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 니체의 정신 변화 3단계 (2)









1. 두려움 vs 흥분     


첫 취재를 할 때 한 선배 기자가 제게 이렇게 조언했습니다. “만약에 까다로운 인터뷰이를 만나서 두려울 땐 두려워하기보다는 ‘아, 지금 나는 흥분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해.”


실제로 이 조언은 꽤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긴장되거나 두려울 때 “두려워하지 말자.”라고 아무리 말해도 두려움은 가시지 않았는데요, 차라리 “그래, 나 흥분하고 있네.”라고 생각하자 두려움이 덜해졌습니다. 


실제로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알리슨 우드 브룩스(Alison Wood Brooks) 교수는 불안은 부정적 감정이고, 흥분은 긍정적인 감정이지만 우리 신체는 둘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데서 착안해 다양한 실험을 합니다. 즉 두려움이나 흥분을 느낄 때의 생리적 반응은 놀랄 만큼 유사하기 때문에 불안을 긍정적인 흥분으로 재해석했을 때의 다양한 반응을 관찰한 겁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이 논문을 참고하세요 

(클릭☞)  http://psycnet.apa.org/psycarticles/2013-44775-001


브룩스 교수는 참가자들에게 오늘의 연설이 위원회에 의해 평가를 받게 될 거라고 말해 줍니다. 그리고 연설하기 전에 참가자들에게 “나는 흥분돼.” 또는 “나는 침착해야 해.” 중 하나를 말하게 합니다. 이때, 흥분된다고 말한 참가자들이 더 카리스마 있고 전달력이 높은 연설을 해내는 결과를 보입니다.


2010년의 또 다른 연구에서는 불안에 대해서 그것이 당신의 삶을 전진하게 하는 원동력이라는 말을 들은(즉 불안에 대해 재평가하게 한) 그룹이 생산성이 훨씬 높아지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처럼 두려울 때 그것을 두려워하기보다는 “흥분된다.” “아, 두려움은 기분 좋은 원동력이야.”라고 두려운 감정에 대해 재의미를 부여함으로써 두려움이 감소되고 더 높은 생산성을 보였습니다. 대중 앞에 서거나 중요한 시험을 볼 때 누구나 불안하지만, 만성 불안의 경우는 내재화된(패턴화 된) 경향이 높으므로 이러한 재의미를 통해 뇌의 변화를 꾀할 수 있다는 거죠. 




2. 어려운 일 한 가지 실천하기


며칠 전에 제가 대학원의 한 선생님에게 “아, 정신 분석 강의를 듣고 싶은데, 기간도 길고 비용도 많고, 무엇보다 강의하시는 교수님에 대해 잘 몰라서 고민이에요.”라고 말하자 이렇게 말하는 거였습니다.


“일단 등록한 뒤에 첫 강좌만 들어 봐요. 내가 알기론 환불이 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일단 첫 강의를 들어 보고 나서 판단하면 되죠.”


순간, ‘모 아니면 도’(강의를 듣든지 말든지)만 생각했던 저의 관점을 신선하게 깨뜨려 준 조언이었답니다. 우리가 어떤 것을 선택하게 될 때 두려움이 밀려오는 건 꼭 둘 중에 하나를 ‘완벽하게 선택’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인 경우가 많은데요. 


좀 더 유연하게 생각해 보면 ‘모’와 ‘도’ 사이에 다양한 갈래 길이 존재할 수 있다는 거죠. 실제로 우리 뇌는 안전하다고 느껴지는 범위를 조금씩 확장해 나갈 때 보다 편안하게 모험에 뛰어들 수 있습니다. 단번에 모험 속으로 뛰어들기보다는 고민되는 것 중에서 유연함을 발휘해서 딱 한 가지를 실천해 보는 겁니다. ‘어려운 일 한 가지’를 실천한다고 해서 두려움이 아예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오랫동안 닫아 둔 문을 여는 데는 괜찮은 계기가 되죠.



3. 똑같은 강도로 계속되는 두려움은 없다.


지금 하고 있는, 혹은 하려는 일에 두려움을 느끼기면 우리 뇌는 앞으로도 이러한 두려움이 같은 강도로 계속되리라 착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렵고 두려운 일들도 대개 시간이 흐르면 해 볼만 한 일로 바뀌는 경우가 많지 않나요? 저는 어릴 때 너무 내성적이어서 낯선 사람과 이야기를 못 나누었는데요. 그 틀을 깨려고 조금씩 노력하다 보니 성인이 되어서는 낯선 사람들을 스스럼없이 취재할 수 있게 됐고, 대중 앞에서 프레젠테이션 할 때도 떨지 않고 웃으며 잘 해냅니다. 


아무튼 너무 잘 하려고 애쓰기보다는 좀 더 인내심과 여유를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면 보면 어느새 그 상황을 극복하는 데서 한 발 나아가 비슷한 상황이 닥치면 써먹을 수 있는 자기만의 ‘도구’를 갖추게 되는 거죠.  


그러니, 똑같은 강도로 이 두려움이 계속될 거라는 인식에서 좀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자꾸 하다 보면 잘하지는 못해도, 남들만큼은 하는 순간이 올 겁니다. 



4. 균형과 부분 악화에 대해


하루는 비염 때문에 제가 어느 한의원에 갔는데 원장 선생님이 체질을 바꿔야 한다며 저한테 이렇게 말씀하시는 겁니다.


“왜 체질을 바꿔야 하는지 설명해 볼게요. 예를 들어 간 기능이 나빠졌을 때 단순히 간이 나빠졌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달리 생각하면 ‘몸 전체의 균형을 유지하고 건강을 회복시키기 위해’ 간이 ‘그러한 상태에 이르렀다.’고도 할 수 있는 겁니다.”


몸의 균형을 위해 부분이 악화된다.’ 저는 이 말이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졌어요 

그 부분만을 표면적으로 본다면 나쁜 일이라고 느낄 수 있는 일이 분명 있죠. 그렇지만 그것이 전체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일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즉 “한 가지 일에서 실수를 했다고 만사를 모두 망치는 것은 아니다.”라는 거죠.


자, [낙타] 편에서는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아래와 같은 화두 속에서 글을 좀 써 보시기를 권할게요.






1. 나는 (           )  할 때 두렵다, 라는 문장들을 30개 이상 쓰시고, 빈칸을 채워보세요.


다 쓰셨으면, 두렵다, 라는 구절을-----> ‘흥분된다’로 바꿔 보는 겁니다.

두려움을 흥분되는 것으로 재의미화 했을 때 뇌가 안정되는 것에 대해 이야기 드렸었죠?


2. 나는 (           ) 할 때 두렵다, 라고 쓴 문장들 속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것을 잘게 쪼개어서 실천할 만한 것들을 써 봅니다.


(예를 들어 내 문제를 상담 전문가에게 털어놓기가 두렵다면, 딱 한 번만 상담을 받아 보고 결정하는 겁니다. 막상 상담을 받아보니 별로라면 그 다음엔 안 가면 되는 거죠. 

또 뭐가 있을까요? 만약에 밑에 직원들에게 일을 시키는 것이 두렵다면, 본인이 다 끌어안지만 말고, 한 번에 한 가지씩만 순차적으로 시켜 보는 방식을 취하는 겁니다.)


3. 앞으로도 똑같은 강도로 두려움이 계속되리라고 지레짐작되는 일이 있나요? 

처음에는 못할 것 같았던 일이 있었는데 지금은 나아진 일들에 대해 써 봅니다. 이러한 작은 성공 경험들을 되새기는 것만으로도 우리 뇌는 도전할 만한 맷집이 생기거든요. 


4. “한 가지 일에 실수했다고 모든 것을 망치는 것은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생각나는 일에 대해서도 써 봅니다. 



다 쓰셨나요?



니체는 두려움 속에서 묵묵히 삶을 짊어지고 걷는 낙타의 단계를 지나, 2단계에선 사자를 등장시킵니다. 사자에 대해서는 다음 시간에 이야기해 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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