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지능] 때로는 천진난만한 낙천성으로 (5)

 

 

 

저는 진공묘유(眞空妙有)라는 말을 좋아하는데요. 뜻풀이를 하자면 마음을 비우면 오묘한 일이 일어난다.’입니다.

 

사회 초년생일 때 잠깐 몸 담았던 여성지에서 전국 수석한 아이들을 인터뷰했는데요. 그때 어려운 형편에서도 만점을 받은 학생이 있었는데, 집중력 비결을 물으니 이렇게 답하더라고요.

 

저는 공부하기 전에 용서 기도를 해요. 몸이 아픈 엄마가 식당에서 일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집 나간 아버지에 대한 원망도, 솔직히 지금 공부하기 싫고 놀고 싶은 제 마음에 대해서도 용서한다는 기도를 하고, 공부하면 집중이 잘 되요.

 

그때 그 학생의 말이 잊히지 않아서 메모해 두었는데요. 고작 열아홉밖에 안 된 이 친구가 용서 기도를 통해 진공묘유를 쓰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진공묘유 관련한 연구도 있는데요. 선수들의 뇌에 전극을 붙여 놓고 전기적 흐름을 살펴보니, 좋은 점수를 얻을 때는 자기 자신을 텅 비우고 목표물과 하나가 될 때였다고 해요. 이때 뇌에서 알파파가 나오면서 자기 자신을 뛰어넘은 성적이 나왔는데요(Petruzzello, Landers, Hatfield, Kubitz & Salazar, 1991).

 

 

 

이게 왜 문제지? 도대체가 뭐가 문제야? 이렇게 에고(ego)랑 씨름하다 보면 답이 안 나옵니다.

 

 

잠시 이완하고 바람이라도 쐬고 들어오면 칭얼대던 에고가 잠잠해지면서 메타지능을 발휘할 토대가 생기는데요.

 

자기 자신을 비우고 메타지능을 발휘해서 상황을 보면 문제 자체의 설정, 즉 물음이 잘못 되었다는 지점도 보이거든요.

 

우울하고 힘들다는 내담자 분들을 보면(저 역시 상황이 안 좋거나, 아니면 상황이 좋아도 기분이 바닥일 땐) 메타지능이 떨어져서 인지 3(Cognitive Triad)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인지 3제란? 나 자신을 부정적으로 보고, 세상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는 거죠(Beck, 2001).  

 

여러 가지 반대되는 증거에도 불구하고(나의 장점도 있고, 모두가 그런 것도 아니며, 미래라는 것도 내 관념이 만들어 낸 가설에 불과함에도) 이런 부정적 신념을 유지하는 거죠

 

그래서 자기 마음대로 임의적인 추론을 하거나 (저건 저러니까, 반드시 저럴 거야! 라고 여지를 주지 않고 상황을 꽉 닫아버리거나)

 

선택적 추상화(그 부분만 그런 것인데, 전부 다 그래! 라고 판단)를 하는 거죠.

 

 

 

 

 

하지만 메타지능이 높을 때는 상황을 보다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어려운 일이 생겨도 나한테만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며, 이번에는 그랬지만 앞으로는 개선할 지점을 찾아서 나아질 것이며, 모두 그런 게 아니라 그것에 국한해서 그랬다는 걸 알아차리게 됩니다.

 

 

 

 

회복탄력성 연구를 보면, 우울과 불안에 취약한 사람들은 아래와 같은 특성이 있습니다(Abramson, Seligman, Teasdale, 1989).

 

(1) 내부귀인(internal attribution) :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그것의 귀인을 무조건 내 탓으로 돌림

 

(2) 안정적 귀인(stable attribution) : 부정적 상황이 벌어졌을 때,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며 시간이 흘러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여김

 

(3) 전반적 귀인(global-specific attribution) : 실패경험에 대해 그것이 부분적이며 특수한 상황이라고 보는 것이 아닌, 전반적인 것으로 봄

 

 

 

 

   

 

메타지능과 회복탄력성은 상관관계가 높아서, 회복탄력성이 올라가면 메타지능도 올라갑니다.

 

전 회복탄력성을 높이고 싶을 땐 저만의 진공묘유법을 쓰는데요. 바로 어린이의 마음 갖기입니다.

 

만화영화 한 편 보고 투게더 한 통에 행복해하던 천진한 마음,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던 단순한 마음으로 잠시 돌아가 봅니다.

 

그래서 프로그램 진행할 때 허락 리스트만들기를 꼭 넣는데요. 참여한 분들 리스트 보면 귀여워서 큭큭 웃을 때도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은 이를 닦지 않아도 좋아. 만화방에서 8시간 보내기, 나한테 안 어울려도 한 번 사서 입어보기,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아. 좀 바보 같아도 좋아. 덜떨어져도 좋아. 거절당해도 부탁해 보지 뭐. 등등~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나 자신에게 허락하고 싶은 것들을 딱 3가지만 리스트로 써 보세요 :)

 

저는 이 글을 다 쓰고 난 뒤에는 동네에 생긴 빵집에서 크루아상을 사 먹고(~ 맛있겠다), 음악을 들으면서(요즘 페르소나라는 곡을 듣는데, 가사가 깊어서 깜짝 놀라는 중입니다) 골고다 언덕(제가 발견한 산책길인데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었다니!)으로 갈 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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