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세대 탐구] 나다움, 고유의 지문을 찾는 세대

 

분노 조절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다가 문득 쓰고 싶은 주제가 떠올라서, 오늘은 살짝 이야기를 선회해 볼까 합니다.

 

며칠 전에 기업 사보 담당자 분이 ‘MZ 세대 심리’란 주제로 원고를 써 달라고 해서 짧게 키워드를 뽑아서 써 주었는데요.

 

요즘 MZ 세대 탐구에 대한 열기가 뜨겁죠. 아무래도 사회 전반의 주축이었던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하면서 그 자리를 메꾸어 나가는 MZ 세대가 급부상했기 때문으로 보이는데요. 여러 매체에서 ‘MZ 세대가 왔다. MZ 세대를 잡아라. MZ 세대를 연구하자.’라며 MZ 세대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그런데 저는 MZ 세대가 갖는 특성이 비단 그들만의 리그에서 벌어지는 경향성은 아닌 듯합니다.

 

 

회복탄력성 프로그램 진행할 때, 보통 교육담당자 분이 직급별에 맞게 나눠 진행해 달라고 하는데요. 물론 조직에서 자리가 갖는 책임감과 특성은 직급별로 다릅니다.

 

하지만 조직이라는 그물망의 프레임을 빼내어 한 사람, 한 사람을 살펴보면 결국 ‘나다움’에 대한 열망, 나는 누구인가? 나 계속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보다 근원적인 자기 고유의 지문을 찾고자 하는 열망이 내재되어 있다는 걸 느끼는데요.

 

내 삶을 하나의 선으로 놓고 본다면 이 직장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과연 앞으로 나의 커리어에서 이 직장이 어떤 주춧돌 역할을 할 것인가? 내 소중한 삶을 이 직장에서 소비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이런 개인의 욕구와 가치관에서 출발하거든요.

 

 

미래학자 John Naisbitt는 “개인화가 앞으로 메가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는데요. 저 역시 본질적 치유는 ‘개인화’ 즉 ‘나다움’에서 시작된다고 여겨집니다. 

 

일전에 수입차 회사에서 모 기종의 차량을 구매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마케팅 차원에서 여러 서비스를 제공했는데요. 그 중 하나가 회복탄력성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을 소수정예 대상으로 기획해 서비스하는 것이었고, 제가 일하고 있던 곳에 제안이 들어와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차에 관심이 없던 저는 그 차량의 가격을 보고 좀 놀랐습니다. 도대체 이런 차량을 구매하는 고객은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을까? 경제적 구매 능력이 상당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요. 막상 참여한 구성원들을 보니 MZ 세대도 적잖이 섞여 있었고, 그냥 평범한 직장에 다니는 분들도 꽤 되더라고요. 본인이 좋아하는 차량 구입에는 돈을 아끼지 않지만 집에 세탁기가 없는 분도 있고(코인 빨래방 이용), 많은 나라를 여행한 이야기를 하는데, 자가 소유한 집은 없다고 하는 경우도 있었고, 나이 지긋한 분도 있었는데 당신은 질 좋은 것, 당신이 좋아하는 것에는 아낌없이 투자하지만 미니멀리즘을 지향하고 있어서 남편과 작은 집에 살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남들이 볼 땐 과소비하는 것 같아도 당신 나름으로 거품을 줄이고 실용적 소비를 하는 성향이 높고, 소유보다는 경험 중심의 소비, 내가 좋아하는 것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성향, 나머지는 공유하고 대여하는 것에 대해 거리낌이 없고 오히려 즐긴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극과 극의 소비성향 역시 ‘나다움’의 발로라고 생각합니다. 한정판을 찾고 주문제작 상품에 열광하는 것도 내 삶을 나만의 패턴과 무늬로 짜내고 싶은 열망, 기약할 수 없는 미래에 나를 맡기느니(어쩌면 미래가 너무 불안해서 역으로 이런 내재적 욕구 발동) 지금 현재, 노력 대비 보상을 받고자 하는 성향이 강하다는 것이죠.

 

퇴근 뒤에 회식은 불참해도 나와 코드가 맞는 살롱 기반의 커뮤니티에서 모여 수다 떨기, SNS에서 인종, 나이, 직업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기호에 맞는 이런 느슨한 연대를 바탕으로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것 역시 세상이 요구하는 어떤 개념화 된 자기에서 벗어나 ‘나다움’의 고유한 나이테를 찾고자 하는 네트워킹의 욕망에서 비롯된 발로겠죠.

 

기성세대가 보기에 MZ 세대는 왜 이렇게 이직이 잦고, 그렇게 개성 추구하면서 공기업, 공무원에 몰리느냐? 이런 회의적인 시선이 있을 수도 있는데, ‘나다움’의 관점에서 보면 MZ 세대에게 직장이란 실용적인 겉옷과 같은 겁니다. 이 겉옷이 튼튼하고 질 좋고 오래 가면 여전히 인기가 많을 수밖에요. 하지만 그 겉옷 안에 받혀입고 있는 옷은 여전히 ‘나답기를’ 꿈꾸는 겁니다. 그래서 퇴근 뒤에 부캐 개발에 한창이고, 조기 퇴직을 꿈꾸는 파이어족이 늘어나는 거겠죠.

 

이런 흐름의 뒷배경에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미래를 보장할 수 없는 세상, 남들은 얼마를 벌었네, 하는데 막상 재테크를 해도 자꾸 뒤처지기만 하는 것 같은 조급함 속에서 성공 같은 거 해서 무엇하랴, 내 삶이 소중하지, 하는 개인의 행복과 만족을 찾는 흐름이 생겨나는 겁니다. 이건 심리학적으로도 의미가 있는데요.

 

Kennon M. Sheldon과 Sonja Lyubomirsky가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이사를 하거나 룸메이트를 바꾸는 등 자신의 생활 환경을 개선시킨 사람들보다 새로운 동아리에 가입해 활동하는 것처럼 자신의 활동을 개선시킨 사람들의 행복이 더 오랜 시간 지속되었습니다.

 

사회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유목민성으로 정리하는데요. 즉 21세기 인간 유형은 비단 MZ 세대뿐만 아니라 유목민적인 성향이 강하다는 거죠. 자기 고유의 집을 갖고자 하나 어디든 이동 가능하고, 주요 오아시스와 네트워킹되어 있고, 그러나 그 관계가 무겁지 않고 가벼우며 언제든지 열려 있고 접속 가능한데, 사회적 목소리를 내고자 한다면 한데 뭉치기도 하고, 다양한 삶과 만남을 추구한다는 거죠.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저는 앞으로 개인의 의미체험이 더 중요한 시대가 올 거라고 느끼는데요. 자기 자신의 감정에 대한 깨어있음. 이런 영적 연결 능력이 결론적으로 ‘자기 강화’로 이끄는 물줄기가 되어 준다고 여겨지기 때문에(앞으로 인공지능 시대에는 웬만한 것은 무인 시스템이 가속화될 것이고, 개인은 기본 소득이 보장되더라도, 도대체 내가 왜 살아야 하며, 얼마나 건강하고 의미 있게 내 삶을 가꿔 나갈 것인가?) 이런 ‘나다움’에 대한 열망은 더욱 강해질 거라 보여집니다.

 

최근 신경증, 노이로제가 급증하는 추세인데요. 노이로제의 기저가 뭔지 아시나요? 나의 고유한 영혼, 이러한 내적인격을 도외시하고 외적인격(Persona)과 지나치게 동일시될 때 그 격차에서 벌어지는 무의식적 현기증이거든요.

 

이런 무의식적 현기증을 잘 다루려면 현상계의 밑그림에 지나치게 마음을 빼앗기지 않고 본질적 생명력과 접속이 필요합니다.

 

오늘은 온라인상에서 절친이지만 인친 끊고 로그아웃하면 굿바이 하는 세상, 오늘은 행복하지만 내일은 어떻게 상황이 지속될지 모르는 세상, 무엇 하나 확실한 게 없고 믿을 수 없는 결핍 안에서 역으로 변치 않는 영혼의 정수를 마음속에 지니고 사는 삶이 필요하다는 거죠. ‘나다움’을 통해 그토록 만나고 싶어 하는 길은 무의식적인 참나(Self)와 궁극적으로 이어져 있으니까요.

 

요즘 《도마복음》에 관심이 많은데, 도마복음삶이 육신 안에 있을 때 내가 어떤 정신과 태도로 살아갈 것인가, 그 구체적 각성의 길로 이끌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마침 철학자 윤홍식 선생님이 《도마복음》을 해석한 책을 세상에 내놓았네요. 윤홍식 선생님 강의는 유튜브에도 많이 나와 있는데, 대중이 알기 쉽게 맥락을 잘 잡아 설명하는 분이죠. 저도 주문한 책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번 주말에는 요 근래 구입한 등받이 쿠션(독서할 때 굿입니다)에 파묻혀서 완독할 예정입니다. 우주고아 같은 마음이 든다면 《도마복음》의 세계로 초대하고 싶네요  :)

 

 

 

제 신간도 나와서 소개해 드립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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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깊은 눈 | 신은경 - 교보문고

내 안의 깊은 눈 | 나 자신과 있을 때 삶의 질을 높여주는자기연결감을 강화하는 28가지 심리학적 통찰나를 지탱해주는 자기연결감 강화 프로젝트월간 《좋은생각》 기자로 10여 년간 일하며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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