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실] 마음의 공간 갖기





어제는 지인이 “언제 행복해요?”라고 물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좀 골똘하게 생각했을 텐데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작업실에 있을 때요.”라고 답했습니다. 


작업실을 얻게 된 이유는 제 게으름에 있습니다. 집에 있으면 눕고 싶고, 자고 싶기 때문에 (강아지 옆에 느슨하게 누워서 게으름 피우는 게 일상의 행복한 낙이거든요. 또 식구들과 수다를 떨면 한두 시간은 훌쩍 지나 있으니까요.) 집과는 좀 분리된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었습니다.


생각보다 대학원 공부가 타이트한 데다, 외부 프로그램 활동을 하면 작업실에 자주 못 올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작업실에 있으면 나만의 요새에서 마음껏 읽고 쓸 수 있어 행복합니다. 


위 사진 속 공간이 제가 쓰는 곳인데요. 노트북 하나, 스탠드 하나, 책걸상 하나가 전부이지만 바로 옆에 테라스도 있고, 피곤하면 쉴 수 있는 간이침대도 놓여 있습니다.


문득 요즘 들어 누구나 자신만의 소중한 공간이 있다면(마치 다친 고양이가 자신의 몸을 구석구석 핥아 치유하듯이) 충분히 재생할 수 있는 힘을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 뭔가 기사가 안 써지거나 일하기 싫을 때면 연남동 경의선 숲길을 걷곤 했습니다. 당장은 마구 얽혀서 잘 안 풀리지만, 그곳을 좀 걷다가 들어오면 다시 힘이 모여 있을 때가 많았거든요. 


제 주변에 산후 우울증에 빠진 친구가 있는데요. 이 친구가 재능도 많고 참 멋쟁이인데, 아이를 낳은 뒤로 하루종일 집에만 있고 모든 쇼핑은 인터넷으로 하고, 사람도 안 만나다 보니 그 환한 얼굴이 생기를 잃어갔습니다. 그런데 지난 번에 보았는데 얼굴이 밝아져 있었습니다.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느냐고 물어보니까 주말이 되면 아이를 남편에게 맡기고 집 앞 까페에서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대요. 고작 서너 시간에 불과하지만, 마음의 공간을 갖고 그곳에서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한다는 게 치유 그 자체였던 거죠. 


그만큼 사람에겐 물리적인 나만의 공간을 갖는 것, 그곳에서 내적 힘을 기를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무용가 김형희 선생님의 안무를 좋아하는 건, 그녀의 춤에는 일반 현대무용이 갖는 꽉 짜여진 세련됨은 보이지 않지만, 투명한 공간이 있기 때문입니다. 살짝 느슨한 듯하지만 자연스럽게 완성되어지는 멋스러움이 있습니다.


(클릭☞)홍시야 작가의 그림에 매료되는 것 역시 그녀의 그림은 뭔가 우주의 여백 속에서 노닐 듯이 즉흥적으로 배어나오는 지점이 있거든요. 그래서 마음의 숨구멍을 갖게 되죠.


요즘은 혁오의 노래에 빠져 있습니다. 오혁 군의 목소리에는 공간이 있어서 참 좋습니다. 사람 목소리에도 이렇게 공간이 있어서 여러 감정들을 투명한 물그릇처럼 담을 수 있구나, 하고 새삼 느낍니다. 


생각난 김에 한번 들어볼까요?





한 후배가 “언니, 마음의 공간이든 물리적 공간이든 돈이 많아야 가능한 거예요,”라고 말했는데요. '사장으로 산다는 것'이라는 칼럼을 인터뷰할 때 만난 분들 중에는 물질적으로 풍요로운데도 무언가에 쫓기듯이 초조한 에너지를 갖고 있는 분들이 꽤 있었고, 몇몇은 공황장애나 불안장애를 갖고 있다고 (Off the record)로 토로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클릭☞)[ACT] 심적 공간을 갖는다는 것, 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심리적 공간을 갖는다는 건, 마음의 자정 능력을 믿고 내어맡기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니까요. 


저작물에 대한 링크는 허용하나무단 복사  도용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by persket.com All rights reserved





이 글을 공유하기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