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성] 보헤미안 랩소디, 프레디 머큐리

 

 

 

<보헤미안 랩소디> 보셨나요? 전 퀸의 음악을 좋아해서 일찌감치 봤는데요. 제가 볼 때만 해도 영화관에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입소문을 타면서 요즘 흥행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

 

퀸 음악은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만큼 익숙한 곡들이 많죠. 대중적인 데다 기억하기 쉬운 멜로디를 갖고 있어서 그럴까요. 그런데 자꾸 듣다 보면 뭐랄까. 일반적인 대중음악에 비해서 좀 특이한 구석이 있는 것 같아요. 대충 들으면 심플한데, 듣고 또 듣다 보면 생각보다 구성이 복잡하달까요. 그래서 안 질리는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내용보다는 퀸의 명곡들이 쉴새 없이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와서 그것만으로도 행복해지죠. 관객 입장에서는 멋진 라이브 콘서트장에 와 있는 즐거움이 있으니까요. 아직 안 보신 분들이 있다면 보시길 추천해요.

 

 


이 수줍게 생긴 소년이 프레디 머큐리인데요. 예전에 신해철 씨의 고스트네이션을 종종 듣곤 했는데, 그날은 프레디 머큐리 특집 날인가 그랬을 거예요. 그때 신해철 씨가 이 분의 열렬한 팬이라 숨겨진 뒷이야기를 많이 들려줬었는데, 기억을 떠올려 보면... 프레디 머큐리가 콧수염 달고 무대를 휘젓고 다니는 거친 락뮤지션 이미지인데... 사실 굉장히 섬세한 성향의 소유자였다고 해요. 클래식이나 오페라, 발레 같은 장르에 유난히 관심이 많았고. 그리고 판타지 전설 같은 데도 관심이 많아서 퀸 초기 가사에는 '요정'이나 '괴물', '정의의 기사' 같은 단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작곡하는 것도 좀 특이한 스타일이었다고 해요. 피아노 앞에 앉아 머리를 싸매거나 고뇌하는 게 아니라, 멜로디가 떠오르면 녹음하지 않고 머릿속에 넣어둔 다음에 나중에도 그 선율이 남아있으면(선율이 휘발되면 허접해서 날아간 거라고 여기고 ㅎㅎ) 그제야 녹음하고 작곡을 시작했다고요.

 

프레디 머큐리는 70년대 중후반기에 전성기를 맞이했죠. 80년대엔 정신적으로 방황하면서 음악 작업에 소홀해지고 맙니다. 이 시기엔 게이클럽의 음악에 영향받은 가벼운 댄스음악으로만 일관하다가...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80년대 후반기부터 다시 창작열을 불태워 <Barcelona>나 <Innuendo> 같은 명곡들을 써냈죠.

 

 

예술하는 친구에게 Big 5 성격 검사를 해 보면 '개방성' 수치가 꽤 높게 나오는데요. (성격 검사는 약식으로라도 블로그에 한 번 올려볼게요. 한번 해 보세요 ) 사실 이 개방성이란 게 잘 발현되면 정말 세상에 귀하게 쓰이는데, 그렇지 못하면 사람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개방성, 하면 가장 특징적인 기질로 '광범위한 연상'을 들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서 우리에게 자동차, 라는 단어가 주어졌을 때, 개방성 수치가 높지 않는 사람들은 자동차에 연관된 단어들, 이를테면 핸들이나 좌석, 신호등 이런 걸 떠올리거든요. 하지만 개방성 수치가 높은 사람들은 앵무새나 모자 등 전혀 연관 없는 것들을 마구 떠올리는 기묘한 재능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의미의 네트워크 범위가 넓어요. 광범위한 연상을 한다는 거죠. 사고체계가 복잡하고 은유적이며 다중적이고 인습과 동 떨어져 있습니다. 이게 달리 말하면 창의성이죠. 그런데 정신분열형 수치가 높을수록 단어들의 의미가 이렇게 점핑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높은 개방성으로 인해 명성을 얻느냐, 망상가라는 오명을 쓰느냐 하는 건 어찌 보면 종이 한 장의 차이일지도 모릅니다.

 

프레디 머큐리를 보면서 저는 개방성 수치가 굉장히 높을 것 같은 추측이 드는데요. 예술가들은 개방성을 비롯해서 신경성 수치도 높죠. 신경성은 한마디로 누가 꼬집었을 때, 일반적인 역치가 5(아야) 정도라면.... 신경성 수치가 높으면 (아아아아아아야야야) 정도로 더 확연히 사물을 감각하고 반응하는 정도가 큽니다. 그래서 더 사물을 풍성하게 감각하긴 하지만, 뭐 사는 게 무던한 사람들에 비해서 피곤하고 힘들죠.

 

아무튼 말이죠. 프레디 머큐리를 만나면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이런 천재가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났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랄까요.

 

1. 영적으로 갈고 닦아라.

 

한마디로 개방성이 뭐냐고 묻는다면, 저는 무당기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영감을 잡아내는 안테나가 섬세하고 유독 길다는 거죠. 그러니 남들 눈엔 안 보이는 거, 못 보는 것도 듣고 느끼고 하겠죠? 그러다 보면 아무래도 정서적으로도 불안정하고 잡생각에 휘둘리는 경향성이 높습니다. 전 예술가는 아니지만 개방성이 꽤 높은 사람이라... 개방성의 빛과 그림자에 관심이 많습니다. 나중에 개방성 관련해서 인터뷰도 하고 싶고 책도 쓰고 싶어요. 암튼 개방성이 높으면 남들 무던하게 넘어가는 것에 대해서도 공허를 느낄 수밖에 없고... 그럴 때 무언가 사람이나 물질로 채우고 싶을 수 있는데... (프레디 머큐리도 무대에서 내려온 뒤에 느끼는 내적 공허에 계속 휘둘리죠.)  차라리 본인이 잘하는 걸로 채우길 권합니다. 뮤지션이라면 음악으로 화가라면 그림으로요. 자기 표현 도구를 가지고 있으면 아주 좋고, 그런 게 없다면 종교나 명상이나 마음 다잡을 수 있는 책들, 나만의 스킬을 무기처럼 지니고 다니길 권해요. 개방성이 높을수록 영적으로 갈고 닦을 수밖에 없는 게 숙명인 것 같습니다.

 

2. 감정과 생각을 나 자신과 분리해라.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 의지에 지배받는 것 같아도 사실 '감정'이나 '기분'에 의해 휘둘리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러니까 방청소를 하려고 할 때 "나는 방청소를 해야만 한다."라는 의지보다 "방이 깨끗해지면 아 상쾌할 거야."라는 기분 좋음에 더 몸이 반응한다는 거죠. 하지만 기분이 좋을 때까지 기다리다 보면 영영 방청소 못합니다. 이럴 땐 감정과 생각을 자연스러운 날씨쯤으로 여기고 나와 분리하는 연습을 하면 도움이 됩니다. 본래의 나는 날씨와 상관 없이 온전하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5, 4, 3, 2, 1! 숫자를 거꾸로 외치고 몸을 움직이는 겁니다. (개방성 높은 사람들 엉덩이가 너무 무겁습니다. 생각에 사로잡히기보다는 일단 움직여야 합니다. 뭣보다 하루 30분 이상 운동하면 정신건강에 아주 좋죠.)

 

3. 규칙적인 룰, 황금률을 획득해라.

 

개방성 높으면 규칙 이런 거 완전 싫어합니다. 하지만 그래서 외려 규칙적인 룰이 필요해요. 자기가 집중이 잘 되는 시간을 파악해서(내가 밤 12시부터 새벽 3시까지는 작업이 잘 된다면. 이 시간이 황금률의 시간입니다.) 나머지 시간에는 좀 느슨하게 보내더라도 12시가 되면 무슨 일이 있어도그 시간에 집중하는 거죠.

이렇게 일상생활이 무너지지 않게 하는 규칙적인 룰을 나와 협상해서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일반 사람들은 이런 룰 없어도 잘 살아요. 하지만 개방성이 높으면 규칙 이런 거 넘 싫어하기 때문에 막 살다 보면 프레디 머큐리의 길을 가기 쉽습니다. (무질서의 끝, 약물과 내게 도움되지 않는 진정성 없는 관계에 기댄다든지...)

 

암튼 프레디 머큐리는 하늘나라로 가 버렸지만, 그리고 어쩌면 이딴 거 다 필요없어! 난 굵고 짧게 살아서 만족해, 뭐 이럴 수도 있겠지만 ㅎㅎ

 

한마디로 요악한다면 개방성이 높은 사람일수록 (1) 영적으로 갈고 닦고 (2) 감정과 생각은 날씨 같은 것 나, 내가 아니라는 것 알아차리기(분리하기) 생각에 휘둘리기보다는 몸 움직이기. (3) 황금률 시간 파악해서 규칙적으로 몰입하기. 일상생활 관리할 수 있는 룰 정하기.  정도가 되겠네요.

 

굳이 개방성이 높지 않더라도, 위의 스킬은 모든 분들에게 어느 정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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