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스케치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산을 올라갑니다. 왜 올라가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생존 본능에 따라 열심히 올라갑니다. 열심히 올라가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죠. 왜 이렇게 올라야 하지? 일단 정상에서 보면 뭔가 보일 거야. 그런데 막상 꼭대기에 올랐는데, 안 보여요. 그냥 나에요. 내던져진 존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죠. 허무감이 밀려옵니다. 사람은 이때 쾌락으로 보상받으려고 합니다. 아니면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이상적 ‘거대 자기’를 세우고 끝없는 목마름에 스스로를 채근합니다. 하지만 강한 사람은 올라가는 것 자체를 즐겨요. 산이 험악할수록 숭고함을 느끼죠. 고여 있지 않음으로서 끊임없이 물음을 던지고 고민하고 행동함으로써 망각을 통해 내어맡기는 배짱을 가짐으로써 인간사에서 투쟁, 갈등은 절대로 사라질 수 없다는 걸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