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essay) 마음밑돌 대표 신은경
많은 작품을 무대에 올린 이만희 선생님에게 "좋은 공연의 요건이 뭐라고 생각하시냐?"라고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습니다. "한 트럭 운전수가 있어. 하루종일 고속도로에서 소변도 제때 못 누고, 열심히 물류 배달을 했어. 그렇게 고단한 일과를 끝내고, 딸내미가 준 티켓으로 공연장 의자에 앉았어. 그런데 졸리기만 하고,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거야. 포스트 모더니즘이 어떻고 저떻고, 인간의 실존적 의미가 어쩌고 저쩌고. 난 공연은 저잣거리에서 나왔다고 생각해. 내가 생각하는 관객은 피곤에 지친 가장이고, 트럭 운전수야. 그 사람이 공연장에서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모르게, 재미있게 그 공연을 즐길 수 있다면, 그리고 공연이 끝난 뒤 집으로 돌아갈 때 아주 작은 의미 하나라도 가져갈 수 있다면, 그게 좋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