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돋보기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오늘은 옆길로 새지 않고,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데 주요한 변수가 되는 순방향, 역방향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제가 예전에 상담했던 친구가 있는데요. 이 친구를 초기 상담했던 샘 기록을 보니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라고 쓰여 있더라고요. 만나 보니, 잠시도 가만히 안 있고 다리를 떨거나, 티슈를 뽑아서 손가락으로 끊임없이 뭉친다든지, 이야기에 집중을 못하길래 3회기 이상 명상을 가르쳤습니다. 어느 정도 호전되는 듯했는데, 하루는 풀이 죽어 있길래 왜 그러냐고 했더니 수업 시간에 낙서하다 걸려서 혼났다고 하는 겁니다. 왜 낙서를 했냐고 물어보니까 잘 모르겠다고, 그냥 버릇처럼 낙서했다고 하더라고요(마음이 불안하니까 낙서를 계속 하는 거죠). 그래서 차라리 앞으로는 낙서하면서 상담을 하자고 했죠..
가만 보면 말이죠. 감정이란 것도 단색으로 칠해진 감정은 드뭅니다. 화가 날 때를 관찰해 보면 화 속에도 다양한 감정이 섞여 있습니다. 서운함, 두려움, 실망감 등 여러 복합적인 감정이 실타래처럼 꼬여 있죠. 무엇보다 1년 365일 24시간 계속 이어지는 감정도 없습니다. 보통 90초 이상 지나서도 이어지는 감정은 내가 붙잡고 있는 경우가 더 많거든요. 우리 신체는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매커니즘이 있어서 화가 났을 때 자연스럽게 분비되는 아드레날린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른 감정과 생각으로 변합니다. 예를 들어 화가 나는 와중에도 “그래, 이렇게 화를 내서 무엇하리?” “근데 이따 점심은 뭐 먹지?” “오늘 날씨는 왜 이렇게 흐리지?” 이렇게 다양한 인지적 공간을 발견하게 되면, 그것이 출구가 되어 붙들고..
얼마 전 새벽녘까지 A 수녀님과 통화하다가 “수녀님은 개그맨이 되셨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 라고 말하니 “몰랐어? 본캐가 수녀고, 부캐는 개그맨이잖아. 하하하.” 하고 웃는 거죠. 그러고 보면 A 수녀님이 성직자라는 본캐에서 벗어나 덜 경직되어 있고, 활짝 열려 있는 이유가 당신의 본캐와 더불어 부캐도 적절하게 발휘하며 살기 때문이란 생각이 듭니다. A 수녀님은 2012년 인터뷰하면서 알게 된 분인데요. 수녀님을 처음 뵈었을 때가 생생합니다. 당시 수녀님은 웃음 치료사로 이름을 날리던 시기로 아주 바쁜 시절을 보내고 있었는데요. 인터뷰하기로 한 날에 청계천을 지나는데, 말 한 마리가 쓰러져 있는 거죠. 알고 보니 꽃마차를 끌고 사람들을 태우고 가다가 넘어져서 숨을 거칠게 쉬고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비행 청소년 상담을 하는 L 선생님을 보면 ARN 커뮤니케이션의 고수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저 학교 자퇴하려고요.”라고 하면 보통은 “왜? 자퇴하면 사회에서 취직도 안 되고, 힘들어지고 등등…….” 이런 반응인데 L 샘은 “학교 생활하면서 실망감을 느꼈구나(수용).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었는데(재맥락화), 학교가 충족이 안 되었나 보네(니즈).” 라고 긍정적 의도부터 먼저 읽어줍니다. 저는 재맥락화의 꽃이 “긍정적 의도 읽어주기”라고 보는데요. 상담을 처음 시작할 때 저도 해결적 측면에서 접근했습니다. 하지만 드롭을 겪고, 점점 회기수가 늘기도 하면서 상담은 내담자 자신이 스스로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함께 하는 것이고, 그 첫 번째 출발이 수용이고, 다음 단계의 문을 여는 것이 그가 가진 “긍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