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방향]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방법 (3)

오늘은 옆길로 새지 않고,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데 주요한 변수가 되는 순방향, 역방향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제가 예전에 상담했던 친구가 있는데요. 이 친구를 초기 상담했던 샘 기록을 보니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라고 쓰여 있더라고요.

 

만나 보니, 잠시도 가만히 안 있고 다리를 떨거나, 티슈를 뽑아서 손가락으로 끊임없이 뭉친다든지, 이야기에 집중을 못하길래 3회기 이상 명상을 가르쳤습니다.

 

어느 정도 호전되는 듯했는데, 하루는 풀이 죽어 있길래 왜 그러냐고 했더니 수업 시간에 낙서하다 걸려서 혼났다고 하는 겁니다. 왜 낙서를 했냐고 물어보니까 잘 모르겠다고, 그냥 버릇처럼 낙서했다고 하더라고요(마음이 불안하니까 낙서를 계속 하는 거죠).

 

 

그래서 차라리 앞으로는 낙서하면서 상담을 하자고 했죠. 그러니까 오히려 술술 말을 더 잘하는 겁니다. 첨엔 의미 없는 선들을 그냥 슥슥 긋더니 나중에 보니까 그냥 낙서가 아니고 캐릭터 같은 것을 그리길래 “멋지다. 인스타에 한번 올려 보라.”고 했죠.

 

다음 회기에 인스타 주소를 알려주길래 들어가 봤더니, 거의 1시간 간격으로 그림을 올리더라고요. 그리고 새까맣게 잊고 있다가 며칠 전에 생각나서 들어가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몇 년 사이에 팔로워 수가 엄청 늘었지 뭐예요. 또래들한테는 인기도 많더라고요.

 

ADHD가 그래요. 상당히 산만한 것도 같아도 본인이 좋아하면 거기에 꽂혀서 앞뒤 안 가리고 푹 빠집니다. 오히려 순방향으로 잘 쓰면 프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런 친구들이 오히려 SNS 시대에 적합한 인재라고 봅니다. 끊임없이 콘텐츠를 올리는 것도 누가 시켜서 올리는 게 아니잖아요? 충동성을 순방향으로 잘 쓰고 있는 거죠. 실시간으로 댓글 달아주고, 소통하는 것도 강점이죠. SNS 마케팅 쪽에서는 오히려 이렇게 SNS에 과몰입된 사람을 선호하기도 하거든요. 이런 성향에게는 일이 놀이고, 놀이가 일인 셈이니까요.

 

Big 5 검사를 해 보면 성실성 수치가 낮으면 보통 실망하는데, 성실성에 관한 연구만 봐도 그래요. 오히려 낮은 성실성을 순방향으로 활용하면 됩니다.

 

사실 성격적 요인에는 혜택만 있는 게 아닙니다. 예측이 보다 쉽고 잘 정리된 환경에서는 성실성이 빛을 발하지만, 사회가 혼란스럽거나 예측 불가능해서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는 성실성이 때로 발목을 잡기도 하거든요(Nettle, D, 2006).

 

한치 앞을 알 수 없고 복잡다단하게 돌아가는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오히려 지나친 성실성은 돌발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경직성으로 작용한다는 거죠.

 

낮은 성실성일지라도 다른 성격적 장점과 잘 결합되면 즉흥적인 상호작용이 활발한 분야랄지, 재치를 발휘할 수 있는 직업이랄지, 예를 들어 탁월한 재즈 연주자일수록 낮은 성실성을 가진 반면 즉흥성이 뛰어나, 흘러가는 대로 멋들어지게 연주하는 능력이 높았습니다.

이렇게 자신의 성격적 특성을 순방향으로 활용하면 단점이 장점 되는 겁니다. 기왕이면 직업적으로 살리면 좋고, 그렇지 못해도 부캐로라도 개발하면 삶의 질이 올라가는 거죠.

 

신경성 수치가 높은 분들 보면 똑같은 거리를 걸어도 누군가 버린 쓰레기, 기울어진 간판, 무례한 사람들, 불편한 공기 같은 것을 잘 캐치합니다.

 

회복탄력성을 높이려면 자신이나 타인의 장점을 먼저 보려는 인지적 전환도 필요한데. 신경성 수치가 높으면 나 자신이든 타인이든 이상한 건 너무 잘 보이는데, 이미 잘 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단순히 운이 좋아서라든지 앞으로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고 보거든요.

 

하지만 높은 신경성은 노력을 유발하는 경우도 많아서 적절한 자아강도를 유지만 한다면 오히려 동기 이점(motivational advantages)으로 작용합니다.

 

예전에 한 인터뷰이가 당신의 성공비결로 ‘예스터데이 수첩’을 쓰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예스터데이 수첩이 뭐냐고 하니까, 신입사원일 때 상사가 마음에 안 들었다고 합니다. 저렇게 하면 비효율적인데 저이는 왜 저렇게 하지? 그런 생각이 드니까 회사를 더는 다니고 싶지 않더란 거죠.

 

한번은 용기 내서 말했더니 하극상으로 보길래 그 다음부터는 내가 윗사람이 되면 저렇게 하지 말아야지 하는 점을 기록해 나갔다고 합니다. 즉 예스터데이 수첩이란, 어제 나의 잘못과 어제의 타인의 잘못으로부터 배운 점을 기록하는 수첩인 셈이죠.

 

신경성 수치가 높으면 순방향으로 예스터데이 수첩을 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죠. 남들 무던히 지나가는 지점도 유독 잘 보기 때문에 그로 인해서 깨닫게 된 점, 보완해야 할 점, 노력해야 할 점을 적극적으로 써 보는 겁니다.

 

저도 성격적 단점을 순방향으로 어느 정도 써 온 듯합니다. 예를 들어서 이 분을(클릭☞上原春男) 인터뷰한다고 해 봐요. 아마 살아계셨으면 제가 이메일을 보냈을지도 모릅니다. 이 분께 궁금한 게 많거든요.

 

이 분을 잡지방향에 맞게 취재한다면 뭐겠어요. 코로나로 마음이 어려운 분들에게 카르노 원리가 희망이 되기를, 당장은 뒷걸음질치는 기분이 들어도 우리 무의식은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 후퇴도 때로 시금석이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면 충분하죠.

 

제가 좀 더 관심 있는 지점은 이 분이 연구한 분야에서 물결 파동이 있는데, 물결도 층류에서--> 파류---> 난류로 변화하는데, 층류 같은 경우엔 질서정연하고 선형적이지만 외부 힘에 의한 상태 변화가 쉽고(외부의 힘에 약하고), 난류와 같은 불규칙한 상태에서는 도리어 탄력적이라 외적 압력에 유연한 흐름을 탄다는 거죠. 이런 지점이 궁금한 거죠.

 

마키아벨리 《군주론》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항상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들이 아주 많은 곳에 가면 파멸하게 된다.” 저는 물결 파동 원리가 이 지점을 응축하고 있다고 보는데요.

 

하지만 제가 과학이나 철학 잡지 기자라면 이런 지점을 다루어도 괜찮은데, 일반 대중잡지라면 과하게 뻗어나간 지점이죠. (그래서 제가 매너리즘에 빠졌을 때 기사를 2개 썼던 겁니다. 잡지 방향에 맞는 걸로, 하나는 개인적으로 궁금한 걸 담은 보관용 기사로요.)

 

저처럼 개방성 수치가 높으면 ‘광범위한 연상’을 합니다. 장점은 의미의 네트워크가 넓죠. 하지만 이렇게 개방성 수치가 높은 사람이 단순 명료하고 아주 빠른 속도를 요하는 직업군에 종사한다고 해 봐요. 난 왜 이 모양이지? 하고 자책하겠죠.

 

하지만 인지적 연결성이 활발하기 때문에 기자 일을 하면서도 발휘하며 산 것이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내담자 강점을 발견해 내는 재주로 쓰고 있는 거죠.

 

리프레이밍 파트를 진행할 때 보통 당신의 성격적 단점을 짧게 단어로 쓰고 무기명으로 박스에 넣게 한 다음에 제가 즉흥적으로 뽑아서 강점으로 연결될 수 있는 지점을 풀이해 주는데, 다들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고 궁금해합니다. 하지만 이건 어디서 배워서 할 수 있는 게 아니죠. 이미 타고난 것(잡생각의 꽃봉오리인 개방성을) 일종의 무당기 같은 걸로, 순방향으로 풀고 있는 거죠.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당신의 성격 중 싫은 점을 한 가지 떠올려 보세요. 하지만 그 성격이 0.00001이라도 도움이 됐던 적도 있을 겁니다. 주로 어떤 상황이었는지 한 번 써 보세요.

 

그 지점을 순방향으로 잘 살리면(직업적으로 살리면 좋고) 부캐로라도 활용하면 좋죠.

 

그럼 역방향으로 쓰는 지점에 대해서는 다음에 좀 더 이야기해 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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