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성 통합] 칼 융으로부터 배우는 번아웃 대처법 (11)

오늘은 이어서, 양극성 통합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해요.

 

(클릭☞거울처럼 읽어주기)에서 자신의 반대 방향의 욕구를 읽어 주면 좋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우리가 스스로에게 “A를 해야 해!” 라고 말할 때 말이죠.

 

융에 따르면, 사실 무의식과 마음 그리고 영혼(Self)이 일치한다면 “A를 해야 해!”라고 스스로를 설득하기도 전에 자연스럽게 그 일을 하고 있을 확률이 더 높습니다.

 

사실 B도 하고 싶지만(의식적으로 억압한 채) “A를 해야 해!” 라고 애쓰고 있기 때문에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A 속으로 스스로를 밀어 넣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런데 이렇게 억지로 하면 흥도 안 나고, 무의식은 짜증이 납니다. “쳇, 내 이야기는 안 들어주고. 난 협조하기 싫어.”라고 마음 밑바닥에서는 존중받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에 어깃장을 놓습니다.

 

그래서 말이죠. A와 B의 긍정적인 의도를 읽어주는 것만으로도 양극으로 분열된 우리 의식은 통합의 역설로 나아갈 수 있는데요.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예전에 제가 쓴 글이 있네요(클릭☞긍정적 의도).

 

 

오늘은 내 안의 양극성을 자각하고, 억압된 지점에 물꼬를 틔우는 지점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

 

음,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면, 예전에 여성지에서 잠깐 인턴을 할 때, 저랑 같이 뽑힌 친구가 있었는데 이 친구가 애교가 참 많았습니다.

 

그때만 해도 제가 사회생활 초반이라, 마음에 없는 소리는 1도 못하는 곰 같은 신입이었는데, 이 친구는 정말 상사에게 칭찬을 잘 하는 거죠. “과장니임~ 오늘 머리 너무 예~뻐요.”라고요. (제 눈에는 어제랑 다를 바 없이 드라이한 머리 같은데 말이죠.)

 

그런데 상사 입장에서 보면 그렇잖아요. 무뚝뚝한 인턴보다는 싹싹하고 애교 많은 인턴이 더 예쁘죠.

 

그런데 이 상사가 저를 더 챙겨주었는데요. 하루는 저랑 점심을 먹으면서 그러더라고요. “난 여우처럼 살랑거리는 스타일 넘 싫어.”

 

그러면서 어릴 때 이야기를 조금 들려주었는데요. 새어머니랑 살았는데 자신이 좀 친해 보려고 새어머니 손을 잡으면 아버지가 있을 땐 가만 있다가, 아버지가 없으면 탁 손을 뿌리쳐 버렸는데, 그 순간 깨달았대요. ‘아빠 없는 자리에선 이러는 것 봐. 나는 절대 새엄마한테 의지 안 해.’ 라고요.

 

그때는 그 분의 말을 흘려들었는데, 상담학적으로 보면 이런 거죠. 한창 엄마한테 어리광부리고 싶은 나이에, 그런 애교가 거부되면 아이 입장에선 애착 욕구를 억압해서 소외시켜 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사회에서 애교 부리는 사람을 보면 ‘나는 애착욕구를 잘 억압했는데, 저 사람은 잘도 표현하는구나.’ 싶어 불편한 거죠.

 

그런데 재밌는 게 얼마 안 있어서 이 분이 연애를 시작했는데, 평소에는 얼음마녀처럼 차가웠는데 분위기가 부드러워진 겁니다. 같이 들어온 인턴 친구한테도 덜 쌀쌀맞고요.

 

어느 날 남친과 통화하는 소리를 들었는데 “자갸. 나 배고파. 이따 맘마 같이 먹자.”라고 말하는 걸 보고 평소 어투랑 180도 달라서 깜짝 놀랐는데요.

 

사실 우리 안에는 누구나 양극적인 지점이 있는데 내가 성장기에 억압하고 회피한 지점을 충족하게 되면, 스스로에게도 좀 더 허용적으로 변하고, 또한 그런 지점을 가진 사람을 봐도 덜 불편해지는 거죠.

 

그래서 융은 말합니다. 우리 안에 양극성을 소외시키지 않고 접촉하다 보면 분열된 내가 치유될 수 있다고요.

 

 

 

그러고 보면 그래요. 학창시절에 저를 질투하던 K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뒤에서 험담하면서도 제가 녹색 필통을 사면 이 친구도 똑같은 걸 사고, 하루는 수업 시간에 거울로 저를 훔쳐보는 걸 보고 화를 냈었는데요.

 

어느 날 서울에서 공부도 잘하고 예쁜 P라는 친구가 전학을 왔습니다. 그런데 제가 좋아하던 선생님이 이 친구에게 “우리 열심히 해서 수학경시대회에 나가자.”라고 하는 겁니다.

 

순간, 질투심에 제 몸이 떨렸는데요. 내 안에 그런 질투심이 있다는 걸 그날 생생하게 느낀 거죠. 그런데 그 이후로 K의 질투심이 낯설지 않게 느껴지더라고요. 외려 연민의 마음도 들었습니다.

 

게슈탈트 치료를 창안한 펄스 같은 경우,

 

“자신이 생각만 해도 화가 나고 짜증이 나는 상대의 어떤 면을 직접 경험해 보면 소외된 자신의 양극성과 접촉할 수 있다.”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양극성 통합 지점을 ‘공격성’을 소재로 잘 설명하는데요.

 

예를 들어서 “누군가 나를 뒤에서 밀어버릴 것 같다.”라는 공포심을 가진 내담자가 있다면, 사실 그의 내면에 상당한 공격성이 억압되어 있지만, 그걸 의식으로 인정하기 어려워서 타자에게 투사하고 있는 건 아닌지 알아차려 보게 하는 거죠.

 

그래서 누군가 자신을 괴롭힌다는 생각이 들면? 내담자 자신이 그 사람을 괴롭히는 상상을 해 보라는 거죠. 이때 자신의 숨겨진 가학증적 욕구가 드러난다는 겁니다.

 

이렇게 자신의 소외된 지점과 접촉이 일어날 때 치유의 실마리가 생기는데요.

 

이러한 지점을 역으로 활용해 보자면,

 

조금도 손해 보기 싫어하는 유형이라면?

가끔은 손해 보는 걸 알면서도 베풀어 보는 겁니다. 알고 보면 베풀고 싶은 욕구를 환경적 상황 때문에 억압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평소와 다른 모습으로 방향을 돌려 보면, 자신의 양극성과 접촉하게 되어 삶의 생기가 돌거든요.

 

반대로 맨날 양보만 하고, 착한 사람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다면?

때로는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자기 욕망에 충실해 보는 겁니다. 좀 이기적으로 살아도 괜찮다는 걸 스스로 체험해 봄으로써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죠.

 

 

 

근엄하고 진지하기만 하다면?

무의식 속에는 사람들이 자신을 경박스럽게 볼까 봐 불편해서 자신의 생동적인 에너지 억누르고 있을 수도 있죠. 내면에는 밝고 명랑한 면도 있는데 그게 발휘가 안 되다 보니 사는 게 재미없는 겁니다. 남 시선에 너무 연연해하지 말고 내 안의 억압된 개구쟁이에게 힘을 실어주는 겁니다.

 

항상 실없는 농담을 하고 웃기려고 한다면?

이것도 어색한 분위기가 싫어서 만든 일종의 회피일 수 있죠. 이럴 땐 침묵이 두려워서 먼저 말하지 말고, 진중한 면을 보이는 겁니다. 먼저 말하지 않고 가만 있어 봅니다. 내재된 카리스마를 발굴해 보세요.

 

지나치게 온정적이라면 쌀쌀맞은 행동도 해 보고,

평소 쌀쌀맞다면 따뜻한 태도와 행동도 해 보는 겁니다.

 

주위에서 조용하고 얌전하게만 본다면?

털털하게 웃고 떠들어 본다든지

 

반대로 덜렁거린다고 핀잔을 받는다면?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천천히, 섬세하고 우아하게 해 보는 겁니다.

 

 

 

자기 비난이 심하다면?

그 비난을 원래의 대상에게 돌려주는 연습도 해 보는 겁니다. 요즘 가스라이팅이라고 하죠? 상대가 잘못했지만 “니가 그래서 내가 지금 이런 거야.”라는 상대의 비합리적 인지 구조에 잘 휘말린다면, “그런가? 내 잘못인가?” 라고 탓하는 거 그만두고 “니 행동과 니 감정과 니 생각은 니것인데, 왜 나한테 그래?”라고 또박또박 반박도 해 보는 겁니다.

 

타인의 작은 비판에도 혈압이 올라서 쓰러질 것 같다면?

그 비판에 일리는 없는지 살펴보고 오히려 그것의 적합한 근거를 조목조목 찾아봅니다.

그래도 혈압이 안 내려 간다면?

그걸 즐겨 보는 거죠. “이 사람 재밌네. 웃기네.” 이렇게 코메디 보듯이 보는 겁니다.

 

강박적인 사람이라면?

물건을 마구 흐트려 보는 거죠. 저는 예전에 잔머리가 흘러내려져 있거나 립스틱이 입술 선 밖으로 나가면 아주 많이 찜찜해했는데, 지금은 일부러 잔머리도 막 흘러내리게 하고, 치마가 돌아가 있어도 뭐 어때, 하고 아무렇지 않게 다시 돌리고, 뭐 불완전해도 괜찮아, 난 예쁘니까, 하고 웃긴 자뻑 모드로 나가니까 오히려 사람들이 더 편안해하고 매력 있게 봐 주더라고요.

 

암튼 말이죠. 양극성 통합에 대해서는 다루어야 할 부분이 많은데요. 융이 말했듯 이렇게 억압된 자신의 양극성과 접촉하면 아주 놀라운 에너지가 탄생합니다.

 

이러한 이야기는 다음에 좀 더 이어서 써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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