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수감자인 유태인이었는가 아니면 감시병인 나치대원이었는가 하는 단순한 정보만 가지고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판단할 수 없다. 인간의 자애심은 모든 집단, 심지어는 우리가 정말 벌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집단에서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유태인 중에서도 나치대원보다 더 수감자들에게 가혹한 이들이 있었다. 카포로 뽑힌 이들이었다. 이들은 자신이 완장을 찬 것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타자의 고통에서 쾌감을 얻었다.
반면 감시병들인 나치대원들 중에서도 버려진 수감자들에게 줄 약을 사기 위해 적지 않은 돈을 자기 호주머니에서 지불한 것이 밝혀진 이들도 있었다.
나는 어느 날 감독이 은밀히 나를 불러 빵을 주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아침에 배급받은 빵을 아껴둔 것이 분명했다. 그것은 나를 눈물로 감동시킨 빵의 의미를 뛰어넘는 것이었다. 그는 그러면서 나에게 인간적인 ‘그 무엇’도 함께 주었다. 그것은 따뜻한 말과 눈길이었다.
고매한 인격을 가진 부류와 미천한 인격을 가진 부류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그들은 사회의 모든 집단에 들어가 있다.
착한 사람들로만 이루어진 집단, 혹은 악한 사람들만으로 이루어진 집단은 존재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순전히 한 부류’의 사람들로만 구성되어 있는 집단은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이다.”
_ 《죽음의 수용소에서》,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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