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쉽게 상심하게 될 때 살펴볼 것들




며칠 전 삼청동을 걷다가 예쁜 액세서리 가게를 발견했습니다. 자그마한 가게였는데 매대에 특이한 문양의 귀고리와 목걸이가 요모조모 놓여 있었습니다. 주인으로 보이는 앳된 아가씨가 “어서오세요.”라고 수줍게 말하고는 고개를 숙여 한 켠에서 액세서리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같이 간 지인과 이것저것 구경하고 있는데, 한 손님이 “야, 이 귀고리 진짜 촌스럽지 않니?”라며 옆 친구에게 키득거렸습니다. 그런데 워낙 큰 소리로 말해서 제 귀에도 들렸고, 주인도 그 말을 들었는지 작업하던 손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 촌스럽다는 귀고리를 보니 작은 별이 박혀 있었는데 나름 앙증맞았습니다. 


목걸이 하나를 계산하고 액세서리 가게를 나오면서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이 귀고리 진짜 촌스럽지 않니?”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가게 주인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하고요. 그냥 ‘그건 네 생각이고~’라고 시크하게 듣고 흘릴지, ‘진짜 내가 만든 귀고리가 그렇게 촌스러울까?’라고 의구심에 빠질지, ‘아우, 오늘은 일진이 사납네.’라고 무시할지, ‘장사하다 보면 별의별 손님이 다 있는 거지.’라며 무덤덤하게 넘길지... 말이지요.


아무튼 제가 볼 땐 그 귀고리가 전혀 촌스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고, 같이 간 지인도 “그냥 무난하던데?”라고 말하는 걸로 봐선 “야, 이 귀고리 진짜 촌스럽지 않니?”라고 한 것은 그 손님의 취향이 담긴 판단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런 일부분적인 판단이나 비난을 들었을 때, 우리는 의외로 그것에 민감하게 반응할 때가 있습니다. 컨디션이 좀 저조하다든지, 혹은 일전에 비판을 들은 적이 있다면 그것이 연쇄 반응을 일으켜서 상대의 사소한 판단이나 비판도 내 존재에 대한 비난으로까지 확장되어 들어올 때가 있죠. 


심리상담가 Barbel Wardetzki는 우리의 자존감이 뭉개질 때는 의외로 사소한 비난 때문일 때가 많다고 말합니다. 특히 쉽게 상심하는 사람이라면 상대의 비난을 오직 나의 문제로 돌리는 경향이 높다고요. 


“야, 이 귀고리 진짜 촌스럽지 않니?”라고 말한 손님은 정말 그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고(이건 그녀의 취향 문제이죠.), 혹은 이 가게에 오기 전에 누군가와 싸워서 좀 짜증이 난 상태였을 수도 있으며, 가게 주인이 자신이 싫어하는 누군가와 닮아서 그것이 투사되어 그렇게 말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에 그 가게 주인이 이런 생각은 못하고 자신만을 의심하기 시작하면(‘아, 이 귀고리가 그렇게 촌스러운가?’란 고착에 빠지기 시작하면) 스스로 부족하다는 느낌에 끊임없이 괴로워하겠죠. 급기야는 “아니, 감히 내 귀고리를 촌스럽다고 말해? 보는 눈도 없는 것 같으니!”라며 분노하며 하루를 기분 나쁘게 보내거나 “저 손님 길 가다가 확 엎어져라!”라며 악담을 퍼부을 지도 모릅니다.


Barbel Wardetzki는 말합니다. 우리가 사소한 비난으로 자존감이 뭉개졌을 때, 객관적으로 정말 문제가 있지는 않은지, 혹은 상대가 문제인 것은 아닌지, 혹은 나의 내부 문제인지는 아닌지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요. 


잠깐 써 보고 넘어가 볼까요? 




1. 누군가에게 들었던 판단이나 비난을(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떠올려 봅니다. 




2. 객관적으로 그런 판단이나 비난이 일리가 있다면, 그 이유에 대해 써 봅니다.




3.  상대의 문제는 없는지 살펴보고 그것에 대해 써 봅니다.




4. 나의 내부적 문제는 없는지(내가 과잉 해석을 했다든지, 혹은 투사한 것은 아닌지, 방어기제 때문은 아닌지 등) 살펴보고, 있다면 그것에 대해 써 봅니다. 

---> 이 부분에 대해서는 용어가 좀 어렵죠? 다음 글에서 이 네 번째 문항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  




예전에 한 기타리스트를 인터뷰했을 때, 당신은 "연주할 때 자신을 아주 기쁘게 바라봐 주는 관객에게 집중하며 연주한다."고 말하던 게 생각납니다. 백 명이 그의 연주를 즐겁게 들어도, 하품하거나 무표정하게 바라보는 한 명의 청중(그는 단지 피곤했을지도 모르는데)에게 꽂히면 그날의 연주는 신이 나지 않기 때문이라고요. 


Barbel Wardetzki는 우리가 좋은 일, 긍정적인 일은 행운이나 우연 덕분으로 돌리고, 부정적인 일만을 자신과 연관지어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다 보면 부정적인 자기상만 굳어져서, 상대가 우리에게 미소를 지어도 기뻐할 줄 모르고, 칭찬해 주어도 인정받았다고 느낄 줄 모르게 된다고요.


이런 맥락에서 보면 자존감 강화란 거창한 게 아니라, 삶 속에서 발견되는 긍정적인 기호와 우리 자신을 연결 짓는 능력을 말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한 지인이 있는데 그는 미남도 아니고 스펙이 뛰어난 것도 아닌데 소개팅을 하면 항상 여자 쪽 반응이 좋은 편이었습니다. 비결을 물었더니 “난 나를 찬 아홉 명의 여자 대신 나를 엄청 좋아해 준 세 명의 여자를 떠올리고 소개팅에 임하거든 ㅎㅎ” 하고 웃는데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삶 속에서 발견한 긍정적인 기호와 자신을 연결 짓는 능력이 뛰어난 셈이죠. 


좀 더 쓰고 싶은데, 글이 길어지니 내부적 문제(사건의 해석과 투사에 대한 문제)는 다음 시간에 이어서 써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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