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갈등] 칼 융으로부터 배우는 번아웃 대처법 (4)

 

번아웃의 여러 요인 중에 관계 갈등은 선두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직장에서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사람이 누구나 한 명쯤은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상대와 나의 그림자가 격돌하는 지점에서 갈등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은데요. 융에 의하면 그림자란, 내가 꾹 참아온 것, 두려워하는 것, 피하고 싶은 것, 보여주고 싶지 않은 인격들이 자리하는 곳입니다.

 

어떤 상황에서 의식적으로 걸러진, ‘보여지고 싶은 나(클릭)페르소나가 되지만,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나는 무의식 속으로 들어가 그림자가 되는데요.

 

이때 억누르거나 억압한 어두운 나들은 아주 없어지지 않고 무의식에 남아서 자신도 모르게 표출되기도 합니다(이부영, 2006).

   

무엇보다 직장 내 관계 갈등의 그림자는 권력의 위계에 따라 흘러가는 경우가 많은데요. 예를 들어 위에서 질책당한 상사는 자신의 그림자를 부하에게 내려놓고, 그 부하는 더 낮은 직급의 사원에게 자신의 그림자를 내려놓는 거죠.

 

이러한 그림자 내려놓기는 가정에서도 빈번합니다. 예를 들어 부부싸움을 하는 것 역시, 꾹 참았던 그림자를 배우자에게 터뜨리는 거죠. 상대의 그림자를 뒤집어쓴 배우자는 아이에게 화를 내고, 아이는 키우는 고양이에게 화를 냅니다.

 

그림자 내려놓기는 6세 아이에게도 나타납니다.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이웃집 동생이 달라고 하니까 아이는 망설입니다. 그런데 옆에서 엄마가 우리 땡땡이는 착하지? 착하니까 동생 줄 거지?” 하고 달래니 마지못해 주는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 계속 엄마한테 칭얼댑니다. 사실은 장난감을 주기 싫었던 자기 그림자를 엄마에게 내려놓기 시작하는 거죠.

 

저희 아버지 동창 중에 강력계 형사 일을 평생 해온 분이 있는데, 퇴근길에 매일 노래를 부르면서 왔다고 해요. 기분이 좋아서 그런 게 아니라, 낮에 온갖 사람 다 만나고 오면 자신의 그림자를 집에 있는 가족에게 내려놓을까 봐 일부러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왔다고 합니다.

 

그림자를 다루는 법에 대해 의식하거나 배우지도 않았는데, 그 분은 노래로 자신의 그림자에게 숨통을 틔워준 셈이죠.

 

 

아무튼 말이죠.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것, 옳은 모습, 보여주어야 하는 얼굴에 편중된 페르소나를 열심히 쓰다 보면 무의식에 억압된 그림자는 자신도 모르게 이상한 방식으로 비어져 나오기도 하는데요.

 

도시의 밤거리를 밝히는 유흥주점의 화려한 불빛들, 비틀거리는 취객들, 치고 박는 싸움, 온갖 사건 사고들 모두 그림자가 자신의 의식 밖으로 밀려나와서 추는 춤인 셈이죠.

 

자신의 그림자와 동일시(identification)된 사람들은 보통 교도소에 많이 있는데요. 역설적이게도 재소자 상담을 하는 선생님 그러더라고요.

 

처음에는 위악적인 모습을 보이던 재소자들이 하루아침에 ! 하나님 아버지!” 하면서 종교에 아주 빠르게 귀의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1818하다가도 따뜻한 말 한 마디에 무너져내려 눈물을 쏟기도 하고요.

 

이런 측면에서 보면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그림자와 빛, 대극의 균형을 맞추고 싶어 하는 심리가 내재되어 있는 것 같아요. 순간적으로는 한 지점에 쏠려 있어도, 1365일 그 지점에 있을 수 없다는 거죠.

  

 

 

번아웃된 경우는 자신의 그림자와 동일시되었다기보다는, 자신의 그림자를 회피하거나 억제한 경우가 많은데요. 참아온 만큼 방전되어 버린 겁니다.

 

특히 관계 갈등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 중, “그림자 투사”를 살펴봐야 하는 이유는 상대가 나를 불편하게 했다 하더라도 내가 상대에게 엄청난 증오심을 품고 나 스스로를 힘들게 두 번 죽이는 지점이 바로 그림자 투사에서 이뤄지기 때문인데요.

 

융은 자신과 타인의 그림자를 자각하는 것만으로도 그림자 투사를 줄여 나갈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림자 투사에 대해 알아차리고 싶다면,

 

(1) 내가 싫어하는 사람을 떠올려 봅니다.

 

(2) 그 사람에게서 불편한 지점이 무엇인지 살펴봅니다.

 

(3) 그러한 지점이 나에게 없는지 봅니다.

 

(4) 없다면, 내가 그러한 지점을 필요 이상으로 두려워하거나, 불안해하고 있는 건 아닌지 살펴봅니다. (, 내가 두려워하고 있었구나. 불안해하고 있었구나, 하고 인정하면 더 이상 과도하게 반응하지 않거나, 역설적으로 대처방안도 생깁니다)

 

(5) 나에게도 그러한 지점이 있다면, 내가 그것을 지나치게 참아온 것은 아닌지 살펴봅니다. (나에게도 그러한 지점이 있다는 걸 충분히 허용해 주는 거죠)

 

그림자 투사를 자각할수록, 상대와 자신의 그림자에 대해 덜 불편해하고, 덜 두려워하며, 덜 휘둘리는데.

 

융의 분석치료 사례를 보면 이런 그림자 투사에 대한 재밌는 예들이 나오는데, 글이 길어지니까 다음에 이어서 써 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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