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짓 언어] 무의식을 반영하고 있는 몸

 

주말에 논문 좀 써 보려고, 외곽에 한적한 까페에 왔는데 주위를 살펴 보니 다들 편안한 옷차림에 뭔가 슬렁슬렁한 분위기입니다. 마주 앉아 커피 마시는 노부부, 엄마랑 그림 그리고 있는 아이, 케잌 먹으며 커피 마시는 여인들... 일요일 오후의 느긋함이 느껴져서 좋네요.

 

 

어떤 분은 얼굴을 막 문지르면서 까페 밖에서 계속 통화 중입니다. 통유리 너머로 보니 무언극을 보는 것 같네요. 나름의 사연이 있겠죠. 갑자기 작년 여름에 몸짓 언어 세미나에 다녀온 기억이 나네요. 그때 재밌어서 엄청 집중해서 들었는데, 찾아보니 노트북에 자료가 그대로 있네요. 잠깐 쉴 겸 몸짓 언어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요?

 

 

                                                                                        ⒸNEWSIS

 

                                                     Ⓒ이투데이

 

우리가 이렇게 얼굴을 만질 때가 있는데요. 턱, 코, 눈 등 자기 얼굴을 만지는 동작은 내면의 허약함을 감추려는 무언의 방어인 경우가 많습니다. 동물도 병들었을 때, 자기 몸을 핥는 버릇이 있듯이 사람도 마음이 약해질 때는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문지른다든지 몸을 만지는데요.

 

 

이렇게 콧날을 잡고 눈을 지그시 감는 동작은 왜 하는 것일까요? 예전에 인쇄사고가 났을 때 상사가 안경을 벗고 이런 제스처를 취하곤 했었는데요. 이것은~ 마음속의 갈등을 알아달라는 무언의 표현입니다. 코는 얼굴의 중심부이기 때문에 손을 대면 자연히 시선을 끌기 마련인데요. "나 이만큼 괴로워. 니들이 내 맘을 알아?" 이런 무의식적 발로인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에 혼자 있다면 코를 만지기보다는 얼굴을 문지르거나 턱을 괴는 경우가 많고요. 

 

 

그럼 턱을 괴는 건 무슨 이유에서일까요? 몸말을 읽는 대가인 콜먼에 따르면, 턱을 만지는 동작은 불안이나 고독의 기분을 전환시키려는 욕구의 발로인 경우가 많다네요. 불안하거나 고독할 때 자기 친밀성을 유지하기 위해 손으로 턱을 받히는데요. 

 

 

특히 두 손바닥으로 턱을 고이고 말하는 사람은 누구에겐가 위안 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숨겨져 있는데요. 재밌는 건 서양사람은 화가 나면 턱을 내밀고, 동양사람은 턱을 당기는 습관이 강합니다. 서양사람은 공격욕을 드러내보이기 위해 내밀고, 동양사람은 "내가 참자."라는 마음에 턱을 일단 안으로 당긴다고요. 

 

 

만면에 웃음을 짓다가 갑자기 스위치를 바꾼 것처럼 금방 싸늘한 얼굴이 되는 사람이 있죠. 저는 문득 떠오른 분이 있는데, 활짝 웃으면서 인터뷰하다 아르바이트생이 살짝 음료를 엎지르니까 표정이 180도로 바뀌더라고요. 보통사람이라면 웃고 나서도 그 여운이 잠시 동안이라도 표정에 남아 있는데, 이렇게 표정의 스위치 전환이 빠른 사람들은 계산적인 경우가 많으니 주의해야 한다고요. (위 사진 속 인물과는 무관합니다. ㅎㅎ )

 

 

 

저도 가끔 손톱을 깨물 때가 있습니다. 입으로 손톱을 깨무는 건, 마음이 초조하거나 반대로 뭔가 살짝 긴장이 풀렸을 때 나오는 유아적 습성의 발로인데요. 무의식적으로 상대에게 연약하게 보임으로서("나 지금 내 안의 세계에서 멍 때리고 있으니까 다가오지 마세요."라는)  방어막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왜 프로필 사진 찍을 때 작가가 자주 권하는 포즈 있죠? 양손 끝을 모아서(교회의 뾰족탑처럼) 턱 밑에 두는 제스처요. 이 몸짓은 자신감이 있다는 것을 상대에게 보이는 겁니다. 버드휘스텔 박사는 이런 제스처를 "나는 파워가 있어."라는 무의식적 권위를 드러낸다고 합니다. 상대의 기를 꺾고 싶을 때, 이런 몸짓을 취하면 상대가 긴장한다고 하네요. 

 

 

 

하면서 입을 손으로 가리는 건, 눈으로는 웃어도 경계를 하고 있다는 뜻인데요. 입은 말을 하는 기관인데, 이 기관을 상대가 보지 못하도록 은폐시킴으로써 속마음을 노출시키고 싶어 하지 않는 무의식적 몸짓입니다. 뭣보다 입에 주먹을 대고 묵묵히 있는 경우엔, 상대와 커뮤니케이션을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는 뜻인데요. 입을 가리는 동작에는 '숨긴다'는 의미와 '거절'의 뜻도 어느 정도 담겨 있다는 거죠.

 

 

 

그리고 이렇게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남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건 상대를 믿지 못하겠다는 침묵의 언어인데요. 특히 많은 말을 하면서도 호주머니에 '손을 감춘다'는 것은 상대에게 자신의 본심을 드러내고 싶지 않다는 경계심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테이블에 상대와 마주앉을 때 있죠.  테이블 위에 있는 물건을 상대 쪽으로 밀면~ 그러니까 테이블 위에 있는 라이터, 꽃병, 메뉴판 등을 상대쪽으로 밀어 두면, 나의 보디존(Body Zone)이 넓어져서 심리적으로 편안해지고, 상대는 반대로 왠지 모르게 불안도가 올라간다고 하네요.

 

 

 

시선에 대해서는 내용이 꽤 많은데요.(제가 금방 아이콘으로 만들어 봤는데 잘 만든 것 같습니다 ㅎㅎ) 아주 간단히 말해서 상대가 왼쪽으로 시선을 돌리면서(상대 본인 입장에서는 오른쪽, 우뇌 사용) 말하면 거짓일 경우가 많은데요. 왜냐면 우뇌는 기억을 되새겨서 꺼내는 게 아니라 창조하거든요. 이건 다음에 한번 정리해 볼게요. 

 

그리고 기계적인 맞장구 있죠? 고개를 한 번 끄덕이는 게 아니라, 상대가 말하면 두 번씩 재차 끄덕이는 거... 이런 고개 끄덕임은 형식적인 제스처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릿속으론 다른 생각하는 경우도 많고요. '뭐 이런 시시한 이야길 하고 있지?' '빨리 본론으로 들어가는 게 어때?' 하는 무의식적 표현이기도 하고요. 

 

엄지, 중지, 약지의 손가락을 나란히 해서 가볍게 머리를 두드리는 동작은? 난처할 때인데요. 콜롬보 형사가 주로 보이는 몸짓이죠. 손가락으로 머리를 가볍게 두드리면서 정신적인 밸런스를 찾으려는 시도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부풀린 디스코 파마 있죠. 일명 사자머리? 미스코리아 출전 머리이기도 하죠 ㅎㅎ 자기를 크게 보이려는 무의식적 욕구인데요. 경제가 어려워지면, 여성들이 생머리보다는 펌을 하려는 욕구가 강해지는 것도 있어 보이고 싶어서라네요. 헐렁한 큰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 역시 정신적 우위에 서고 싶은 심리를 반영하는데요. 사람의 옷은 짐승의 털에 해당한다고요 ㅎㅎ 그래서 헐렁하게 큰 옷을 입는 사람은 자기를 부풀리고 싶은 무언의 욕구가 있답니다.

 

음, 그리고 스포츠형 머리 있죠. 화난 동물들 보면 털을 곤두세워서 공격의 자세를 취하는 것처럼, 뾰족한 스포츠형 머리를 하는 건 만만하게 보지 말라는 무언의 욕구입니다. 

 

머리 스타일 자주 바꾸는 사람들 있죠? 유행하는 머리로 휙휙 바꾸는~ 옷은 벗어버리면 그만이지만 머리는 일단 하면 당분간 원상 복구가 힘들죠. 이렇게 머리 스타일 자주 바꾸는 경우는 환경의 적응력이 강하다고 보지만, 내적 변덕(귀가 얇은 경향)도 다소 높은 편으로 많이 보고요. 

 

머리를 싹둑 자르거나 미는 건, 새로운 전환에 대한 결의를 나타내는 메시지입니다. 중요한 시합에서 선수가 머리를 깎고 출전하거나 실연한 여인이 짧게 커트를 한 것 역시 새롭게 마음을 다잡는 결심인 셈이죠.

 

 

지금 옆 테이블에 한쪽은 이야기 하고 있고, 한쪽은 볼펜 끝으로 낙서를 하고 있는데요. 상대 말이 지루할 때 주로 나오는 몸짓으로 해석합니다. 케네디 대통령이 부하 보고 받을 때, 낙서를 많이 했다고 하네요. 낙서하는 방식도 별 모양 많이 그리는 사람(대인 관계에서 중심이 되고자 하는), 화살표 많이 그리는 사람(억눌린 공격성), 불규칙한 선(내적 불안도) 등등 또 해석 방식이 다른데요. 이 해석으론 책 한 권 써도 될 정도로 많네요. 보니까 그림 검사 해석 방식이랑 비슷하네요. 

 

 

 

팔짱은 그럼 어떻게 해석할까요? 팔은 자길 지키는 강력한 울타리인 만큼, 무의식적 자기 주장을 나타내는데요. 팔짱을 끼고 상대와 마주 대하는 건 자기 앞쪽에 강력한 울타리를 침으로써 타인을 자기 영역으로 침입시키지 않으려는 방어나 거절의 의사표시로 많이 봅니다. 그런데 상대 이야기를 수긍하거나 싱글벙글 웃으면서 팔짱 끼는 건 "오, 네 이야기 재밌어. 흥미 있어."라는 몸짓으로 정보를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긴장감에서 끼는 경우도 있고요. 혼자 있을 때 팔짱 끼는 건 무의식적으로 자기 존재를 확인하고 깊은 생각에 빠질 때입니다.

 

뒷짐 지고 걷는 경우엔~ 뭘까요? 타인의 접근을 거부하려는 무의식적 방어로 해석하는데요. 무언가 집중해서 생각하는 사람처럼 보임으로써 "네가 내 영역을 침범하거나, 방해하지 않았음 좋겠어."라는 메시지입니다. 

 

 

다리도 재밌는 게 많은데요. 보통 다리를 꼬는 건 상대편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메시지입니다. 어떤 문제에 대해서 막 설명하는데 상대가 다리를 꼬기 시작하면 '사실 난 관심 없는데.'라는 무의식적 표현인데요. 그래도 이러쿵저러쿵 설명을 계속한다면? 무의식적으로 다리를 바꿔서 꼬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리를 꼰 채 흔들거리는 건... ? 상대에게 긴장을 풀고 있다는 건데요. 초면이나 사업상 만난 경우엔 "자, 나 릴랙스했으니 딱딱하게 굴지 말고 편안하게 합시다."라는 청신호로 봐도 무방합니다. 

 

위에 있는 사진처럼 서로 닫혀 있는 원처럼 다리를 꼬고 있으면(꼰 쪽이 서로를 향해 있으면) 두 사람은 매우 친한 사이입니다. 닫혀 있는 둘만의 공간을 만들면서 제3자는 오지 마세요! 라는 무의식적 발로인데요.

 

 

예전에 어느 감독님 인터뷰했을 때, 아이디어가 막히면 거리에서 사람들의 몸짓을 관찰하거나, 옛날 미드인 <환상특급>을 본다고 하더라고요. 몸짓에 관한 내용을 쓰다 보니까, 갑자기 <환상특급>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찾아 보니까, 유튜브에도 있네요. 마음을 읽는 라디오? 아 내용이 너무 귀엽네요. 결말이 시시하지만~ 옛날 드라마라 그런지 권선징악도 뚜렷하게 살아 있고요. ㅎㅎ 

 

 

 

이 에피소드는 심오한데요? 우리가 이렇게 살고 있지만, 2200년에 살아 있을 사람은 아무도 없겠죠? <환상특급>이 에피소드마다 유니크한 구석이 있긴 하네요. 

 

아무튼 말이죠. 뭔가 해석을 할 때는 어느 정도 그렇구나~ 그런 경향이 있구나~ 하고 캐치하고 넘어가야지, 무조건 이런 몸짓을 하는 건, 저런 심리가 있는 게 분명해! 이게 백퍼센트 정답이야! 라고 단정하는 건 무리가 있지 않나 싶네요. 참고만 하세요 :)

 

 

제 신간이 나와서 소개해 드립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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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깊은 눈 | 신은경 - 교보문고

내 안의 깊은 눈 | 나 자신과 있을 때 삶의 질을 높여주는자기연결감을 강화하는 28가지 심리학적 통찰나를 지탱해주는 자기연결감 강화 프로젝트월간 《좋은생각》 기자로 10여 년간 일하며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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