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연구 대상자들은 일반인들에 비해 비교적 더 자발적이고 '자연스럽게' 행동하면서 자신을 덜 통제하고 억제했기 때문에, 행동에 대한 제재나 자기 비판을 줄이면서 편하고 자유롭게 행동하는 것처럼 보였다. 다른 사람의 비웃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아이디어와 충동을 숨기지 않고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은 자기실현으로서의 창조성이 갖는 본질적인 측면의 하나임이 밝혀졌다. 건강한 심리가 갖고 있는 이러한 측면을 기술하기 위해, 로저스는 "완전히 기능하는 사람(fully functioning person)"으로 통찰해낸다.
또 다른 발견은 자기실현으로서의 창조성이 전적으로 행복하고 안전한 아동과 많은 측면에서 유사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창조성은 자발적이고, 노력할 필요가 없고, 순수하고, 손쉽고, 고정관념과 진부한 생각에서 자유롭다. 또한 이것은 주로 '순수하게' 지각할 수 있는 자유, 그리고 '순수하고' 억제하지 않는 자발성과 표현력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거기에 무엇이 있어야 한다든지, 거기에 무엇이 있음에 틀림없다든지, 거기에 무엇이 늘 있어 왔다든지 하는 우선적인 기대 없이,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유롭게 지각할 수 있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은 미리 계획을 세우거나 의도하지 않아도 노래, 시, 무용, 그림, 놀이나 게임을 즉석에서 만들어낼 수 있다.
내 연구 대상자들이 창조적이라는 말은 바로 이처럼 아이와 같다는 점에서 그렇다는 말이다. 어쨌거나 나의 연구 대상들이 어린 아이는 아니었기 때문에(그들은 모두 50대와 60대였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 이렇게 얘기하겠다. 그들은 아이와 같은 두 가지 중요한 측면을 가지고 있었다. 즉 그들은 틀에 박혀 있지 않고 '경험에 개방적'이었으며, 분명히 자발적이고 표현적이었다. 아이들이 순수하다면, 내 연구 대상자들은 산타야나(Santayana)가 명명한 "제2의 순수함"을 지니고 있었다. 그들의 순수한 지각과 표현은 세상 물정에 밝은 마음과 결합되어 있었다.
어쨌든 이 모든 말로 미루어볼 때 우리는, 인간 본성으로서 선천적인 특성, 태어날 때는 모든 혹은 대부분의 사람이 지니고 있었지만 문화에 동화되면서 거의 사라지거나 묻혀 있거나 억압된 잠재력, 이 두 가지를 다루고 있는 것 같다.
나의 연구 대상자들은 창조성이라는 개념을 더욱 그럴듯하게 만드는 또 다른 특성이 독특했다. 이들은 알려진 것이 없는 모호하고 어려운 문제를 상대적으로 덜 두려워한다. 종종 그들은 긍정적인 의미에서 그러한 일에 매력을 느끼는데, 가령 그러한 문제를 선택해서 해결하고자 애쓰고, 그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몰두한다.
자기실현하는 사람들은 미지의 것들을 무시하거나, 부정하거나, 그것에서 도망치거나, 그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가장하지 않는다. 또한 모르는 것을 성급하게 조직화하거나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거나, 유형화하지 않는다. 따라서 판단을 보류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생기는 의구심, 망설임, 불확실성 등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심각한 고통이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유쾌하고 자극적인 도전이 될 수 있다.
나는 내가 관찰한 한 가지 사실 때문에 오랫동안 곤혹스러워했지만, 지금은 제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나는 관찰한 사실에 입각해서 자기실현하는 사람을 이분법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기술했다. 간단히 언급하면, 모든 심리학자들은 서로 대립되고 반대되는 것들이 연속선상의 양극단에 위치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이것을 다른 식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고민한 첫 번째 이분법을 예로 들면, 나는 내 연구 대상들이 이기적인 이타적인지 판단할 수가 없었다. (여기서 우리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이것 아니면 저것(either-or)이라는 판단에 빠져드는지 생각보라. 내가 문제시하려는 사고방식은, 하나가 많으면 다른 하나는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 연구 대상자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매우 이타적이었지만, 또 어떤 의미에서는 매우 이기적이었다. 그리고 건강한 이기주의에 관한 논문에서 프롬이 기술한 것과 매우 유사하게 모순된다기보다는 사리에 맞고 역동적인 단일체 혹은 통합체 속에서 이 둘은 서로 융합되어 있었다. 내 연구 대상자들은 서로 상반되는 것들을 그러한 방식으로 통합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기심과 이타심을 서로 양립할 수 없고 배타적이라고 보는 것은 성격발달 수준이 낮을 때 나타나는 특징임을 깨닫게 되었다.
또한 내 연구 대상자들은 다른 많은 이분법적 판단들을 하나로 통합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의무는 즐거운 일이 되었고, 즐거운 일은 의무와 융합되었다. 일과 놀이의 구분이 모호하게 되었다. 이타적 행위가 이기적으로 즐거운 일일 때, 어떻게 이기적 쾌락주의가 이타주의의 반대가 될 수 있는가? 이런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 가운데서 가장 성숙하면서도 동시에 가장 어린아이 같았다.
이들은 강한 자아(ego)를 가지고 있고, 가장 개인주의적이면서 동시에 가장 쉽게 자아를 버리고, 자기를 초월하고, 문제 중심적으로 될 수 있는, 정확히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데 훌륭한 화가들이 하는 일 역시 정확히 이런 것이다. 그들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 색과 어울리지 않는 형태를 조화롭게 만들 수 있고, 모든 종류와 부조화를 통일시킬 수 있다. 통합하는 사람들인 이들은 분리되어 있고 심지어 반대되는 것들조차 하나로 통합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통합할 수 있는 능력, 개인적 수준에서 통합의 정도, 이 세상에서 자신이 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통합할 수 있는 능력을 이야기하고 있다. 창조성은 바로 그만큼 개인의 내적 통합성에 달려 있다.
나는 이 모든 것이 왜 그러한가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왔다. 그리고 내 연구 대상자들이 상대적으로 두려움이 없다는 사실에서 그 주된 원인을 찾았다. 확실히 그들은 문화에 덜 동화되어 있었다. 즉 그들은 다른 사람들이 말하거나, 요구하거나, 비웃는 것을 덜 두려워하는 것 같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을 덜 필요로 했으며, 그렇기 때문에 그 사람들에게 덜 의존함으로써, 그들을 덜 두려워하고 그들에게 덜 적대적일 수 있다. 그러나 아마도 가장 중요한 점은 그들이 자신의 충동과 감정과 생각 등의 내적인 특성들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자기를 더 수용했다. 이처럼 심층적 자기를 인정하고 수용하면서 그들은 세상의 진정한 본질을 용감하게 지각할 수 있었고, 더 자발적으로(덜 통제적이고, 덜 억제적이며, 덜 계획적이고, 덜 '의지적이고', 덜 고의적으로) 행동할 수 있었다. 자기 자신의 생각이 '어리석고', 바보 같고, 기이할 때라도, 그들은 이러한 생각을 덜 두려워했다. 그들은 감정의 홍수에 빠지도록 자신을 내버려둘 수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평범하거나 신경증적인 사람은 두려움을 피하려 하는데, 이러한 두려움의 많은 부분이 자신의 내부에 대한 두려움이다. 이러한 사람들은 통제하고, 금지하고, 억제하고, 억압한다. 그들은 자신의 심층적 자기를 거부하고, 다른 사람들 역시 거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내가 말하고자 하는 요점은 내 연구 대상자들의 창조성이 그들의 전체성과 통합성에서 나온 부수적 현상이라는 점, 그리고 자기를 수용한다는 것은 이러한 전체성과 통합성을 가지고 있음을 함축한다는 점이다. 보통 사람들에게서는 내면에 심층적으로 존재하는 힘과 그것을 방어하고 통제하려는 힘 사이에 내란이 발생하는데, 내 연구 대상자들에게 이러한 두 종류의 힘은 덜 분열된 것처럼 보인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자기 자신의 더 많은 부분을 사용할 수 있고, 즐길 수 있고, 그것을 창조적인 목적에 이용할 수 있다. 그들은 자기 자신에게서 스스로를 보호하는데 시간과 에너지를 덜 낭비한다. 또한 개인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이러한 통합이 더욱 심층적 자기를 수용하게 하고, 그러한 자기를 더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깊이 자리잡은 이러한 창조성의 원천을 더 잘 이용할 수 있게 된다.
_ Maslow, A. H. (1971). The farther reaches of human nature. New York, Viking Press. 4, 5,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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