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보니까 갑자기 애착을 키워드로 방문자수가 폭주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보니까 <연애의 참견>에 애착 관련한 내용을 다룬 모양이죠?
암튼 Big-Five 성격 검사 (클릭 ☞) http://persket.com/319 해 보셨나요? 오늘은 신경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게요 :)
신경성이 뭐냐? 한마디로 묻는다면~ 저는 센서를 아주 민감하게 조절해 놓은 확성기라고 말하고 싶어요.
실제로 신경성이 높으면 다른 성향을 증폭시킵니다(Samuel, 2011). 예를 들어 성실성이 높은데 신경성 수치도 높다면, 성실성을 더욱 높게(아주 강박적으로 높게) 증폭시킵니다. 한마디로 다른 성향의 볼륨을 2배로 높이는 기능이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실제로 신경성 수치가 높으면 쓸데없는 걱정을 많이 하고, 정말 사소한 걱정거리를 아주 오랫동안 고민합니다. 삶의 질과는 반비례할 수밖에 없죠.
신경성은 질병이 아니라 연속적 차원에 존재하기 때문에 평범한 사람도 정도만 다를 뿐, 안 좋은 일을 겪으면 신경성 수치가 높아지죠. 하지만 타고나길 신경성 수치가 높은 사람도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장래, 라는 단어를 들려주었을 때 신경성 수치가 보통이거나 낮은 사람들은 ‘미래’라는 의미를 떠올렸다면, 신경성 수치가 높으면 ‘장례’라는 죽음의 의미를 떠올리는 경향이 높았는데요. 신경성이 높을수록 화난, 공동묘지 같은 부정적 단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원인으로는 측두엽 하단에 있는 편도(amygdala) 때문인데요. 불안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편도가 크게 활성화 되는데, 타고나길 신경성 수치가 높은 사람들은 편도의 활성도가 일반 사람들보다 더 높다는 거죠(Steel, 2008). 한마디로 신경성 높은 사람은 부정적인 감정에 대한 반응도가 높다는 걸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신경성 수치가 높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은 인식조차 못하는 사소한 위협에도 크게 반응합니다. 남들은 발 뻗고 잘 자는데, 뭔가 거슬리는 게 있으면 그게 자꾸 돌올하게 눈에 들어오는 거죠. 저는 신경성 수치가 중상으로 나왔는데요.
제가 어릴 때, 유원지에 그림을 그리러 나갔는데 다른 아이들은 푸른 하늘과 밝은 해, 예쁜 꽃들을 그렸습니다. 그런데 저는 바닥에 죽어 있던 매미 한 마리를 그렸던 기억이 납니다. 제목도 “매미의 죽음”이라고 했는데요. 그 예쁜 풍경 속에서도 왜 하필 바닥에 죽어 있던 매미가 눈에 쏙 들어왔는지 모르겠습니다. 나중에 보니까 선생님이 그림 제목을 “매미의 낮잠”으로 고쳐서 속상해했었는데요. ㅎㅎ
사실 공포, 걱정, 모욕감, 죄책감, 혐오, 슬픔 등 이런 부정적 감정은 안 느끼고 사는 게 더 행복하죠. 하지만 이런 부적 감정이 우리에게 존재해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긍정적 감정이 우리에게 좋은 것을 추구하게끔 하기 위해서라면, 부정적 감정은 외부 위험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존재하기 때문이거든요.
실제로 적당한 슬픔은 우리에게 실패한 목표와 실수를 성찰하게 하고, 미래를 위해 더 나은 계획을 세우게도 합니다.
그리고 신경성 수치가 매우 낮으면 위험한 것을 탐지하지 못해 사망률이 올라갔는데요. 나병이 위험한 이유가 뭔지 아세요? 나병의 궁극적인 위험은 나병 그 자체보다, 나병으로 인해 감각을 상실한 데서 비롯된다고 해요. 나병으로 감각을 상실한 사람은 언제 손가락 발가락이 손상되는지 알지 못합니다. 고통을 느끼는 감각을 상실하면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는 거죠.
신경성 수치가 낮은 사람들의 직업군을 조사해 봤더니 주로 등반가, 경찰, 군인 등의 업을 가진 분들이었는데요. 이들의 신경성 수치는 일반인보다 훨씬 낮아서 보다 모험적인 일에 노출될 확률이 높고 그래서 사고나 사망률에 일반인들보다 높았습니다(Sean Egan, 2000).
진화론적인 측면에서 보면 환경이 가혹하고 위협이 존재할 때는 신경성 수치가 높은 사람이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게 사실입니다. 일단 살아남을 확률이 높으니까요. 하지만 환경이 좋은데도 불구하고 신경성 수치가 높으면, 지나친 걱정을 하는 데 따른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태평하게 잘 살아가는 걱정 없는 사람들보다 불리한 삶을 살게 되죠.
그리고 신경성 수치가 높으면 인지3제에 빠질 우려도 높습니다.
인지3제(Cognitive Triad)란 ① 스스로를 부정적인 관점에서 보고 ② 타인과 외부 환경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바라보며 ③ 미래를 비관하여 예외의 상황에서도 자기 맘대로 추론하거나 세부 사항에만 초점을 기울이는 등 과잉 일반하는 사고를 하는 것을 뜻하는데요. (Aaron T. Beck, 1979)
그럼 내가 신경성 수치가 높다면 어찌 해야 하는가? 라고 묻는다면,
첫째는, 타고난 기질을 받아들여라,입니다. 남들 못 보는 거 보고, 신경 쓰이고, 걱정 올라오는 거 그 자체를 허용하라는 거죠. 뭔가 부정적인 풍경이나 생각이나 감정이 올라온다면 그것을 충분히 허용하고 수용하되, 그건 어디까지나 날 찾아오는 손님쯤으로 대접하는 겁니다. 나=신경성, 가 아닌, 신경성을 블라우스에 매달린 독특한 브로치쯤으로 여겨 보세요. 그리고 신경성 수치가 높은 장점도 분명히 있는데요(생각보다 많습니다.) 그건 다음에 말씀드릴게요.
둘째는 역설의도(paradoxical intention) 기법을 써보라, 는 건데요. 역설의도가 뭐냐면... 예를 들어 어떤 일에 걱정이 많이 된다면 “차라리 이 자식, 걱정아 와라. 내가 확 걱정해 버리겠다.”라고 반대로 다짐해 보는 거죠. “내가 가장인데, 실직해서 우리 아이들 못 지키면 어떻게 하지?”라는 불안이 올라오면 “까짓것 잘라라. 잘라! 실직해도 어떻게든 살아남을 거야. 팬티를 팔아서라도 내가 반드시 살아남는다!”라고 역설의도를 적용해 보면 걱정이 높은 신경성으로 인해 증폭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셋째는 자신에 대해 좀 잊어버려라, 인데요. 명상이 뭐야?라고 누가 제게 묻는다면 저는 자기 자신에 대해 잊어버리는 시간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실제로 신경성 수치가 높으면 자기 초점주의(Self-Focused Attention)가 나타날 확률이 높은데요. 자기 초점주의가 뭐냐면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 외모나 행동에 과도하게 주의를 기울이는 현상을 말합니다. 자기 초점주의에 빠지면 부정적 감정이 올라와 우울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고든 W. 알포트가 말하길 “신경성 환자가 자신에 대해 웃을 줄 알게 되면 그것은 그가 자신의 문제를 처리할 수 있을 만큼 호전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한 것도 일리가 있습니다.
자신에 대해 성찰하고, 알아가는 건 매우 소중한 과정이지만 지나치게 자신에게 몰두하다 보면 부정적 감정으로 흐르기 쉽고 그러한 분위기는 울적한 기분을 유발합니다. 그러니까 때때로 자기 자신에 대해 잊어버릴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특히 신경성 수치가 높다면요.
마지막으로 “내가 행복해지려면 뭘 해야 될까?”로 “내 기분이 좋은 상태”를 독려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세요. 마음의 찌꺼기를 글이나 그림, 음악, 춤 등으로 표현하는 것도 아주 좋죠.
저는 신경성의 반대 지점엔 무신경함이 아니라, 사랑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로 무장해 보세요. 보면 기분 좋은 그림, 식물, 장소, 사람으로 나만의 안전지대 만드는 것도 좋습니다. 그리고 신경성 수치 높은 분들 사고형이 많아서 몸 움직이는 거 싫어하는데요. 운동하면 도움이 되죠. 한 가지 반가운 소식은 대체로 나이가 들수록 친화성과 성실성은 높아지고, 외향성과 개방성, 신경성은 낮아지는 걸로 나타났는데요.
어쨌거나 신경성의 매력도 있는데, 다음 시간에 이야기해 드릴게요~ :)
제 신간이 나와서 소개해 드립니다 : )
☞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2672417
저작물에 대한 링크는 허용하나, 무단 복사 및 도용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by persket.com All rights reserved
'마음돋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척도 질문] 큰 목표일수록 작게 쪼개어 접근하기 (0) | 2019.01.29 |
---|---|
[신경성] 마음에 뾰족한 펜을 가진 사람들 (2) (0) | 2019.01.25 |
[성격] 내향성의 빛과 그림자, 개운법은? (0) | 2018.12.11 |
[성격] 외향성의 빛과 그림자, 개운법 (0) | 2018.12.04 |
[성격] 외향성 vs 내향성 vs 양향성의 비밀 (1) (0) | 2018.11.26 |
이 글을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