허공을 찍는 것 같아도 마음을 다한 자리는 있는 그대로 너를 받히고 있어.
저런 말을 하는 건 나를 무시하기 때문일까? 저런 행동을 하는 건 나를 사랑하기 때문일까?사소한 말 한 마디, 행동에서도 결론을 이끌어내고 싶은 건 확신을 얻어 나를 보호하고 싶기 때문. 하지만 결론이 항상 진실인 것은 아닌 걸.
그는 문제 이외의 것은 전부 말하면서 정작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비겁해서가 아니라,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을 테니까. 적어도 최소한의 울타리만큼은 지키고 싶었던 것이다.
이것과 저것 사이에서 애쓸 때마다 나 자신을 꼭 안아 줘. 얼마나 이리저리 돌아서 여기까지 왔는지 아무도 모를 테니까.
“반드시, 기필코, 언젠가, 꼭, 항상, 다시는” 이런 말들은 그를 굳세게도 하였지만, 그를 그 안에 가두기도 했다.
새로운 포즈로 앉아 있어도 의자의 각도가 그대로라면 네가 있는 방향을 볼 수 없는 걸
어느 시기에 발달하지 못한 것은 세월이 흐른 뒤에도 발달하려 한다. 열여덟의 그가 마흔여섯의 그를 뚫고 나온다.
모든 경험은 1%라도 쓸모가 있지 않을까? 다만 단 하나의 방식으로만 판단할 때 고통이 되어 오겠지.
경험은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경험이 올 수 있게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이더라.
그가 사라지고 싶었던 건, 그 비어버린 공간만큼은 충분히 존재하고 싶었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