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go depletion] 갈망을 감소시키는 미루기의 힘


어느 날, 아는 분 따라 부모교육 세미나를 다녀온 적이 있는데요. 상담 쪽에서 돈이 되는 분야가 부모교육, 아이교육 쪽이니 샘도 이 분야에 내공을 쌓아야 한다며 권하길래 호기심에 따라 갔었습니다. 


여러 선생님들이 나와서 열정적으로 이야기하시는데, 솔직히 귀에 잘 안 들어왔습니다. “저 분은 자신이 하는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고 말씀하시는 걸까?” 란 생각이 들 정도로 어떤 분들은 말을 위한 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그런데 어떤 선생님의 말씀은 오래도록 가슴속에 남아 있는데요. 대략 정리해 보자면 이런 식의 플러스 대화법이었습니다. 


똘똘이가 “엄마 나 앞집 형아랑 놀아도 돼?”라고 했을 때


A라는 엄마“안 돼! 숙제도 안 했으면서. 얼른 숙제해!”라고 소리칩니다.


똘똘이는 풀이 죽어서 책상 앞에 앉지만 마음은 콩밭에 가 있습니다. 숙제 대신 공책에 낙서만 하면서요.


반면 B라는 엄마“그럼. 놀아도 되지. 하지만 숙제 한 다음에 앞집 형아랑 실컷 놀자.”라고 아이의 갈망을 충분히 인정해 준 다음에 “미루기 전략”을 씁니다.


그러자 똘똘이는 일단 책상 앞에 앉아서 숙제를 합니다. 얼른 형아랑 놀 생각에 평소보다 더 집중력을 발휘해서 숙제를 하지요.


대략 이런 내용의 강의였는데요. 제가 통찰을 얻었던 부분은 사람은 자신의 욕구나 갈망을 외부로부터 억압당했을 때는 외려 반발심에 더 하기 싫고,


오히려 인정하고, 나중에라도 하면 된다고 허용받을 때 내적 동기가 올라간다는 것이었는데요. 


암튼 제가 이 일화를 이야기하는 건, 미루기가 갈망 감소에 정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서입니다. 


Nicole Mead와 Vanessa Patrick이란 분이 미루기가 갈망을 어떻게 감소시키는지’에 대한 실험을 합니다.


사람들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디저트를 상상해 보라고 하는데요. 


우선 A그룹에게는 디저트를 아주 상세하게 묘사해서 마음껏 골라 먹는 상상을 하라고 하고요.

B그룹에게는 디저트를 전혀 먹지 않겠다고 결심하게끔 합니다.


C그룹에게는 지금은 먹지 않겠지만 ‘나중에는 먹어도 된다’고 허용하게 하고요. 


그 다음에 이들이 얼마나 디저트에 대해 생각하고 집착하는지 조사해 보았는데요. 


A그룹은 마음껏 상상한 만큼 오히려 디저트를 갈망했고, 

B그룹은 억압한 만큼 오히려 더더 디저트를 갈망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먹자.”라고 결심한 C그룹은 다른 두 그룹에 비해 디저트에 대한 갈망이 낮았는데요. 


즉, 즐거움을 미루는 것이 아예 하지 않기로 결심하는 것보다 갈망 감소에 꽤 효과적이었습니다. 


제가 앞에 쓴 자아 고갈 관련된 글들에서 우리가 자제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자아 고갈이 더욱 가중되었다(Hagger et al., 2010)라고 했었는데요. 


이처럼 사람은 참 독특한 게 현실에 반응하는 게 아니라 그것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반응한다는 거죠. 


 “나중에 한다고 생각함으로써 어느 정도 자아 고갈을 막을 수 있다.”는 건 꽤 흥미로운 부분인 것 같아요. ^^(조삼모사 같지만 말이죠)


그러니까 뭔가를 해야 하는데 하기 싫고... 자꾸 다른 걸 하고 싶을 땐, 

“일단 이거 하고, 이따가 꼭 하자!” 라며 미루기 전략을 쓰면 어떨까 싶으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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