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 개념화된 자기로부터 빠져나오기




지난번에 클릭  수용전념치료(Acceptance & Commitment Therapy : ACT)에서 대해 이야기했었죠? 심리적 공간 확보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하다가 만 것 같은데요. ACT에서 심리적 공간 확보를 위해서는 ‘개념화된 자기(conceptualized self)로부터 빠져나오기’를 권합니다.


개념화된 자기란 스스로를 “나는 ○○다.”라고 규정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예를 들어 “나는 초라하다.” “나는 감정의 기복이 심하다.” “나는 가난하다.” “나는 무능력하다.” “나는 게으르다.” 등등 이렇게 개념화된 자기는 우리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부여하는 ‘관념의 나’입니다. 


이 ‘개념화된 자기’는 심리적 경직성을 증가시키는데요. 예를 들어 “나는 실패자다.”라고 했을 때, 과연 내가 24시간 365일 항상 실패자이기만 할까요?


ACT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이 ‘나는 X다.’라고 말할 때, 당신은 결코 전체의 진실을 표현하지 못한다. 당신이 X가 아닌 때가 분명히 있다. 개념화된 자기에 대한 일관성은 한편으로 편안함을 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혹독하리만치 ‘동일성’을 지향하는 데서 오는 숨 막힘을 선사한다.


우리가 개념화된 자기를 스스로에게 부여하기 시작하면, 그러한 관점에 해당하는 사건들이 지속적으로 일어납니다. 예를 들어 자신을 희생자라고 개념화하면 어떤 식으로든 지속적으로 희생자가 되고 만다는 거죠.


소년원에서 나와 방황하던 한 남학생이 있었는데요. “나는 무가치한 인간이에요.”라고 하니까 천종호 판사님이 이렇게 말했대요. “너는 유기견 치치 밥을 누구보다 잘 챙겨주니까 치치한테는 하느님 같은 존재이고, 할머니 병원 갈 때 모시고 가니까 할머니한테는 둘도 없는 귀한 손주이고, 다시 재범하지 않고 이렇게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하는 모습 자체가 후배들한테는 롤모델이지.”


천판사님은 직관적으로 알아차린 거죠. “나는 ○○다.”라고 말했을 때, ○○은 삶의 전체적인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요.


인터뷰를 해 보면 “나는 ○○다.”라는 개념화된 자기에 빠져 있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물론 직업적인 면에서 “나는 ○○다.”라는 자부심을 갖고 프로페셔널하게 일하는 모습은 멋집니다. 하지만 일을 하지 않을 때도 “나는 ○○다.”라는 데에 사로잡혀 있는 경우를 보면 심리적인 경직성에 빠져 있다는 것을 여실히 느껴요.


제가 인터뷰로 만나서 반해버린 수녀님이 계시는데요. 아가다 수녀님은 큰 장충체육관에서 수천 명을 울리고 웃기는 파워를 가진 분이지만 사적으로 만나면 “나는 유명한 수녀다.”라는 권위의식이 전혀 없습니다. 그냥 동네 언니처럼 어찌나 소탈한지 몰라요. 몇몇 이름 있는 수녀님을 인터뷰했지만 아가다 수녀님처럼 ‘개념화된 자기’에 사로잡혀 있지 않은 분은 드문 것 같아요.


<논스톱>, <내조의 여왕>을 연출한 김민식 PD님도 “나는 PD입네.”라는 권위의식이 전혀 없으시죠. 그냥 소년 같은 눈망울로 재밌게 이야기할 때면 그냥 동네 오빠 같은 느낌입니다. <남극의 눈물>을 연출한 김진만 PD님이 인터뷰 때 그러더라고요. “민식이 형 정도면 어깨에 힘 줄 만한데 후배들한테도 참 겸손해요.” 


<비타민>에 나와서 의학상식을 전하는 김종엽 선생님도 “나는 의사다.”라는 권위의식이 없으십니다. 김종엽 선생님을 뵈면 그냥 막 기분이 좋아집니다. “저도 잘 모르겠는데, 가르쳐 주겠어요? 어, 그건 제가 좀 아는 건데 알려드릴까요?”라는 열린 마음을 가진 분이거든요.


예전에 제가 잡지사에서 담당하던 한 필자 분은 핀란드에서 사업을 하시는데,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하루는 유명 그룹의 CEO 분이 저녁을 초대해서 갔는데, 초대받은 사람들이 정말 다양했어요. 동네 정육점 주인, 식구들 머리 깎아 주는 이발사, 심지어 지난번에 정원에 불이 났을 때 불 끄러 온 소방사 등등... 다들 편안하게 어울렸죠. 우리나라 같으면 CEO가 초대하는 자리는 온통 CEO들밖에 없는데 말이죠.”


아무튼 이야기가 좀 옆길로 샜는데요. ^^


ACT에서는 “나는 ○○다.”라는 ‘개념화된 자기’에 사로잡히면 삶에 대한 유연성과 탄력성이 떨어져 여러 불안장애를 유발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개념화된 자기’로부터 인지적 탈융합을 권합니다. 


인지적 탈융합이란 생각을 판단하지 않고 그저 관찰하는 것이랍니다. 생각은 그저 생각일 뿐이라는 것을 지속적으로 알아차리는 거죠.


예를 들어 “나는 게으르고 무능력해.”라고 자기 개념화하게 될 때면 “나는 게으르고 무능력하다는 생각을 믿고 있네.”라고 전환해 보는 거죠.


ex) 나는 나약하다.

---> 나는 나약하다는 생각을 믿고 있네.


나는 너랑 헤어지면 죽어버릴 거야.

----> 나는 너랑 헤어지면 죽어버릴 거라는 생각을 믿고 있네.


자기개념화가 올라올 때, 한번 알아차려보세요. =)


나는 _______________ 이다.


나는 ________________ 라는 생각을 믿고 있네.



ACT에서는 자기개념화가 일어날 때면 ‘외재화 기법’을 쓰기도 하는데요. 예를 들어서 “나는 ○○(멍청이)야.”라고 할 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 보는 거죠. 


○○(멍청이)에 색깔이 있다면 어떤 색인가?

○○(멍청이)에 크기가 있다면 얼마나 큰가?

○○(멍청이)에 모양이 있다면, 어떤 모양인가?

○○(멍청이)에 힘이 있다면, 그 힘은 어느 정도인가?

○○(멍청이)에 속도가 있다면 얼마나 빠른가?

○○(멍청이)에 표면 질감이 있다면, 무엇처럼 느껴지는가?


이렇게 나라는 참존재와 ○○(멍청이)를 분리해 봄으로써 나=멍청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려 보는 겁니다. 


더 쓰고 싶은데, 너무 글이 길어지니 오늘은 이만 줄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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