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돋보기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2021. 4. 30. 16:12
지난 번에 기러기 가족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기러기 가족일지라도 평소 화상통화, 전화, 이메일, 톡 등을 통해 수시로 접촉하고, 서로에 대한 ○○○○이 있는 경우에는 가족 간 유대관계가 무너지지 않았다고 해요(김기화, 2012). 여기서 ○○○○은? 가족이 서로에 대한 “안쓰러움”을 느끼고 있을 때였는데요. 이 안쓰러운 감정은 요즘 주목받는 감정이기도 합니다. 약해지는 유대관계를 강화하는 데 중요한 정서적 매개가 되고 있거든요. 안쓰러운 감정은 PTED(외상 후 울분장애)를 줄여주는 데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그거 아세요? 요즘 한국인 10명 중 6명이 만성울분을 토로하고 있다고 합니다(유명순, 2021). 아무래도 코로나19가 PTED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는데, 지금 당장은 어려..
마음돋보기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2021. 4. 23. 15:55
오늘은 삼각관계(triangles)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해요. 삼각관계란?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을 때, 불만이 생긴 한쪽이 당사자와 해결하기보다는 제3자의 대상에게 다가가 불만을 토로함으로써 불안을 회피하려는 역기능적 심리패턴인데요. 삼각관계는 가족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역동은 아닙니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일어날 수 있고, 직장 내에서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직장 내 뒷담화도 삼각관계의 일종인데요. 예를 들어 A, B, C가 있을 때 A와 B 사이에 트러블이 생겼다고 해 봐요. 이때 A가 제3자인 C에게 다가가 B의 험담을 합니다. C가 봐도 평소 B에게 문제가 있다고 느꼈다면, C는 본인의 불만도 털어놓을 겸 A에게 맞장구치며 동조합니다. 설사 C가 봤을 때 B가 잘못한 게 아닐지라도 평소 ..
마음돋보기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2021. 4. 16. 13:12
요즘 학교폭력 문제가 심각하죠. 세미나에서 어느 선생님이 한 사례를 들려주었는데요. 아이가 엄마한테 “엄마, 우리 반에 어떤 애가 있는데 걔를 학폭하는 애들이 빵셔틀 시키고 돈 빼앗고 때리는데, 나는 지켜보기만 했어. 내가 어떻게 하면 될까?”라고 물었다고 해요. 그러자 엄마가 이렇게 답했는데요. “남의 일에 신경 쓰지 말고, 네 공부나 해.” 엄마 입장에선 내 아이 일이 아니니까, 괜히 끼어들었다가 다칠까 봐 걱정되기도 하고, 당신도 먹고살기 바쁘니 남의 아이까지 챙길 여력이 없었던 거죠. 그날 밤에 그 아이가 목숨을 끊었습니다. 사실 친구 이야기가 아니라, 아이 본인 이야기였던 겁니다. 가슴 아픈 일이죠. 예전에 취재했던 경호업체 대표님이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요즘은 학폭 당하는 애들 보디가드해 ..
마음돋보기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2021. 4. 9. 13:35
삼각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다가, 오늘은 언어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해요. 가족 역동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게 언어거든요. 저희 아버지는 말을 예쁘게 하십니다(세상에서 말 예쁘게 하는 사람 상위 5% 안에 든다고 저는 자신합니다). 그래서 저희 부모님이 부부싸움을 하면 좀 어이없게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머니가 주로 공격하면, 아버지는 유머로 승화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Gottman 박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부부 간 대화를 5분만 들어도 향후 6년 뒤 이혼여부를 예측할 수 있다.” 그가 이혼하는 부부들을 연구해 봤더니 서로 경멸의 언어를 쓰더란 거죠. 한쪽이 경멸의 언어를 쓰면, 다른 쪽도 경멸의 언어로 피드백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결국 서로 경멸하는 언어를 주고받다가 이혼으로 간다는 거죠. ..
마음돋보기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2021. 4. 2. 13:22
예전에 한 기자가 영화감독 기타노 다케시에게 가족의 의미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고 해요. “가족이요? 글쎄요. 누가 보지 않으면 내다 버리고 싶은 존재가 아닐까요.” 말은 저렇게 해도 그에게 가족이란 더는 안 보고 싶을 정도로 미워도, 사랑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관계라는 것을 냉소 반 농담 반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어제 오랜만에 가족상담하는 선생님이랑 통화하면서 “저는 왜 다른 사람 이야기는 잘 들어주면서, 가족 이야긴 못 듣는지 모르겠다.”라고 한탄하자 그 분이 이런 현명한 답을 하는 게 아니겠어요. “뭐긴 뭐야. 서로 빚진 게 있으니, 받으려고만 하기 때문이지. 그냥 이 두 가지 버전의 변주곡이라고 보면 돼. 첫째.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니가 나한테 그럴 수 있어?’ 둘째. ‘부모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