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피] 좋아하지만 말이 안 통하는 1회 (2)


오늘, 우리가 만나게 될 인물은 (클릭) 좋아하지만 말이 안 통하는  세계에 사는 여인의 이야기입니다. 


여자는 온전히 한 마을에만 발 딛고 싶지만 하나의 마을도 여러 개의 얼굴을 지층 속에 숨기고 있죠. 여자가 그러한 얼굴에 깜짝 놀라지 않는 방식은 그것과 자주 눈 맞춤으로써 친숙해지는 것이었어요. 혹은 아예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이 없는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불편한 상황에 처하게 될 때, 그 상황을 회피하려 애씁니다. 혹은 익숙한 방식으로 그것을 해결하려 들 때도 있죠. 


친숙함이야말로 여자에겐 가장 안전한 징검다리입니다. 그래서 여자는 친숙한 옷을 입고 친숙한 대화를 하고 친숙한 거리만 걷습니다. 여자는 친숙함으로 자신의 세계를 무장했으며 가끔씩, 아주 가끔씩 그 친숙함의 베일 너머 낯선 세계가 드러날 때면(그것이 아름답고 명료한 세계일지라도) 초조하게 회피하죠. 


우리가 친숙하고 익숙한 방식으로 상황을 버텨보려 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러한 친숙한 방식은 익숙한 만큼 우리의 두 눈을 가리게도 하지요. 


무엇보다 친숙한 방식 안에는 

새로운 기회를 만나지 못하게 하는, 

혹은 계속 같은 패턴으로 좌절하게 하는 

인식 구조가 답답한 틀로 존재합니다.


어떤 남자 분이 소개팅에서 차이고 나서 “여자들은 자기를 싫어한다. 아마 앞으로도 소개팅에 나가면 ‘항상’ 차일 것이다. 그건 내가 못났기 때문.”이라는 인식 구조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는 고작 두어 차례 소개팅에 나가서 잘 안 된 것인데, 세상의 모든 여자가 자신을 싫어할 것이고 그걸 스스로의 탓으로 여겼던 겁니다. 차라리 ‘그녀가 사람 볼 줄 모르기 때문’이며 ‘아직 인연을 못 만난 것’이라고 여겼다면 적어도 이런 인식 구조에 사로잡히는 않았겠지요. 


‘나는 못 났다.’ ‘사람들은 나를 싫어한다.’라고 자기 암시를 걸기 시작하면 정말 그러한 결과가 빚어집니다. 사람을 만났을 때 주눅 들게 되고, 상대가 나를 싫어한다고 미리 상정해 놓고 있기 때문에 마음의 문을 열기가 쉽지 않지요. 


특히 우리는 혼란스럽고 낯선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그것을 있는 그대로 보고, 지혜를 발휘하기보다는

익숙한 자신만의 인식 구조로 범주화함으로써 

단순한 안정감을 얻으려고 합니다. 

그것이 설사 잘못된 방식일지라도 말이죠. 


저 역시 저의 인식 구조가 무엇인지 자주 들여다보는 편인데요. 가만히 보니, 그 인식 구조가 스물스물 작동하기 전에 선행되는 장면이 하나 있더군요.


그건 ‘회피’였습니다.


소개팅의 실패를 모두 내 탓이라고 여기던 그 남성 분 역시, 소개팅 실패로 인해 마음이 불안해지니까

일단 여자라면 ‘회피’한 뒤 자신의 익숙한 인식 구조로 마음의 안정을 얻습니다.

(여자들은 나를 안 좋아하고, 그건 당연한 거고, 그러니 나 역시 그들 따윈 필요 없어! 하고요.)


‘좋아하지만 말이 안 통하는’ 세계에 사는 이 여인 역시 친숙하지 않은, 낯선 세계에 대해선 일단 ‘회피’하고 봅니다. 그것이 설사 아름답고 명료한 세계일지라도 말이죠. 


여러분이 회피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어떤 분은 솔직하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간절히 원하는 것은 나도 모르게 일단 피하고, 

그 다음의 것만 선택하며 살아온 것 같네요.”


간절히 원하는 것에 도전했다가 실패하면 그 상처가 얼마나 크겠어요? 그러니 적당히 안전거리가 확보된, 두 번째 것을 택하게 되지요. 충분히 그럴 수 있죠.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회피하는 것의 베일을 벗겨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DBT(변증법적 행동 치료)를 개발한 르네한(Marsha Linehan) 박사는 우리가 회피할수록 회피하는 것들은 우리 자신의 그림자가 되어 쌓인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는 이들 특징이 그때의 고통을 지나치게 회피하려고 하기 때문에 그럴수록 그 고통이 더 또렷하게 되살아는 패턴을 겪는 것이지요. 


그래서 우리가 어떤 불편함이나 고통을 느낄 때 그것을 회피하기보다는 부드럽게 공을 받듯이 (그런 후에야 그것을 다시 공중으로 내던질 수 있죠.) 있는 그대로 느끼고, 토닥토닥 인정해 주어야 언 눈이 녹듯이 서서히 녹아내리기 시작합니다.



가만히 떠올려 보세요.

(1) 여러분은 어떤 것을 오랫동안 회피해 왔나요?

(2) 내가 회피했던 일, 장소, 사람, 이야기 등에 대해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이 써 보세요.

(3) 그것들을 죽 써 보면 어떤 공통점 같은 게 보일 거예요. 

(4) 그 공통점에서 인식 구조를 찾아보는 겁니다. 

“내가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였구나.” “실패할까 봐 두려워서 그랬구나.” “상처받기 싫어서 그랬구나.” “과거의 트라우마 때문에 그랬어.” “믿을 수가 없어서” ……. 생각보다 많은 인식구조가 드러날 지도 모릅니다.


혹시 그러한 패턴이 (인식구조가) 잘 안 보이더라도 내가 회피하는 것들을 죽 기술해 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됩니다.


회피하는 것을 안전한 종이 위에 써 봄으로써 직면하게 되고, 그것을 인지하고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통찰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하니까요. 






저작물에 대한 링크는 허용하나, 무단 복사 도용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by persket.com All rights reserved



이 글을 공유하기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