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볼 만한 곳] 아담하지만 널따란 서울미술관

 

 

길었던 휴일은 그간 못 만난 몇몇 지인들을 만나다 보니 금방 다 가버렸네요. 아쉬워라. 간만에 집에서 뒹굴거리다가 '아, 그래. 블로그를 까맣게 잊고 있었지.' 싶어 책상 앞에 앉았는데....

 

 

 

 

이 녀석이 슬금슬금 다가옵니다. 놀아달라고... 공을 던지니까 번개처럼 가져 옵니다. 몇 번을 반복해도 지치지 않네요. "오늘은 미세 먼지가 심하니까 그냥 집에 있자."라고 하니까 저런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ㅎㅎ 열두 살 치고는 동안이죠? 건강하게 살자, 해피야.

 

 

 

 

 

 

며칠 전엔 서울미술관에 다녀왔습니다. '까페 소사이어티 전'이 열리고 있었는데요. 금산갤러리에서 보고 기억에 남았던 마츠에다 유키(Matsueda Yuki) 작품이 있다고 해서 기대하고 갔지만, 딱 세 작품만 걸려 있어 조금 아쉬웠습니다.

 

 

 

 

 

마츠에다 유키는 <문화 즐겨찾기>라는 코너 글을 쓰면서 알게 된 작가인데요. 2차원의 평면 이미지를 3차원의 세계로 훅 잡아당기는 듯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껍질을 깨고 튀어오르는 계란, 비상구에서 탈출하는 사람, 달력에서 솟아오른 날짜 등, 영원히 평면으로만 머무를 것 같은 이미지들이 그의 작품 속에서는 예상을 뒤집고 날아오르죠.

 

 

재밌는 건 위의 비상구 탈출 이미지가 사실 실패에서 비롯된 작품이라고 해요. 평소 그는 철과 금속, 합성수지 등으로 작품을 만들었는데, 하루는 열 처리를 하다가 부품이 플라스틱판에 눌어 붙으면서 작품을 망치고 말았답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까 눌어붙어 늘어진 부분이 꼭 뭔가 탈출하는 듯한 형상 같았다고 해요. 이후 그는 탈출 시리즈를 만들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킵니다.

 

 

 

 

 

 

사실 탈출 시리즈가 나오기 전에 그는 주목받지 못한 작가였습니다. 이제 그만 작품활동은 포기하고 취직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이 탈출 시리즈가 각광받게 되면서 그는 생활의 안정을 얻게 됩니다. 실패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작품을 만들어내지 못했을 테고, 어쩌면 지금의 그는 없었을지도 모르죠.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미술은 굉장히 딱딱한 거라고 여겼어요. 이렇게 하면 안 되고, 저렇게 하면 안 되고, 룰도 많고. 굉장히 얽매여 있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땐 룰을 따라가거나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며 작업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지금은 자신의 신념을 가지고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여러 인터뷰이들을 만나면서 느낀 건 그들이 분명히 훌쩍 뛰어오른 지점이 있다는 거예요. 그때의 변곡지점을 보면 기존의 룰과는 다른 '자기다운' 어떤 지점을 발견할 때가 공통적인 것 같습니다. 남들이 다 하는 방식이 아닌, 자기만의 세계를 본 거죠. 마츠에다 유키 역시 그런 지점을 만난 게 아닐까요?

 

 

 

 

 

 

작품들을 볼수록 재미있죠? 뭔가 발랄하고 경쾌한 느낌도 들고요. 마츠에다 유키 외에도 여러 작가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요. 기억에 남았던 몇몇 작품들은...

 

 

 

 

 

정은별 작가의 <도대체 왜>입니다.

 

 

 

 

 

뒷모습을 보니 뭔가 자기만의 문제로 얽혀 있는 현대인의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그런 생각이 듭니다. 하나의 완결된 장면 뒤에는 무수한 시침핀이 꽂혀 있는지도 모른다고요.

 

 

 

 

 

이 작품도 기억에 남네요. 솔채 작가의 <Choice-G>인데요. 가만히 보면 모든 문들이 열려 있죠. 예전에 누군가 "많은 기회를 가지고 있으면 뭐 해. 그걸 선택하지 않는 수만큼 후회하게 되는데."라고 말했는데, 이 작품이 그 말을 오롯이 잘 드러내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안으로 들어가니 까페 모양의 인테리어로 요모조모 꾸며져 있습니다. 까페, 하니까 문득 생각나네요. 대학원 선생님의 논문 주제가 "가질 수 없어 원하게 되는 청춘"인데요. 20대 청년들이 고시원에 살면서 삼각김밥으로 때워도, 휴일에는 예쁘게 차려 입고 가로수길 까페에서 밥값보다 비싼 차와 조각케이크를 먹는 이유가 뭘까요? 된장녀라고 탓할 수만은 없는 게, 그렇게라도 삶의 윤기를 갖고 싶은 마음 때문이겠죠. 잠시나마 삶의 배경지를 바꾸고, 일상에서와는 다른 색다른 나를 만나고 싶은 그런 마음.

 

 

 

 

 

찰칵, 사람들이 다양한 포즈로 사진을 찍습니다. 저도 사진을 찍어 주고, 찍혀 봅니다.

여기저기 조명이 예뻐서 얼굴도 반짝반짝.

 

 

 

 

2층으로 올라갔더니 오치균 작가의 작품도 보이네요. 음, 오늘은 시간적 여유가 많으니, 나머지 이야기는 (클릭☞)  2편에 이어서 쓸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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