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정서적 탄력성] 안 쓰는 감정을 극(克)으로 굴리기 (4-1)

요즘 MBTI 검사로 자신의 유형을 분류해서 “넌 뭐야? 난 INFP야.”라며 성격 파악을 곧잘 하죠. MBTI 검사는 융의 성격유형론을 근거로 마이어스가 만든 도구인데, “당신은 이런 유형이 나왔으니까 이런 유형의 사람이 분명하군요!” 라고 저는 개념화하지 않는 편입니다.

 

일단 융 자체가 말년에 주역의 원리를 깨치면서 본인이 어떤 한쪽의 성향을 쓰고 있다면, 그건 단지 그가 그러한 상황에 놓인 적응적 발화(부분적 경향성)이지 사실은 그 너머에 안 쓰는(잠재되어 있는) 지점이 살아있다고 보았거든요.

 

 

아담 그랜트 역시 이런 지점을 통찰해 『MBTI 검사의 한계』에서 이렇게 힐난합니다.

 

“MBTI 검사로 측정된 성격은 당신이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얼마나 행복해할지, 당신이 회사에서 얼마나 일을 잘할지, 당신의 결혼 생활이 얼마나 행복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내가 내향형(Introverts)이라고 해 봐요. 하지만 내가 살면서 그러한 리비도를 안으로 수렴해서 보다 잘 쓰고 있는 것일 뿐, 가려진 외향성(Extroverts)도 있습니다.

 

사람은 다면적이고 입체적이기 때문에 내향형이라고 해서 언제 어디에서나 어떤 사람 앞에서나 내향적이진 않다는 거죠. 한쪽 극을 쓰고 있다는 건 반대 방향의 극이 잠재되어 있어서 상황이 바뀌면 나도 몰랐던 반대의 지점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말수가 적은 사람이 친한 벗을 만나면 수다스러워지기도 하고, 남을 잘 웃기는 사교성 많은 사람이 가족과 있으면 말수가 줄고 조용해지기도 합니다. 얌전한 사람이 멍석을 깔아주면 신 나게 춤추기도 하고, 피도 눈물도 없이 냉정해 보이는 사람이 자신의 억압된 감정이 터지는 상황을 마주하게 되면 도리어 절제가 안 되는 거죠.

 

무엇보다 MBTI 검사도 환경 변화가 있거나, 시간이 흘러 재검사하다 보면 변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만약에 내가 어떤 유형이 나왔다면, 거기에 갇히지 마시고, 내가 그 건너편에 안 쓰고 있는 지점이 무엇인지도 살펴보는 거죠.

 

 

교육담당자 분들이 《CSV 회복탄력성 강화 프로그램》에 대한 문의를 주실 때 “이거 MBTI 같은 건가요?”라고 묻는데, 누구나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사소한 갈등이나 짜증스러운 일 등 자잘한 어려움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회복탄력성을 강화하는 지점이 다르거든요.

 

예를 들어 창의성을 발휘해야 신나는 사람이 있고, 누군가에게 친절성을 발휘할 때 기운이 샘솟는 사람이 있고, 혹은 연결되어 이야기 나눌 때, 또는 끈기 있게 밀고 나갈 때, 신중함을 발휘할 때, 학습력을 발휘할 때, 겸손한 마음을 가질 때, 공정한 마음을 낼 때, 심미성과 아름다움을 통해, 감사함으로, 낙관성을 발휘할 때, 유머로, 영성으로 등등 각자 회복탄력성을 얻어나가는 지점이 다 다릅니다.

 

또한 이러한 지점이 겹치기도 하고, 2-3개 동시에 쓰는 분들도 있구요. 그러니까 이게 무 자르듯이 나는 회복탄력성을 강화할 때 이러한 부분만 쓰는 사람이야, 라고 유형화하지 않습니다. 다만 내가 좀 더 기분 좋고, 신이 나는, 나랑 궁합이 맞는 방향성(나도 몰랐던, 안 쓰고 있던 지점도) 찾아서 일상에서 활용해 보는 거죠.

 

 

암튼 오늘은 말이죠. 《황제내경》의 극(克)감정을 활용해서 보완되는 지점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했는데, 이 지점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황제내경》에서는 감정의 지나침을 ‘상극’관계를 이용하여 균형을 되찾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서 내가 지금 불안하다고 해 봐요. 이때 불안하다, 라는 감정은 구체적으로 뭐가 불안한지 생략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엇이 불안한지 구체적으로 알게 되면 대처하게 되어 불안감이 수그러드는데요.

 

「음양응상대론편」에서는 이를 공상신恐傷腎, 사승공思勝恐으로 일갈합니다.

 

이게 무슨 뜻이냐면 불안, 두려움, 부담감, 공포와 같은 감정은 에너지 흐름상 水에 속하는데요. 물이란 게 뭐겠어요. 굉장히 유연하고 부드러워 만물을 감싸는데 늘 변화하며 흐르다 보니 어지럽기도 합니다.

 

수 기운이 지나치면 공포와 불안이 일어나 신장을 상하게 하는데 이럴 땐 토(土)의 기운(이해하고 통찰하는 안정된 기운)을 써서 어지럽게 흐르는 수(水)를 머금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두려운 건, 그것에 대해 잘 몰라서 그렇지 실체를 알게 되면 별 거 아닌 경우도 있고, 대처할 수 있는 방향성이 잡히잖아요.

 

모르니까 막연하고, 막연하니까 두렵고, 두려우니까 불안정한 건데, 이때 土의 기운을 활용해(그것에 대해 알아보고, 정보를 습득하다) 보면 거품이 빠지면서 내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보인다는 거죠. 그래서 보통 경험치가 높을수록 덜 두려워합니다. 알기 때문이죠.

 

그래서 두려울 땐 이런 토(土)의 인지 구조를 가져와 봅니다.

 

예를 들어 나는 ___________를 못하겠다,

라는 막연한 불안감이 올라온다면

 

하지만내가 할 수 있는 건 ________ 이다.”

라고 범위를 좁혀 봅니다.

 

나는 ___________를 모르겠다,

라는 두려움이 올라온다면

 

하지만내가 아는 것은 _________ 이다.”

라고 내가 아는 지점에 포커싱해 봅니다.

 

《황제내경》에서 水의 에너지는 토극수를 통해(토를 통해 흘러넘치는 수를 잡아) 두려움을 정제해 본연의 지혜로움으로 쓸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水는 지(智)로 시비지심(是非之心: 옳고 그름을 가릴 줄 아는 마음)을 배양하고 있다는 거죠.

 

그럼 우리가 막 화가 날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땐 어떤 오행으로 균형 잡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마음이 들뜨고 기뻐서 두근거릴 때는요? 슬퍼서 착 가라앉을 때는요? 생각에 휩싸여 마음이 무거울 땐요? 이런 지점에 대해서도 《황제내경》에서는 해체하는 보완적 감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를 응용해 보는 건 다음에 이어서 써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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