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리단길 루프탑] 서울 루덴스 + 내가 잘하던 게 뭐였죠?




조찬 프로그램을 마치고, 낯선 도시에 와 있으니 이방인이 된 기분이 듭니다. 서울 올라가야 하는데, 이 이방인의 기분이 썩 나쁘지 않아서 지대가 높은 까페에 들어왔는데 오, 오늘은 하늘이 맑네요... 미세먼지도 과하지 않으니 루프탑 바에서 맥주 한잔 하기 좋은 날씨네요. 기차 시간도 남았으니, (클릭 ☞) 서울 루덴스를 소개해 볼까요?



사촌동생이 "누나. 호텔 루프탑 바는 넘 비싸요. 그렇다고 일반 가게 루프탑은 시시해요. 옥상에 플라스틱 의자 몇 개 가져다 놓고 알전구 켜 놓았더라고요."라고 데이트 코스 고민을 하길래, 루덴스를 추천해 줬는데요. 가격도 착한 편이고, 경치도 좋은 데다, 작은 공간 안에 나름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 놓아서 봄밤의 운치를 즐기기에 좋아요.



루덴스는 경리단길 끝자락에 있는데요,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남산타워가 짠, 하고 반깁니다. 



운치 좋은 자리는 조금 일찍 가야 앉을 수 있지만~ 그냥 일반 좌석도 야경을 즐기기엔 나쁘지 않아요. 



벽면은 스크린으로 꾸며져 있어서, 흘러간 영화들을 상영해 주고요. 뭣보다 여기서 흘러나오는 음악들이 재미나더라고요. 



유니크한 전자음악도 흘러나오고, 첨 들어보는 제3세계 음악도 흘러나오고, 이날 귀를 사로잡았던 곡은 yaeji의 New York 93이었는데요. 



이 친구 음악을 듣는 순간, 음악으로 명상하는 친구네, 란 감이 왔습니다. 찾아보니, yaeji라는 아티스트였는데, 에너지 파동이 부드러우면서도 가붓하더라고요. 공기 흐름을 타면서 슥슥 리듬을 집어넣는 느낌이랄까. 



루덴스에 같이 갔던 J랑, A, Y 선생님 생각이 나네요.  사진은 기억을 복원하는 트리거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가끔 살다 보면 영감을 주는 사람을 만날 때가 있는데, Y 선생님은 그런 분이죠. 이 분은 내담자가 어둡고 축축한 내면의 방 안에 갇혀 있으면 이렇게 묻는다고 해요.


"어떤 생각을 붙들면 좀 나아지겠어요?"


"내가 잘하던 게 뭐였죠?"


요즘 들어서, 감정은 채널과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타고난 기질과 양육된 환경 등이 엉켜 붙어서 감정의 채널이 만들어지는데, 이건 어쩌면 컨트롤할 수 없는 '그렇게 되어지는 채널'인지도 몰라요. 하지만 사람은 언어로 기반으로 사고회로가 돌아가기 때문지금 잡히고 있는 감정 채널이 "음산하고 추운 11월"일지라도 "당신에게 어떤 감사한 추억이 있었죠?" "당신이 잘하던 게 뭐였죠?" "그래도 어떤 일이 참 다행인가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생각의 결이 바뀌면서 정서의 컬러도 바뀌거든요. 


논문에서 보면 14세 이전에 내가 잘하던 거 있죠? 그게 타고난 천성의 어떤 씨앗을 드러내 주는 사례가 많더라고요. 혹시 내가 뭘 잘하는지 모른다면 초등학교 통지표를 한번 보세요. 거기에 비밀이 있을지도 몰라요. "내가 잘하던 것"에 무궁한 가능성이 숨어 있는데, 어른이 되면서 점점 잃어버리게 되죠.


가끔 인생이 몰라서 재미있는 것도 같습니다. 저는 내향적인 사람인데, 사람 만나는 일을 계속 하고 있으니까요. 또 보람도 느끼고요. 우주가 저를 어디다 써 먹으려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감사하는 마음으로 가다 보면 어느 길목에 또 접어들어 있겠죠? 갑자기 홍시야가 보고 싶네요. 그녀가 말하길, 사람이 만나는 시점무대 위의 등장인물 1,  2처럼 정해져 있을지 모른다며 우리는 지구를 반 바퀴 돌아서 만난 거라며 깔깔대며 웃었는데요. ㅎㅎ



새벽 2시쯤 영업이 종료되는데, 손님들은 야경 보며 즐겁게 웃어도, 일하는 친구들은 다크서클이 내려온 얼굴로 지친 기색이 역력합니다. 삶이란 게 그런 거겠죠. 그들에겐 직장이니까요. 전 사실 방구석에서 마시는 맥주가 제일 맛나요. 문득 K 생각이 나네요. 하루는 놀러오라고 해서 갔더니, 거실에 텐트를 쳐 놓고, 천장에 야광별에 붙여 놓고, 음악을 틀어놓고 와인을 마시고 있는데, 혼자 살아도 참 운치 있게 잘 살고 있구나, 싶더라고요. 



경리단길 갈 때마다 호젓해서 자주 찾는 까페도 있는데요. (클릭 ☞) 까페 크라우드입니다. 



공간도 널찍하고 조용해서 책 보기도 좋고요. 집단 프로그램이나, 인터뷰 진행하기도 괜찮은 분위기죠.





뭣보다 이 집 달달하면서 촉촉한 티라미수랑 저 우유 진~하게 들어간 바닐라빈라떼가 맛나요. 



사진을 찍어도 분위기 있게 나오고요. 이 사진은 A가 찍어준 기억이 나네요. 월간지 진행하면서 인터뷰 사진 잘 나오는 장소가 늘 고민이었는데... 그때 정리해 둔 까페나 음식점 리스트가 꽤 되는데, 지금 보니 반 이상 문을 닫았네요. 무언가 꾸준히 한다는 게 참 어려운 일 같아요. 아무리 작은 가게를 해도요. 



며칠 전에 구본정 선배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길 나눴는데, 사람의 일상탄력성은 태도(attitude)에 있다는 데 고개가 끄덕여지더라고요. 태도는 내가 호흡 다음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자유의지' 일지도 몰라요. 그러니 다운될 땐 한 번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어떤 생각을 떠올리면 좀 나아지겠어요?"


"내가 잘하던 게 뭐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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