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역동] 사랑하는 만큼, 쉽지 않은 가족 2

 

요즘 학교폭력 문제가 심각하죠. 세미나에서 어느 선생님이 한 사례를 들려주었는데요. 아이가 엄마한테 “엄마, 우리 반에 어떤 애가 있는데 걔를 학폭하는 애들이 빵셔틀 시키고 돈 빼앗고 때리는데, 나는 지켜보기만 했어. 내가 어떻게 하면 될까?”라고 물었다고 해요.

 

그러자 엄마가 이렇게 답했는데요. “남의 일에 신경 쓰지 말고, 네 공부나 해.”

 

엄마 입장에선 내 아이 일이 아니니까, 괜히 끼어들었다가 다칠까 봐 걱정되기도 하고, 당신도 먹고살기 바쁘니 남의 아이까지 챙길 여력이 없었던 거죠.

 

그날 밤에 그 아이가 목숨을 끊었습니다. 사실 친구 이야기가 아니라, 아이 본인 이야기였던 겁니다. 가슴 아픈 일이죠.

 

예전에 취재했던 경호업체 대표님이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요즘은 학폭 당하는 애들 보디가드해 주는 서비스 덕에 매출이 올랐다고요.” 슬픈 현실입니다.

 

사실 학교전담경찰관 1명이 담당하는 학생 수는 5688명에 달하는데요. 그냥 보이기 위한 시스템인 거죠. 한 분이 어떻게 그 많은 애들을 살피나요.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매뉴얼이 있기는 합니다. 학교에 알리고 같이 대응하거나(하지만 실상은 교사 분들도 할 일이 참 많고, 피해자 아이들은 오히려 보복을 두려워하거나 일이 커지는 걸 싫어해서 그러기가 쉽지 않죠. 그래서 부모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겁니다.)

 

학교의 반응이 미온적이면 교육청이나 경찰청 등 상급 기관에 요청하거나, 학폭 관련한 시민단체나 변호사 자문을 구하는 것도 도움이 되죠.

 

그리고 누가 언제 왜 어떻게 폭행했는지 기록하고, 폭행을 당했다면 진단서를 받고 폭행사실을 증언할 수 있는 증언물(녹음, 기록 등)을 준비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부모가 어떤 상황에서든 나는 네 편이라는 든든한 언덕이 되어 주어야 합니다. 네가 원한다면 전학하거나 학교를 그만 두어도 좋고, 검정고시도 괜찮다. 숨기지 말고 부모와 소통할 수 있게끔 부단히 격려해 줘야 합니다.

 

사실 가해자 아이들을 살펴보면 말이죠. 이 아이들 또한 가족 역동 문제인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사회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아버지가 집에 돌아와 어머니에게 화를 냅니다. 화풀이 당한 어머니는 자기보다 약자인 아이에게 남편 욕을 하며(삼각관계 형성) 자신의 감정을 풀거나 아이에게 소리치며 화를 냅니다. 엄마의 불안과 감정을 흡수한 아이는 학교에서 자기 마음을 거슬리게 하는 약한 또래나, 내가 못 가진 것을 가진 아이에게 화풀이를 합니다.

 

 

사회->아버지->어머니->자식->학교(사회) 이런 분노의 서클링이 만들어지는 거죠.

 

부모의 사랑이 충분한 아이는 또래를 괴롭히며 내 존재의 가치를 보상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나 부모의 화풀이를 당한 아이는 분노의 루트가 사회에 있다는 것을 알고 세상에 복수하고 싶어지는 거죠.

 

요즘 초등학생만 되어도 이런 이슈가 많습니다. “부모가 능력도 없는데 왜 나를 낳아서 휴거로 만드나?”(휴거가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초등학교 아이들 사이에서 도는 은어로 휴먼시아에 사는 거지라는 뜻이더라고요. 그런데 이 아이 부모가 공무원이고, 30평 이상의 주공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으며 경제적인 수준도 평범했다는 거죠. 살고 있는 학군에서 빈부격차가 커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겁니다.)

 

청소년 상담 이슈 중 단골소재가 중학생만 되어도 “부모가 이렇게 낳아주고 성형 수술도 안 시켜주고, 무책임하다.” “물질이든 외모든 당신이 나한테 준 게 뭐냐?” “너도 나도 유학가고 어학연수 가는데, 당신이 나한테 해 준 게 뭐냐?” “도대체 왜 날 허락도 없이 낳았냐?” 주로 존재론적인 부정과 저항이 많은데요. SNS 발달로 세상과 비교하면서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외적이고 화려한 것, 내가 못 가진 것에 상당한 적개심을 가지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물질적인 것만 채워진다고 아이들이 잘 자라는 것만도 아닙니다. 소위 학군 좋은 곳에서 센터 운영이 더 잘 되는 이유는 부모가 돈으로만 아이들 문제를 해결하려고만 할 뿐, 진심으로 그 아이가 지금 무엇 때문에 가슴 아파하고, 무엇 때문에 방황하는지 들어줄 마음과 시간이 없다는 거죠. 그래서 아이들이 자살 시도를 하고, 자해를 하고,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거나, 자기가 가진 것만 내세우다 따돌림 당해 피해자가 되기도 합니다.

 

사실 사춘기 아이들은 호르몬 변화도 급격하지만, 뇌가 리모델링되는 시기라 감정의 진폭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사춘기 아이 부모로 산다는 건 속세에서 도 닦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라는 거죠. 아이 자체도 스스로를 컨트롤하기 혼란스러운 나이입니다.

 

매슬로는 아이의 비행을 색다른 관점에서 바라봅니다. 아이가 그렇게 비행을 저지르는 데에는 부모 혹은 환경의 착취, 지배, 무관심, 경멸, 무시에 대해 자기 나름으로 심리적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저항’하고 있다는 거죠.

 

저항은 알고 보면 정말 귀한 에너지인데요. 그 과정을 성숙하게 받아주고 버티는 게 참 힘든 일입니다. 사실 저항이 클수록, 에너지가 크다는 거고, 잠재적인 가능성도 더 큰데요.

 

가족 역동에서 보면 그 아이가 가지고 있는 증상은 그 아이만의 문제가 아닌, 가족 관계상의 문제가 아이를 통해 발현된 것이므로, 사실 아이 문제는 아이보다 부모가 같이 상담 받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계속 말썽을 피우는 역기능적 행동을 할 때 표면적으론 그냥 문제아처럼 보이지만 “어, 내가 말썽 피우니까... 맨날 싸우던 우리 엄마 아빠가 한 팀이 되어서 나를 찾으러 다니네.” “형아만 챙기던 엄마가 나한테 관심을 갖네.” 등 2차적 이득(secondary gain)이 숨어 있다는 거죠.

 

 

맏형에게만 특권을 부여한 부모님에게 소외와 박탈감을 느꼈다면, 본인이 결혼한 다음 첫째 아들을 미워하고 둘째 아들만 편애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 가족역동에서 벌어진 투사인 셈이죠.

 

직장 내 관계 역동을 봐도 결국 그 중심에는 가족 역동이 있습니다.내가 자꾸 윗사람만 만나면 부딪히는가? 이런 분들 보면 원가족에서 부모에 대한 적개심이 많습니다. 부모가 성장 과정에서 부모답지 못했기 때문에 윗사람을 못 믿는 겁니다. 또한 가정이 안정적인 베이스가 되어주지 못했기 때문에 세상에 대한 신뢰감이 없는 거죠.

 

그나저나 오늘 삼각관계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학교폭력에 대한 글로 흘러버렸네요. 가족체계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좀 더 자세히 써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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