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관리] 기분을 전환할 수 있는 3가지 태도

역방향 활용법에 대해 쓰려다가, 어젯밤 악몽을 꿔서 오늘은 기분 관리에 대한 글을 쓰려고 합니다.

 

예전에 박진영 씨가 자신의 인간관계론에 대해 “나는 해킹을 당해도 문제 될 게 없는 삶을 살려고 한다. 누구와 만나고 무슨 얘기를 나누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 세상에 다 알려져도 문제 될 게 없는 삶. 그게 하루하루 내가 살아가는 기준입니다.” 라고 했는데요.

 

저도 그와 비슷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떳떳하면 뭐가 두렵겠어요. 미쉘 뷔토르가 말하듯 “항상 죄 지은 쪽이 불안하지,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사는 것만으로 하늘은 내 편이다.”라고 생각합니다. 

 

 

어릴 때 저는 모 정유회사 사택에 살았는데요. 학교에서 집까지 거리가 꽤 멀어서 회사 버스를 타고 다녔습니다. 그러면 버스에서 사택 사는 분들을 항상 마주쳤는데요. 어른들이 “너 몇 학년이냐?” “아이고, 왜 이렇게 말랐냐.” “반에서 몇 등 하냐?” "이번에 기말고사 잘 봤냐?" 자꾸 말을 걸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아서 멀미를 하곤 했거든요.

 

그런데 하루는 제가 좋아하는 선생님이 이렇게 묻는 겁니다. “길에 핀 꽃 보고 내 마음이 좋아지는 건 꽃 때문이냐? 내 마음 때문이냐?”

 

꽃 때문에 기분이 좋은 게 아닐까 했는데, 내 마음이 우울한 날에는 아무리 좋아하는 꽃을 봐도 심드렁한 거죠. 결국 외부의 상(像)은 어떤 촉발 요인은 되더라도, 내 마음 작용이고, 상대가 나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도 그건 그의 의견이고, 권리일 뿐이란 거죠. 그리고 알고 보면 사람은 타인에게 자신의 내면을 투사(projection)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자기 안에 있는 것들을 타인을 통해 확인하고, 반사하고, 억압하고, 좋아하고, 미워합니다. 혹은 요즘 내 주요 관심사가 반영되어 있죠.

 

 

패션에 관심 많은 분들은 어떤 사람을 만나도 그가 입은 옷에 시선이 가고, 재테크에 빠진 분들은 어떤 사람을 만나도 저 사람은 어떻게 재테크를 할까 궁금해 합니다. 피부관리에 관심이 많은 분은 누굴 만나도 그의 피부 관리법이 궁금하고, 어떤 것에 트라우마가 있는 분은 누구를 만나도 그 지점에 입각해서 보는 거죠.

 

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사람마다 보는 관점이 다르잖아요. 다만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거나, 하지 않은 걸 했다고 하거나, 사람을 억울하게 만들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 그럼 기분을 전환할 수 있는 3가지 태도에 대해 이야기 해 볼까 합니다(제가 그동안 인터뷰한 분들 중에 자신만의 기분 관리를 잘 하는 분들, 이것저것 얻어들인 지점을 버무려 내 본 겁니다).

 

1. 장소를 이동한다

 

예전에 신제품을 개발할 때마다 히트를 치던 분이 그러더라고요. 어떤 이슈가 생겼을 때, 방법 1, 방법 2, 방법 3에 대해 죽 쓴 다음에 탁 트인 공간으로 가서 무작정 걷는다는 거죠.

 

걷고 또 걷다 보면 ‘아, 어쩌면 그게 그런 지점만 있는 건 아닐 수도 있겠네,’란 생각이 스치면서 방법 1~3에서 벗어나 아예 다른 각도에서 문제가 풀린 경험을 자주 한다는 겁니다.

 

사실 우리 행동 중 약 45퍼센트가 습관으로부터 나오거든요(Neal, D. T., Wood, W., & Quinn, J. M, 2006). 무엇보다 스트레스는 기존의 안 좋은 습관으로 돌아가게 합니다.

 

 

마음먹고 뭘 좀 해 보려고 하는데, 기분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원래 내가 하던 방식(습)으로 돌아가는 거죠. 이럴 땐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리 없습니다. 하지만 일단 천장이 높은 곳이나, 공간이 넓은 곳, 아니면 야외로 가서 몸을 움직이면 기분이 전환되면서 막힌 생각이 뚫리거든요(Meyers-Levy, J., & Zhu, R, 2007).

 

저는 요즘 마음의 공간이 탁 트이는 장소를 여러 군데 마련해 두었습니다. 낮에도 가고 저녁에도 갑니다. 자연이 주는 치유의 효과가 있거든요. 거창하고 대단한 곳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어떤 분은 예쁜 옷 가게가 즐비한 곳만 걸어도 기분이 좋아진다고 하더라고요.

 

요즘 코로나 때문에 쉽지 않지만, 미술관도 좋고, 음악회도 좋고, 까페도 좋고, 나만의 에너지 스팟을 만들어 두면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되죠. 어떤 분은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데, 회사 일과 육아에 지쳐 있다가도 지하철에서 책 읽는 시간만큼은 나만의 캡슐 속에서 활자와 친구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어 좋다고 하더라고요. 잘 하고 있는 거죠. 연구 결과, 6분 정도만 책을 천천히 읽어도 스트레스가 68%나 감소했고, 심박수도 낮아졌으며 근육 긴장도 풀렸거든요.

 

 

2. 기분을 전환하는 이미지와 언어를 가지고 있다

 

이미지와 언어가 주는 힘은 생각보다 꽤 큽니다. 데이비드 호킨스 박사가 단어별 근력량을 측정해 봤더니 사랑, 믿음에 가까운 이미지와 언어를 접했을 때 훨씬 더 높은 강도의 근육 세기를 보인다는 걸 입증했죠.

 

일단 기분이 안 좋을 땐 내 기분이 안 좋다는 걸 수용해 봅니다. 부정적 기분도 알고 보면 내 편이거든요. 화가 나고 억울하니까 그런 거죠.

 

그 다음엔 좋아하는 영화 속 장면도 좋고, 상상도 좋고, 행복했던 이미지도 좋고, 좋아하는 롤모델도 좋고, 기분을 전환할 수 있는 이미지 속으로 들어가 나를 격려하는 언어를 들려줍니다. ‘잘 했어. 할 만큼 했어. 다 지나갈 거야. 지금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도 충분해.’

 

 

아니면 아예 파장이 다른 엉뚱한 이미지와 언어를 떠올려 봐도 좋습니다. ‘내가 신라시대에 살고 있다면?’ ‘북극에 살고 있다면?’ 이렇게 붙들고 있는 시공간에서 벗어나 에너지 흐름을 바꾸는 것도 기분 전환에 괜찮은 방법입니다. 인지심리학자 Travis Proulx가 참여자들에게 이상한 나라 앨리스와 같은 환상동화를 읽게 하거나 독특한 작품을 접하게 한 다음에 테스트를 했을 때 시야의 확장이 넓어지면서 인지적 능력이 높아졌거든요. 

 

저는 뭔가에 막히면 시를 읽습니다. 요즘 사실 기분이 엉망진창이거든요. 사람한테 실망하는 일이 자꾸 생기는데, 그럴 때마다 시를 읽습니다. 어제 읽은 시 중에 하나를 나누어 봅니다.

 

 

<산산조각>

 

정호승

 

룸비니에서 사온

흙으로 만든 부처님이

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목은 목대로 발가락은 발가락대로

산산조각이 나

얼른 허리를 굽히고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순간접착제를 꺼내 붙였다

그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불쌍한 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 주시면서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가 있지

 

 

파장을 바꾸는 것도 귀찮다면 한숨 자는 것도 기분 전환에 아주 좋습니다. 사무실이라 대놓고 잘 수 없다면 잠깐 눈을 감고, 오른손으로 목 뒤를 받힌 다음 고개를 위로 올려보세요. 경추혈이 열리면서 상기된 기운이 배쪽으로 내려가는 걸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명상의 원리도 그래요. 뭔가를 생각하면 숨이 가슴에 걸려 있거든요. 그런데 생각을 비우면 숨이 아랫배까지 깊숙이 들어갑니다. 나를 백지처럼 텅 비우면(내 몸에 구멍이 뚫려서 시원하게 열려 있다고 상상하면) 숨이 배꼽과 이어져 부드러워지죠.

 

 

3. 지금 여기가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명리학을 공부하는 건 꽤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신체적 바이오리듬처럼 사람의 오행에 따른 대운(인생의 리듬)이 있거든요. 지금 당장 잘 나간다고 자만할 필요도 없고, 힘들다고 해서 이 힘듦이 영원히 지속되진 않죠. 저는 인생이 회전목마 같다고 보거든요. 회전목마가 돌다가 찰칵 사진 찍히는 지점이 인생의 전성기라고 봅니다.

 

그 구간을 돌면 나는 다시 뒤쪽으로 밀려나서 돌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외부적 관점(사진이 찍히는 지점에서 본 관점)이고, 내 인생은 묵묵히 돌고 또 도는 거죠. 인생이 어디 계획대로 되던가요. 하지만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올라오는 기분 정도는 내가 따뜻하게 받아줄 필요가 있죠. 내가 내 마음을 몰라주면 누가 알아주나요.

 

윤병락, `가을향기`

저는 요즘 사과궤짝이 좋더라고요. 아무렇게나 대충 만든 것 같아도 쓰임새가 꽤 튼튼하고, 햇살 아래 가만히 놓여 있는 걸 보면 멋스럽기도 합니다. 너무 완벽하게 아귀가 맞춰진 것보다는 좀 슴성해도 내가 행복한 삶이 좋아 보입니다.

 

기분이 엉망일 땐 ‘여기가 최선이다.’라고 주문을 걸어 보세요. 당장 내 뜻대로 안 되어 마음이 힘들어도,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된다고, 반드시 좋을지는 미지수이니까요.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봅니다.

 

무엇보다 의식은 인정 못해도, 무의식은 나름으로 나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각자 타고난 쓰임새가 다른데, 우열을 가리고 비교하는 것 자체가 자신의 컬러를 모르기 때문이죠. 자신만의 컬러와 매력을 알아가는 게 기분 전환에 도움 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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