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만든 프로그램 중에 “돌덩이 안고도 건너보기”라는 섹션이 있는데요. 유튜브로 돌려볼까, 했는데 지금 마이크 연결이 안 되어서 그냥 글로 써 볼까 합니다.
예를 들어서 “나는 뚱뚱해서 자존감이 내려가 있다.”라는 이슈를 갖고 있을 때, 그 문제가 사라진다면?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뚱뚱함이 사라진다면 나는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라고 답했다면, 이렇게 묻습니다.
그런데 그 문제가 여전히 있는데도, 자신감이 있다면?
그 비결은 무엇일까?라고 묻습니다.
그러자 이 이슈를 말한 분이 이렇게 답하더라고요. “매력 있게 화장할 것이다. 옷을 잘 입을 것이다. 내가 하는 일에 관련해서 나에게 투자할 것이다. 말할 때 자신감 있게 또박또박 말할 것이다.”
또 한 분은 “자녀가 공부를 못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라고 이슈를 말했습니다.
“그 문제가 사라져버린다면?”라고 물으니 “나는 홀가분해질 것이다.”라고 답했습니다.
그 문제가 여전히 있으면서도 홀가분해진다면?
그 비결은?
하고 물었더니,
“종교에 의지한다. 공부 잘한다고 인생이 전부 잘 풀리는 건 아니니까. 요즘은 명문대 나와도 취업 안 되는 애들도 많다. 그래도 우리 애는 착하다. 내가 재테크 더 열심히 해서 꼬마 빌딩이라도 사서 물려줘야겠다. 등등”의 답변을 했습니다.
우리가 어떤 이슈가 생겼을 때, 그것에 달라붙어서 그것 안에서 해결하려고 하면 오히려 실타래가 막 꼬이듯이 출구가 안 보일 때가 있거든요.
사실 아이가 공부를 못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게 표면적 이슈인 것 같아도, 진짜 이슈는 내 마음의 불안일 수도 있고(불안도가 높으니 아이가 성적이 조금만 떨어져도 미칠 것 같은 거죠. 컨트롤이 안 되는 겁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한 번 답해 보세요.
1. 내 마음을 답답하게 하는 어떤 문제가 있나요?
2. 만약 그 문제가 사라져버린다면? ----> (나는 ㅇㅇ할 것이다)
3. 여전히 그 문제가 있음에도, 내가 ㅇㅇ할 수 있다면 그 비결은 무엇일까?
이 프로그램의 아이디어는 Steven Hayes의 ‘1초 허용’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어떤 이슈를 피하지 않고 기꺼이 경험하면, 오히려 내적인 힘이 생긴다는 것을 Steven Hayes는 1초 허용에서 잘 말하고 있는데요.
<1초의 허용>
나의 내담자였던 그녀는 매우 끔찍한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만일 자신이 그 외로움을 느끼도록 기꺼이 허용한다면 견딜 수 없는 괴로움에 자신이 산산이 부서져 버릴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녀는 직업이 없었고, 결혼은 깨졌으며,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해서 일자리를 얻을 수 없었고, 친구들은 그녀 곁을 떠났으며, 실업 수당에 의지해서 간신히 연명할 수밖에 없었고, 마침내 자살을 시도하였지만 그마저 실패로 돌아갔다. 그녀의 삶은 텅 비고 아무런 의미도 없는 듯 보였다.
치료 기간에, 나는 그녀가 외로움을 느끼도록 스스로에게 허용할 수 있겠는지를 물어보았고, 그녀는 계속해서 결코 그럴 수 없다고 완강하게 버티었다. 마침내 그녀는 단지 1초 동안만, 기꺼이 그리고 온전히 외로움을 느껴 보는 데 동의하였다. 그녀는 1초 동안 마음의 문을 열고 방어 없이 외로움을 느꼈다. 그것은 출발이었다.
수개월의 작업 후에, 그녀는 치료를 종결하였다. 이후 10여 년이 흘렀다 나는 그녀를 까마득히 잊고 지냈다. 그런데 몇 주 전에 그녀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그녀는 학위를 받았고, 직장을 구했으며, 친구들과 남자친구가 있고, 목적을 지니고 있었다. 그녀에게는 삶이 있었다. 그녀는 이곳에 이르기까지, 한순간에 한 가지씩 지옥 같은 골짜기를 통과하였다. 그리고 이 여행은 출발지점이 있었다. 이 여행은 단 1초 동안 의도적으로 방어 없이 기꺼이 외로움을 느껴 보려 했던 바로 그것에서 시작되었다.
Steven C. Hayes (2006)
Steven C, Hayes는 우리 내면에는 두 개의 다이얼이 있다고 말합니다. 하나의 다이얼은 ‘불편감의 다이얼’인데, 우리가 불쾌한 감정을 느낄 때 저절로 돌아가는 다이얼입니다. 이 다이얼은 내가 통제하려고 할수록 재빨리 원래의 값으로 되돌아갑니다.
또 하나는 ‘기꺼이 경험하기 다이얼’인데, 우리가 느끼는 불편한 감정에 대해서 억지로 바꾸려고 애쓰지 않고 충분히 마개를 열어 두면 증발한다고 말합니다.
문제는 불편감의 다이얼은 10인데, 기꺼이 경험하기 다이얼이 0이 되면 마치 역회전 방지 톱니바퀴를 설치한 것처럼 지금 경험하는 분노나 불안, 우울, 죄책감(불편감 다이얼)이 환기할 구멍이 없어진다는 거죠.
즉 기꺼이 경험하기 다이얼을 0으로 꽉 막아버리면(기꺼이 경험하지 않으려고 꽉 닫아두면) 압력을 받아서 더 거세어집니다. 불안해지지 않으려고 애쓸수록 더 불안해지는, 자가 증폭 순환 고리를 갖게 된다는 거죠.
Steven Hayes는 우리가 불편감의 다이얼은 컨트롤 할 수 없지만, 기꺼이 경험하기 다이얼의 마개는 우리가 열어 둘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하죠.
“불편감 다이얼은 제멋대로 위아래로 휘돌아간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면 이 다이얼은 윙 소리를 내며 위로 움직인다. 당신이 치명적인 병에 걸리면, 윙! 배우자가 의심스럽게 느껴지면, 또다시 윙! 그러나 어떤 불행한 사건이 닥친다 해도, 기꺼이 경험하기 다이얼을 돌릴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당신뿐이다.”
뭔가 확 올라올 때, 콜라 뚜껑을 열 듯이 “기꺼이 경험하면” 슉~ 김이 빠져나가는 원리는 명상 원리와 비슷한데요.
제가 예전에 썼던 ‘겹의 허용’ (클릭 ☞) http://persket.com/155 글도 참고하면 좋겠네요.
"기꺼이 경험하면 사라진다."
"그것에 공간 내어주기."
"그것을 허용할 수 없더라도, 그것으로 인해 올라오는 내 마음을 허용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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