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생각보다 멋진 당신!




며칠 전 대학로에서 우연히 아는 오빠를 만났습니다. “어머, 지지배. 넌 늙지도 않냐.” (이 오빠 말투가 진짜 이렇습니다. ㅎㅎ) 반가워하더니 갑자기 “예전에 그 김고은 닮은 청순한 분은 잘 지내니?” 하고 묻는 겁니다. 누구를 말하는지 몰라서 갸우뚱하는 순간, “왜, 네가 예전에 소개팅 주선했던…….” 하고 말하는 순간 L이 떠올랐습니다. 


“응, 잘 지내지. 왜?”라고 묻자, “그때 내가 첫눈에 반했었잖아 ㅎㅎ” 이러는 겁니다. 그래서 “잘해보지 그랬어?”라고 물었더니 “나 마음에 안 들어 하는 거 같아서 애프터 안 했지.” 그러는 겁니다. 헐, 그때 L은 연락이 없어서 속상해했었거든요. 


암튼 그 오빠는 작년에 결혼해서 어엿한 가장이 되어 있었습니다. 총각 때보다는 살이 붙어서 “오빠 살 찌니까 더 나은데~”라고 하니 “너도 나 뚱뚱하다고 구박하는 거냐ㅜㅜ” 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예전보다 지금 얼굴이 더 좋아보여서 한 말인데 ‘구박’으로 들으니 난감해 웃고 말았습니다.


문득 집에 돌아오는 길에  L 생각이 났습니다. L의 홑꺼풀 눈이 매력적이었다고 그 오빠는 말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L은 자신의 길다란 눈매를 그닥 마음에 안 들어 했거든요. 지금은 손을 좀 봐서 김고은과는 좀 다른 이미지입니다. ㅎㅎ 


문득 사람은 자기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멋진 구석이 있는데, 자기는 모르고 남들 눈에만 보이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 해봤습니다. 저도 L의 얄쌍한 눈이 동양화 속 여인의 눈매처럼  매력이 있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제가 예전에 《행복한동행》이라고, 《좋은생각》 자매지에 ‘블링블링 PR’이라는 코너를 진행할 때였습니다. 갑자기 펑크가 나서 친오빠를 섭외해서 넣었거든요. 그때 오빠가 바이올린을 켜는 사진을 실었는데, 편집부 여직원들이 멋있다고 난리였습니다. 저야 뭐 집에서 코 파는 오빠를 익히 알기에 그녀들의 환호가 좀 웃겨서 씩 웃었지만요.


그날 퇴근한 뒤 오빠한테 말했더니 ‘그래, 그렇게라도 위로해 줘서 고맙다, 동생아.”라며 시큰둥한 겁니다. 그때 여자친구랑 헤어지고 자존감이 좀 떨어진 상태였거든요. 


갑자기 이 글을 쓰다 보니 도브(Dove) 캠페인 영상이 생각납니다. 영상 소개를 잠깐 하자면 여성들이 한 명씩 들어와서 화가에게 자신의 외양에 대해 설명하면, 화가는 오로지 커튼 너머에 있는 그녀들의 말만 듣고 그림을 그립니다. 

다음 날에는 또 다른 사람들이 그 여성들을 만난 뒤, 자신이 본 그녀들의 외양을 화가에게 전달합니다. 이번에 화가는 제3자에게 들은 인물 정보를 토대로 그림을 그려 나가게 됩니다.


결과는 놀라웠답니다. 대부분의 여성이 자신의 외양을 자신 없어 하며 묘사한 반면에 타인들은 긍정적으로 그녀들의 외양을 묘사한 부분이 많았거든요. 나중에 여성들은 두 가지 인물화를 보며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아름다움에 대해 눈물을 흘리기도 합니다.


한번 직접 보시겠어요?




저는 친구들한테 편지를 쓸 때 꼭 그들의 매력을 찾아 써 줍니다. 물컵을 쥘 때 손가락이 길고 매력적이라는 둥 사소한 것일지라도 진짜인 것을 포착해 써 주죠. 그러면 대부분 참 행복해합니다.


몇몇은 제 매력에 대해서도 리스트로 적어 답장을 보내기도 합니다. 처음엔 “어머? 내가 무슨?” 이러다가 요즘은 “그래, 그렇게 보일 수 있지. 아이 고마워.” 이렇게 그들이 준 편지를 소중히 간직합니다. 주변 분들에게 생일 축하 메시지나, 크리스마스 카드나, 연말연시에 연하장을 쓸 때 상대의 장점을 관찰해서 한번 써 보세요. 외양이든 성격이든 잘하는 것이든 뭐든 자세히 보면 이쁜 구석이 보일 걸요? 그런데 아마 본인들은 모를 겁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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