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과 남자





아주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남자는 어릴 적, 

식탁에 앉아 무언가를 그리던 

자신에게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것을 듣고 보아왔지만, 

그러한 세계는 

소년 시절의 식탁보다 가벼웠고, 

그를 제대로 지탱해 주지 못했다. 



때로 남자는 그 위에서 

시늉하는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그의 도화지는 조금씩 얇아졌다. 



그의 도화지는 

자신이 아는 곳에, 

그가 아는 방식으로 

조용히 잠들어 있었지만, 



낮이 되면 

희미한 그림자로 남아 

사라졌다. 



남자는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는 그 세계를 

망연히 

바라볼 뿐이었다. 



아주 오랜만에 

그는 식탁에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그리던 

그 소년을 

찾아가 보고 싶었다. 



그가 매일 그곳에 

조금씩 버려두고 왔던 

소년의 이름을 부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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