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 증후군] 칼 융으로부터 배우는 번아웃 대처법 (1)

 

보통 기업에서 요구하는 니즈 중에 번아웃 대처법이 꼭 들어가는데요.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은 미국의 정신분석학자인 프로이덴버거가 처음 정의내린 용어로 신체적, 정신적 피로가 쌓여서 무기력해진 상태를 뜻합니다.

 

충분한 휴식을 취했는데도, 매사 무기력한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된 상태를 말하는데요. 요즘은 업무 스트레스로 번아웃 된 직장인과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가사일과 육아로 지친 주부, 입시 경쟁에 지친 학생 등 많은 이들이 빈번하게 겪는 증상이기도 합니다.

 

직무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을 만들 때, 여러 논문과 책을 참고하고, 내담자들의 이슈를 살펴보기도 했지만 어쩐지 표면적인 부분만 건드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잘 먹고, 잘 자라. 무조건 Yes라고 하지 말고 경계를 만들어 No라고 하라. 카페인을 줄여라. 업무의 불합리에 대해 이야기 하라. 여행을 떠나라. 등등

 

물론 다 도움이 되는 예방법이죠. 그런데 주요 증상이 더 이상은 못해먹겠다.” “사는 게 무기력해.” “이젠 정말 지쳤어.” “하고 싶은 게 없어.” 주로 번아웃 되었을 때 많이들 하는 이야기인데요.

 

번아웃된 상황에서 정신적으로 탈진되어 의욕도 안 나고, 의지도 안 생기는데 어떤 면에선 이런 대처법 자체가 무의미하게도 느껴졌습니다.

 

번아웃 사례들을 보면 스스로를 감각이 마비된 시체로 표현할 정도로 공감 능력 결여, 의욕 없음, 몸의 면역 기능까지 떨어져 우울과 질환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은데요.

 

 

 

그런데 당시에 만난 내담자가 제게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이 사례는 허락을 받고 오픈합니다). 그때 수련 수첩을 채운다고 주변 지인들을 내담자로 받아서 상담할 때였는데, 갓 입사한 신입사원인 내담자가 있었습니다.

 

3회기 정도까지는 상담이 지지부진했는데 4회기부터 생기가 돌면서 상담이 급물살 타게 된 것이 내면의 이미지화작업부터였는데요.

 

상사가 갈궈서 힘들다고 말할 때조차 마치 남 이야기 하듯이 건조하게 말하던 내담자가 상사 얼굴을 그리고 눈과 입 안에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크게 넣은 그림을 그리면서부터 갑자기 활기가 넘치는 겁니다.

 

 

 

문득 이 내담자가 방어기제로 편향(deflection)을 쓰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편향이란 어떤 상황을 감당하기 힘들 때, 압도당하지 않기 위해 접촉을 피해버리거나 자신의 감각을 둔화시키는 것을 말합니다(Polster & Polster, 1998).

 

편향의 장점도 물론 있습니다. 지금 당장 감정적으로 휩쓸리지 않게 해 고통을 덜 느끼게 해 주죠. 하지만 고통스러운 당시로서는 효과적인 행동일 수 있지만 편향이 습관이 되면, 회피하는 만큼 삶의 활력과 생동감이 감소되어 무기력해집니다(Clarkson, 1990).

 

부정적인 감정도 덜 느끼게 되지만, 긍정적인 감정도 차단이 되는 거죠. 그래서 매사 재미도 없고 무기력하고, 다 귀찮게 느껴집니다.

 

 

 

사실 우리가 이렇게 활동하는 사회는 우리에게 어떤 특정한 포즈로 행동할 것을 요구하잖아요. 학생은 학생답게, 신입사원은 신입사원답게, 대리는 대리답게, 과장은 과장답게, 리더는 리더답게.

 

특히 이해관계로 이루어진 집단에서는 그 개념화된 포즈의 폭이 상당히 제한적입니다. 그런데 칼 융은 우리가 동물적인 원시 상태에서 벗어나서, 문명화 되는 과정에서 상당 부분 자신의 특질을 억제하게 되는데, 우리 의식의 특질을 세련되고 정교한 칸으로 밀어넣을수록 반대편에는 억눌러 놓은 원시성의 그림자가 점점 더 커진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그림자를 적절하게 통합하지 못하면 엉뚱하게 비어져 나오는데, 그렇게 비어져 나오는 그림자가 두려워서 스스로를 편향으로 마비시키는 경우가 많다는 거죠.

 

 

 

그런데 그림자라고 해서 걔를 그렇게 두려워만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림자를 어두운 구석에 밀어 넣고 억누르기보다 왜 그렇게 성질이 났냐고 물어봐 주고,

 

그 안에 내재된 엄청난 에너지(하다못해 언어적 측면에서 봐도 그래요. 앵무새가 일반적인 언어보다 욕을 더 빨리 배우는 이유가 뭔지 아세요? 욕에는 엄청난 저주적 열의, 활활 타오르는 에너지가 담겨 있어서 동물도 민감하게 그 에너지를 알아차리고 금방 따라한다고 합니다.)묵히지 않고 끌어다 쓰는 겁니다.

 

그림자를 미워하고 혐오스러워하기보다는 걔가 그렇게 팅팅 부어올라서 뻗쳐 나가는 걸 이해하고, 알아봐주고 그 뜨거운 에너지를 긍정적 특질로 승화할 때 비로소 무기력해지고 마는 상태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거죠.

 

제가 성격적 강점에 대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질투 많은 사람들 보면 눈썰미가 있어서 남들은 무심히 지나치는 걸 탁 캐치해서 자기 것과 견주어 응용할 줄 알고, 분노 많은 사람들, 복수심 강한 사람들이 있어서 그저 위정자들 하는 대로 참는 게 아니라 세상이 진일보하기도 했다.는 이야길 꼭 하는 게 내적 그림자가 추악하기만 한 게 아니라, 그 안에 뜨거운 에너지가 역설적으로 흐르고 있다는 걸 이해시키고 싶어서입니다.

 

아무튼 말이죠. 번아웃 되어 매사 무기력하고 만사 귀찮은 것도, 그렇게라도 자신을 보호하고 싶어서 편향을 쓰는 경우가 상당히 많고, 이러한 지점을 융 심리학 관점에서 재조명할 때 뭔가 치유적 실마리를 발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이런 이야기를 죽 해 볼까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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