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조절] 내 마음의 불꽃, 잘 안 꺼질 때는?

 

집단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면 정서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힘이 있다는 걸 느낍니다.

 

예를 들어 “내가 화가 났던 일은?” “날 화나게 했던 사람은?” 등 분노감을 이슈로 진행하다 보면 마치 그때, 그 장소, 그때의 나로 돌아간 것처럼 생생한 화를 느끼거든요.

 

기억 회상에 따른 감정 변화 연구를 보면 우리 뇌는 내가 화가 났을 때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그저 상상 속 과거 회상일 뿐인데도) 전두엽의 활성도를 떨어뜨렸을 뿐만 아니라, 혈액 순환도 감소되었습니다.

 

참 아이러니하죠? 그때와 지금은 다른 시공간에 있는데, 질문 몇 개만으로도 그때의 장면이 3D 입체 화면처럼 생생하게 살아난다는 게 말이죠.

 

 

사실 공포 같은 경우는 특정 상황에 대해 거의 보편적으로 느끼는 감정이거든요. 우리가 귀신 영화를 보다가 같이 동시에 소리를 지르는 것도 비슷한 대목에서 공포감을 느끼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분노라는 녀석은 개인별로 특유한 점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서로 다른 대목에서 화를 내기도 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상사가 “기한 내 빨리 맞춰.”라고 말합니다. A는 “아 마감이 얼마 안 남았네.”라고 인지하고 일 합니다. 그런데 B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화가 납니다. “왜 이렇게 느려 터졌어. 꾸물대긴. 으휴, 한심해.” 어릴 때부터 이런 비판의 목소리를 듣고 자랐다면, 상사의 말이 나를 억압하는 독촉과 간섭으로 들려서 분노심이 생깁니다.

 

이렇게 나의 불편했던 과거의 경험을 자극해 불이 붙으면 다른 사람은 무심하게 지나가는 일도 나에게는 분노감을 유발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죠.

 

 

때론 소소한 일에도 화가 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음식 시킬 때 저는 누가 하나 시켜서 나눠 먹자고 하면 속으로 화가 나는데요.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뭐 저런 일로 화가 나지?” 싶을 겁니다.

 

하지만 주변 친구, 동료들이 다이어트 한다고 우리 하나만 시켜 나눠 먹자고 한 다음에 오히려 본인이 더 많이 먹는 일이 재반복되면 “한 그릇 시켜서 우리 나눠…” 라는 말만 들어도 화가 나는 겁니다.

 

반면 화가 날 일인데, 본인은 그다지 거슬려 하지 않고 지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분은 누가 잘못했는데도 화를 내지 않습니다. 당신이 과거에 힘들었을 때, 어쩔 수 없이 그와 똑같이 그런 적이 있었다는 겁니다.

 

 

이처럼 분노 같은 경우, 객관적인 속성보다는 그 상황에 대한 나의 평가나 해석이 개입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길을 걷는데, 누가 나를 치고 지나갑니다. 기분이 나쁘죠. 그런데 그 사람이 앞을 못 보는 분이거나 이제 막 걸음마하는 유아라는 걸 알게 되면 화가 수그러듭니다.

 

분노가 유발되는 상황을 보면 그것이 고의적인 것으로 느껴지거나, 아니면 나의 과거 어떤 불편했던 경험이 재반복 되는 경험을 했다거나, 상황적 스트레스로 인해 나 자신을 믿어주고 존중하는 힘이 감소해 있는 경우(이럴 때 역으로 화가 더 치솟아 오릅니다. 너도 날 무시해?), 억압된 나의 기제가 그 상황에 투사되어 있는 경우(나는 잘 참았는데, 저 자식은 왜 저래?) 등등 나의 인지적 해석이 버무려져서 화라는 불꽃이 더 활활 타오릅니다.

 

그래서 인지치료에서는 이를 오히려 역활용해, 분노 조절을 할 때 다양한 인지전략을 쓰는데요.

 

황제내경에서도 이런 인지전략을 활용해 분노를 다루는 방법에 대해 기술하고 있습니다.

 

 

 

저번에 클릭 ☞분노의 기저에는 〇〇〇〇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말았는데요. 바로 답은 “전지전능”함이었습니다.

 

전지전능함에 대한 욕구높은 자기 기준으로 이어지는데, 높은 자기 기준을 가진 이들일수록 사소한 일로 마음이 조금만 상해도 세상의 절반이 무너진 것과 다를 바 없는 적개심을 느끼고, 소소한 위기 앞에서도 좌절할 위험이 높다는거죠.

 

이 전지전능함은 통제력과도 연관성이 높은데요. 상황을 통제하고 싶은 내적 욕구가 클수록 변수가 발생했을 때 못 견디는 겁니다.

 

즉 통제력이 강할수록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면 화가 나고, 자기 기준이 높을수록 나 자신을 인정하는 데 인색해서 자존감이 떨어지고, 낮은 자존감은 다시 분노를 유발한다는 거죠(우리가 나 자신을 충분히 인정하고 있고- I 관점에서 무게 중심이 잘 잡혀 있으면- 화가 나는 상황에 대해 왜 저럴까? 하고 분리해서 볼 수 있지만, 자존감이 떨어질수록 Me의 관점에서 보기에 아니 도대체 저 사람이 날 뭘로 보고... 의 해석이 가미되어 화가 솟구칩니다.)

 

리더십에 대한 연구를 보면 감정조절을 잘하는 리더일수록 개인보다는 상황에서 문제를 찾고, 다음에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길(시스템)을 만드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Donal Winnicott은 이런 유아기적 전지전능함(높은 통제력과 높은 자기 기준)에 대한 갈망에서 홀가분해지려면 1) 우리가 어느 정도 실패를 허용하는 마음의 융통성이 필요하며 2) 고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힘든 과정을 끝까지 끌고 갈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가 통찰한 지점 중 제가 가장 매혹당한 부분은 바로 Normal Aggression인데요.

 

간단히 말해서 건강한 분노란 우리가 통제력을 잃을 만한 상황이나 어려움에 처했을 때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분노+ 나를 격려하고 다시 일어서는 힘까지 포괄하고 있다는 거죠.

 

건강한 분노는 단순히 분노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재생하는 힘의 저력까지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아, 멋지지 않나요? 황제내경에서는 이렇게 술회합니다.

 

“(지나치게) 생각하면 바른 기운이 정체되어 움직이지 않으므로 몸체가 막힌다. 이때 목(木)의 기운으로(건강한 분노로) 뚫어내어 떨치고 일어나 성장한다.” _ 거통론편(擧痛論篇)

 

그럼 이 분노를 어떻게 다루면 좋을지에 대해서는 다음에 좀 더 이어서 써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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