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잘못된 1%를 고치는 데에 에너지를 투여하기보다, 이미 잘 하고 있는 것을 더 강화할 때
제가 좋아하는 한 선생님이 있는데요. 하루는 부모도 더 이상 어쩌지 못하는 한 아이를 상담했습니다. 이 아이는 말끝마다 18을 라임처럼 덧붙이더래요. 3회기 이상 상담을 하면 신이라고 할 정도로 드롭되는(상담에 더 이상 오지 않는) 아이로 유명했는데, 벌써 12회기 이상 진행되었고, 요즘은 아예 상담 10분 전에 와서 앉아 있다고 합니다.
그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애가 하도 1818하길래 “너처럼 쫀쫀하게 18을 발음하는 건 처음 본다. 너 랩 같은 거 하면 잘할 거 같다.”라고 하니까, 애가 갑자기 눈에 생기가 돌더니 “저 사실 래퍼가 꿈이에요.”라고 하더랍니다.
그래서 그냥 지나가는 소리로 “그래? 그럼 한 번 해 봐.”라고 하니까 처음엔 약간 빼더니 자리에서 일어나서 블라블라 하면서 랩을 하더래요. 그래서 그건 무슨 노래냐? 했더니 본인이 작사를 했다네요.
그래서 “우와 너 진짜 짱이다. 담에 만날 땐 다른 곡으로 작사해 와.” 라고 말하고 까맣게 잊었는데, 다음 상담 때 진짜 새로운 가사를 써서 떡 하니 보여주더래요. 애가 얼마나 생기에 가득차서 “한번 들어보실래요?” 하던지 갑자기 진전되지 않던 상담이 급물살을 타게 되었답니다.
저는 발달심리학자인 매케덤스(Dan P. McAdams)를 참 좋아하는데요. 이 분은 일반적인 심리학자와는 다른 관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의 관점을 요약하자면 “대부분의 심리치료는 기능적인 손상 회복과 증상 감소에만 초점을 두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난 개인의 통합적인 삶의 긍정성을 일깨우는 데 더 의미가 있다고 본다. 잘못된 1%를 고치는 데에 에너지를 투여하기보다 이미 잘 기능하고 있는 것을 더 강화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는 게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는 훨씬 건강한 방식이라고 본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흠을 잡자고 들자면 누구나 다 이상하다.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그 이상한 부분이 더 두드러지는 거고, 건강한 상태에서는 그 부분이 좀 수면 아래 잠겨 있을 뿐. 찢어지고 파인 부분에만 집중해서 파고들어 봤자 나오는 건 아무것도 없다. 차라리 자리에서 일어나서 추고 싶은 춤을 춰라. 사람은 부분적 존재가 아니다. 부분적으로 일그러졌어도 총체적 인간으로서 잘 살아내면 충분하다.”
그의 말처럼 사람이 생기 있을 때는 잘못된 1%를 고치느라 연연해할 때가 아닌, 자기가 잘할 수 있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해내고 있을 때인 것 같습니다.
사람과의 관계도 그런 것 같아요. 그 사람이 좀 마음에 안 들더라도 잘하고 있는 면, 열심히 하려고 애쓰고 있는 점, 전보다 나아진 부분에 더 집중하고 칭찬해 주고, 기를 살려 주면 “아, 나도 인정 받고 있구나.” 싶어 관계도 더 친밀해지죠.
이런 태도는 자존감과도 긴밀한 관계가 있는 것 같아요. 저번에 프로그램을 나갔는데 누가 “자존감, 자존감하는데, 자존감이 뭐라고 생각해요? ”라고 묻더라고요.
자존감 뜻을 모르는 분은 사실 없을 겁니다. 있는 그대로 풀이한다면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이죠. 그런데 뭔가 일이 안 풀리거나 스스로가 초라하게 느껴질 때도 자존감을 갖기가 쉽지 않죠. 그래서 이렇게 대답해 드렸습니다. “자존감이란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기 자신의 편이 되어 주고, 스스로의 마음을 헤아려 주고, 안아주는 마음이죠. 자기 자신한테 조금만 친절해도 자존감의 수치는 꽤 올라가요.”라며 한 연구의 그래프를 보여 주었는데요. 어떤 분은 눈에 눈물이 글썽하더라고요.
사실 주체성과 자율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이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쓰다 보니 강점과 자존감에 관한 이야기 쪽으로 흘러가게 되었네요.
사람이 생기 있을 땐 과연 언제일까요? 그 비밀에 대해선 다음 시간에 이어서 써 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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