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연말이네요. 연말이 되면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해지죠. 하지만 전 이번 연말에 기분이 좋습니다. 죽을 뻔했던 강아지가 다시 살아서 펄떡펄떡 뛰어다니고 있거든요. 그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한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연말 모임 많이 하시나요? 연말이면 연락오는 그룹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정말 남을 인연만 소롯이 남은 것 같아요. 사실 이런 인연들이 진짜 인연이죠. 이해관계가 없어도 오래 볼 수 있는 사람들 :)
연말이라 여럿이 모일 땐, 장소 잡기가 신경 쓰이죠. 미리 예약해야 하고, 번거롭습니다. 전 강남파가 많으면 타이쇼에서, 강북파가 많으면 녁에 가자고 하는데요, 머리도 식힐 겸 오늘은 녁에 대해 포스팅해 볼게요. =) 이 집 가격이 착하지는 않지만, 분위기가 좋고, 뭣보다 음식이 맛나고, 북적거리지 않아서 좋습니다.
입구에 들어오면 빔 프로젝트로 꾸며진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오는데요. 전반적으로 약간 몽환적인 분위기입니다. 살짝 옛날 다방 느낌도 나고요. (클릭☞) 녁은 을지로 3가역에 내려서 직진하면 금방이지만, 간판이 없어서 헷갈릴 수도 있습니다. 직진하다가 화단과 네모난 등이 나오면, 아, 여기군... 이렇게 찾는 편이 나을 거예요.
단체석도 있는데요, 제가 귀찮아서 사진을 안 찍었네요. 대략 이런 분위기입니다. ^^
뭐 먹을래? 하고 물으니 "응, 네가 알아서 잘 주문해 봐." 이런 반응입니다. 여럿이 갔을 때 사람들은 왜 선택을 잘 안 하려고 할까요? ㅎㅎ 뭐 제 맘대로 주문해 봅니다.
녁은 식기도 참 예뻐요. 저 검은색 수저랑 포크는 티타늄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더라고요.
녁에서 제가 제일 맛나게 먹는 갈보치노 리조또가 나왔습니다. 비주얼은 좀 별로지만, 탱글탱글한 보리밥이 치즈와 버섯, 갈비 양념이랑 어우러져서 맛나요. 달콤하면서도 고소합니다. 다들 맛있다고 하더라고요.
이것은 다크카카오라구입니다. 넙적한 면이 독특하죠? 진하게 양념된 미트소스 간이 잘 배인 파스타인데요. 함께 간 지인이 "난 이건 별루양." 하면서 잘 안 먹더라고요 ^^ 취향 타는 메뉴인가 봅니다.
녁의 마레토마토는 소스가 끈적이지 않아서 좋더라고요. 무난하게 반응이 좋습니다 ㅎㅎ
소고기 샤프란 리조또입니다. 샤프란의 독특한 향과 레몬 버터향이 어우러져서 자꾸 먹다 보면 끌리는 맛이 있더라고요.
아란치오 까르보나라인데요. 수란을 폭 터뜨려서 비벼 먹으면 고소합니다.
다들 맛나게 먹기 시작합니다. 한 지인이 "있잖아. 내 옆 동료는 입에 칼 물었다. 입만 열었다 하면 내뱉는 게 남 비꼬는 거고. 이런 사람 심리는 뭐야?" 하고 묻습니다. 애착 공부를 하면서 여실히 느끼는 게 "사람은 자기가 대우받은 방식대로 남을 대우한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사를 살펴 보면 더 분명하게 느껴지는데요. 다음엔 내사에 대해 써 볼까요? 부모나 주변인들에게 비꼼을 당하며 자랐다면(비꼼이라고 해서 뭐 대단하게 비꼬는 화법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런 거죠. 컵을 떨어뜨렸는데... "그런다고 컵이 깨지겠냐?"라든지 "넌 손에 기름 묻히고 다니냐?" "눈은 장가 보냈냐?" 이런 식의 피드백을 받아왔다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이 익숙한 화법을 방패 삼아 타인을 비꼽니다.
물론 자기 자신에게도 이런 화법을 적용하는데요. 뭔가 실패했을 때 스스로에게 "이런 병신!" 류의 비꼼이 자동으로 내사되어 나오는 거죠. 그러니... 그냥 잘 비꼬는 사람을 보면 "좀 짠하다..." 라는 마음을 갖는 게 정신 건강에 좋습니다. 결국 그 자신이 대우받아 온 대로 타인을 대우하니까요.
이날, 술이 안 땡겨서 파인애플에이드를 주문했는데요. 사진을 보니 새콤달콤하면서도 시원한 청량감이 다시 느껴지네요 :) 아, 이 밤에 시험 공부하기도 싫고, 시원하게 한 잔 웟샷하고 싶네요.
옆에 앉은 지인은 로즈베리에이드를 시켰습니다. "맛 어때요?" 하고 물으니 장미향이 굿! 이라네요. 살짝 맛 봤더니 저는 그냥 그냥... ^^ 그런 맛...
쨘~ 하고 건배하며 웃음꽃을 피워봅니다. 이날도 추억 속 작은 판화처럼 남겠죠.
연말에 분위기 좋은 곳에서 모임하고 싶을 땐 녁! 추천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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