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화] 칼 융으로부터 배우는 번아웃 대처법 (15)

올 한 해도 한 달 남짓 남았네요. 시간이 어찌나 빠른지 ㅠ.ㅠ 요즘 코로나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거나 우울감에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으니, 백신이라도 하루빨리 개발되면 좋겠네요.

 

요즘 상담 분야도 코로나로 인해 위축되었고, 기업 교육은 zoom이나 기타 온택트 방식으로 넘어간 추세라, 저도 내년 봄쯤 책을 탈고 한 뒤에도 코로나가 꺾이지 않으면 온라인 쪽으로 넘어가야 할 것 같지만(그 전에 완성된 백신이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제가 개발한 프로그램은 상호작용하는 것이 특장점인데, 온라인에서는 아무래도 참여자들끼리 시너지가 잘 안 나니까요.)

 

아무튼 코로나가 하루빨리 물러가서, 언젠가는 블로그 독자님들과도 프로그램을 나눌 날이 오면 좋겠네요.

 

 

융은 인간이 심리적 고통을 겪는 이유 중 하나가 인생의 어두움과 맞닥뜨렸을 때,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없애려고만 하는 ‘애씀’에서 비롯된다고 보는데요.

 

주역에서는 밤과 겨울을 거부하면 삶의 균형을 잃는 것으로 봅니다. 해가 비추는 쨍한 낮도 좋지만 어두운 달이 있는 밤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거죠. 해도 좋지만, 달과 밤도 괜찮다는 마음가짐이 있을 때 대극의 균형을 잘 잡을 수 있다는 건데요.

 

돌아보면 그래요. 좋기만 하고, 나쁘기만 한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인터뷰를 할 때 당신 삶의 터닝포인트가 된 지점을 물으면, 좋은 일이 도리어 나쁜 일을 통해서 온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당장은 좋은 일 같지만, 우주의 모든 생명은 늘 돌고 변하여 한 모양으로 머물러 있지 않잖아요. 나중에 그 좋은 일이 어떤 계기로 인해 도리어 성장의 걸림돌이 되거나, 한계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일이나 인간관계도 그래요. 백퍼센트 내 마음에 쏙 드는 일, 사람이 있을까 싶어요.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분들에게 어찌하여 이 업을 가지게 되었냐고 물으면, 계획대로 순조롭게 착착 진행되어 왔다기보다는 이런저런 일이 연결고리가 되어 헤치고 나오다 보니, 하나의 사슬처럼 연결되어 지금 시점에 왔고, 또 이게 어떻게 변동될지 모른다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영혼과 마음의 나침판이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는 꾸준함이 공통된 의견이랄까요?

 

그리고 말이죠. 혹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에 작게나마 내 사업을 하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한 가지 팁을 드리고 싶은데요. 융이 말한 자기 개성화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자신만의 개성화를 이룰 수 있는 지점은 이미 그 시장에 진출한 경쟁자가 있어도 따라하지 못하는 지점=자신의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에서 나오는데요, 융에 의하면 이 개성화 과정은 처음엔 모방 속에서 흘러나오는 것 같아도 그 살짝의 오차, 틈새, 나만의 독창적 변환 속에서 탄생하기 때문에 개별적 고유의 지문과 같다는 거죠.

 

융은 말년에 무의식과 주역을 활용해 연구했고, 《주역과 심리학적 몸 ; I Ching and Psychologival body》에서 이러한 개성화의 과정을 담았는데요. 융이 인간의 성격 유형을 8개로 나눈 것 역시 8괘와 관련이 있다고 분석심리학자들은 해석합니다.

 

융은 우리가 자기 자신에게 편리하거나 좋은 기능적인 부분만 발달시킨 나머지, 자기 안의 투박하지만 순수하게 흐르고 있는 에너지의 심혼을 외면하면 그것이 역으로 신경증적 부분으로 확장되는 경우도 많다고 보는데요.

 

 

우리가 고유의 재능을 발휘하지 않고 살면 우리 심혼은 몸으로 이동하여(고통을 통해) 자기 개성화의 꽃을 피우길 무의식적으로 촉구합니다. 마치 타고난 개그맨이 내적 유머감각을 쓰지 않고 시장에서 스타킹을 팔고 있으면 우울이 오듯이요.

 

이처럼 능력은 자기를 사용해달라고 끈질기게 요구하는 거죠. 그러한 능력을 충분히 사용할 경우에만 이러한 요구가 멈춘다고 매슬로 역시 말합니다.

 

하지만 이 개성화의 과정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융은 사람들이 자기 안의 그림자를 두려워하는 것만큼이나 자기 안의 재능, 즉 심혼의 금을 꺼내어 쓰는 것도 상당히 두려워한다고 보는데요. 그래서 “그걸 내가 어떻게 해?” 하고 뒷걸음질치는 겁니다. 아니면 타인을 통해 투사하며 부러워만 한다든지요.

 

모기업에서 회복탄력성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고용 불안이 크다는 것을 느꼈는데요. 남 보기엔 대기업이고, 연봉도 세지만 내가 50이 넘어서도 이 일을 할 수 있을까?란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Flow”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내 안의 무의식을 의식화해서 자기 안의 금맥을 찾는 작업을 했는데요.

 

제가 프로그램을 통해 얻는 수확 첫 번째다들 자기 안에 오랜 시간 동면된 채 개발되지 않은 지점(특히 초등학교 통지표에 칭찬으로 남은 것)이 있다는 것

 

두 번째는 지금 여기까지 오면서 내 삶의 수레바퀴와 같은 흔적에 남들은 따라할 수 없는 심혼의 금맥이 한 가지씩은 있다는 것(특히 내가 겪어 온 문제, 불편함, 그간 업무를 해 오면서 해결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분야 혹은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지점)

 

그리고 이러한 첫 번째와 두 번째 합일 지점에서 나만의 오리지널리티(개성화)가 탄생한다는 거죠.

 

세 번째에고(ego)가 두려움을 느끼는 지점(고용불안감, 변화에 대한 두려움 등)은 내가 지향하는 가치를 발견하여 그 자리에 뿌리를 둔다면 완화될 수 있는 배짱이 생긴다는 것.

 

예를 들어서 내 삶의 가치가 자신과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이라면, 거리에서 호떡을 팔아도 내 호떡을 사 먹는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게, 나만의 호떡 조리법을 개발하는 힘이 생긴다는 것,

 

내 삶의 가치가 상생(相生)이라면 회사와 팀, 그리고 나의 개인적 이익을 조율하는 지혜로움이 생긴다는 것, 또한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내 가치가 성장이라면, 그러한 태도에 기반을 두고 내가 쌓아온 오리지널리티를 발휘한다면 상황적 부침 속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근력과 아이디어가 생긴다는 거죠. 이건 여러 인터뷰이 사례를 통해서도 제가 통찰한 지점이기도 합니다.

 

 

융은 사람은 전체성(wholeness)을 이루려는 성향을 갖고 있기에, 혼란스러운 대극의 구조 사이에서 긴장이 없어지면 도리어 정신적 에너지의 흐름이 막혀 균형과 조화를 잃게 된다고 보았는데요.

 

그래서 올라오는 여러 불안, 우울, 슬픔, 두려움이야말로 내 오리지널리티(개성화)를 향해 나아가는 촉매제인 셈이죠. 이걸 무시하고 삶에서 대극적인 요소 가운데 내 마음에 드는 부분만 발달시키고 나머지는 제거하려고 하면 인간 정신 본래의 온전성이 파괴되어 정신적인 문제로 이어진다고요.

 

이 글을 읽으며 “그래서 뭐 어쩌라고? 어떻게 내 영혼의 심혼을 발견하는데? 당장 먹고 살기도 바쁜데 응?” 이런 물음이 밀려온다면요. 그렇게 말하는 내 안의 나를 의식으로 불러와서 한번 물어보세요.

 

“그래, 그런 생각 들 수 있어. 나도 지금 여기가 최선이라고 생각해. 그런데 나는 이러저러한 강점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해? 우리 앞으로 잘해 보자. 언제라도 좋은 생각이 떠오르면 이야기 해줘.” 이렇게 올라오는 저항을 인격화해서 대화를 시작해 보세요.

 

무의식이 의식화될 때 비로소 의식은 치유되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에게 있어 안전함을 지향하려는 욕구는 사실 잠재력을 발휘하려는 모험보다 훨씬 강합니다. 그래서 매슬로 역시 모든 의식적 후퇴를 존중할 때 비로소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고 보거든요

 

무의식이 잘 안 열려서 대화하기 힘들다면 아래의 문장을 채워보세요 :)

 

나야. ______________ 해줘서 고마워.

 

나야. ______________ 에도 불구하고 잘 살아줘서 고마워.

 

나야. _______________ 해서 힘들지. 괜찮아질 거야. 사랑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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