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 단계] 칼 융으로부터 배우는 번아웃 대처법 (2)

 

 

 

 

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요. 사람도 건전지처럼 내적 에너지 용량이 얼마 안 남으면 이마에 깜박깜박 불이 들어오면 좋겠다고요.

 

그러면 언제 어디서든 일단 다 내려놓고, 명상하거나 15분 정도 한숨 자는 겁니다.

 

이렇게만 해도 직장에서 과로해서 탈진하거나, 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나거나, 인내심이 고갈되어 상대와 말다툼을 한다거나, 엉뚱한 판단을 한다든가, 전쟁을 일으킬 확률도 떨어질지 모릅니다.

 

사실 번아웃 증후군이란 말이 통용되고 있지만, 우리가 소위 말하는 번아웃은 급성 번아웃인 경우도 많습니다. 일단 다 내려놓고, 맛있는 거 먹고, 한숨 푹 자고 일어나면 또 해볼 만한 의지가 생기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충분히 쉬었는데도, 마치 좀비가 된 것처럼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정신적 탈진 현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좀 더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는 거죠.

 

번아웃의 원인으로는 다양하지만 Maslach 평가(MBI)에 의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자신의 업무량이나 완성도를 예측할 수도, 결정할 수도 없을 때

 

(일의 자율권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거죠.  (클릭 [자기 삶의 핸들을 쥐고 있을 때] 사람이 생기 있을 때는 언제일까? (2))

 

2. 주위 상사와 동료, 가족으로부터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때

 

3. 해야 하는 일이 자신의 평소 가치관과 어긋날 때

 

4. 일의 업무 난이도가 지나치게 어렵거나 쉽거나 본인과 맞지 않을 때

 

5. 신체, 정신적으로 지쳤을 때 그것을 전혀 공감받지 못하거나 표현하지 못할 때

 

6. 업무와 가정에서 휴식의 균형이 깨져 한쪽으로 지나치게 쏠려 있을 때

 

 

 

번아웃의 증상 및 진행 과정을 보면(Edelwich, Brodsky, 1993)

 

1. 열성 단계

이 단계에서는 뭐든 의욕적으로 도전합니다. 예를 들어 갓 입사한 사원이라면 시키지 않아도 자진해서 열심히 일하고, 창업한 자영업자라면 쓸고 닦으며 자신의 가게를 열심히 꾸려나갑니다. 업무에 복귀한 워킹맘이라면 일과 가정 다 열심히 유지하려고 고군분투합니다.

 

 

 

 

 

2. 침체 단계

자신이 노력하는 것에 대해 성과나 보람을 느끼지 못하거나, 적절한 보상이 없거나, 주위에서 알아주지 않거나, 자율권을 침해받으면 이 일을 궁극적으로 내가 왜 이렇게까지 고군분투하며 해야 하는지 의구심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참으며 열심히 해 나갑니다. 다들 그렇게 산다고 스스로를 달래보기도 하고요.

 

 

 

 

3. 좌절 단계

아무리 열심히 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기분이 듭니다. 뭔가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 속을 무의미하게 걸어나가는 느낌이 듭니다. 몸도 마음도 지쳐갑니다. 이런 힘든 마음을 털어놓고 싶지만, 직장에선 약한 모습을 보이면 퇴출당할 것 같고 집에선 말 꺼냈다가 오히려 더 걱정하거나, 괜히 싸움의 불씨가 될 것 같아서 입을 다뭅니다.

 

 

 

 

 

4. 무관심 단계

스트레스가 한계치에 다다른 상태입니다. 이렇게 살다가는 퓨즈가 나가버릴 것 같습니다. 그냥 이대로 다 놓아두고 사라지고 싶지만 책임져야 할 가족, 먹고 살아야 한다는 강박이 몸을 짓누릅니다. 이때부터는 감정선을 차단한 채 (클릭)편향을 쓰기 시작합니다. 몸도 마음도 힘들어서 소모되는 에너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무딘 상태로 돌입합니다. 주변 사람들과의 감정선도 끊어져 있고, 자기 자신과의 연결성도 막혀 있습니다. 가까스로 지탱하기 위해 멍하니 일어나 일하고 지쳐 잠듭니다. 자기 전엔 내일이 그냥 안 왔으면 합니다. 이러한 상태가 오래 되면 우울 혹은 범불안장애로 이어지거나 각종 신체적 질환으로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지난번에 번아웃 증후군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편향(deflection)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어떻게 보면 편향은 모든 걸 차단한 채 무관심한 단계에 이른 방어 상태이기도 합니다.

 

편향할수록 겉으로는 페르소나를 쓴 채 기능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안에서는 곪아나가고 있는 걸 스스로도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여기서 잠깐, 페르소나에 대해 잠깐 설명하자면 본래 페르소나의 원뜻은 극중에서 특정 캐릭터의 역할을 하기 위해 배우가 썼던 가면을 뜻하는데요.

 

융은 한 사람이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개발한 외적 인격의 자아를 페르소나(Persona)라고 부릅니다.

   

물론 우리는 누구나 사회적으로 적절한 페르소나를 쓰고 살아갑니다. 문제는 페르소나에 지나치게 밀착될수록 본래의 참자기(Self)와 멀어지는 괴리감을 느끼는데, 이는 무의식에 고스란히 억압되어 역으로 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데 있습니다. 이러한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심리 생체적으로 탈진상태에 빠져(문성호, 2009) 극단적 상황으로까지 갈 수 있다는 거죠.

 

페르소나에 대해 알아두면 도움이 될 여러 부분이 있는데, 글이 너무 길어지니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에 이어서 써 볼게요.

 

그나저나 이 밤에 자야 되는데, 요 근래 발견한 이 떡볶이가 왜 이렇게 맛있는지 모르겠네요. 인스턴트 떡볶이 치고는 정말 맛나네요. 강추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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