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essay)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Ecriture(描法) No.080206 저는 누구나 내적 표상(表象)의 세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 세계는 꽤 강렬해서 시간이 흘러도 철 지난 달력처럼 내면에 걸려 있는 것 같아요. 예컨대 많은 걸 이루어도 내적 표상의 세계에서는 여전히 비닐하우스에서 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비닐하우스의 시절이 너무나 강렬해서 아무리 좋은 곳에 가도 그 시절이 내면에 판화처럼 걸려 있는 거죠. 대학 때 처음 올라온 스무살의 서울이 제게는 강렬한 내적 표상의 세계로 남아 있는데요. 여대생의 발랄함 같은 것은 티브이 드라마에나 있고, 뭔가 비릿한 현기증이 일던 그때. 장마철에 피어오르던 곰팡이꽃들, 아래층에 살던 백인 영어 강사는 만날 때마다 이상한 윙크를 던지고, 밤에는 윗집에서 싸우는 악다구니가 들리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