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징(freezing)] 고통을 말하는 것은 수치가 아니다.


이번 양진호 사건을 보면서 문득 제 시선이 머문 곳은 폭행당하던 피해자 뒤에 의자를 돌린 채 앉아 있던 직원들이었습니다.

 

비겁자다, 저러고도 월급 받으며 살고 싶으냐, 등신, 저렇게 방관했으니 더 활개를 쳤지...” 등등 그들을 비난하는 반응에 마음이 복잡해진 것은 사실 우리가 머리로 아는 것과 실제 그 상황 속에 있을 때의 나, 전혀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 나의 간격은 생각보다 꽤 크거든요.

 

사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는 분들이 이 간격 때문에 견딜 수 없어 하는 경우도 꽤 많습니다.

 

어떤 공포 상황에 처하면 이성적으로는 뭔가 해야한다는 걸 알면서도 좀처럼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반응을 freezing response(긴장성 부동(不動)이라고 하는데요. 이런 반응은 사실 우리를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방어기제입니다. 한마디로 얼음이 됨으로써 공포 상황으로부터 자신을 가까스로 보호하고 있는 신체 반응인 셈이죠.

 

피해자가 뺨을 맞고 있는 것을 보면서 나 같으면 죽빵을 날렸을 텐데. 젊은 놈이 패기가 없다. 저러니 얻어터지지…….” 이런 반응들은 아마도 피해자가 내 아들, 내 남편, 내 친구 같아서 분통이 터져서 하는 말이란 걸 알지만, 사실 좁은 업계에서... 게다가 나보다 과한 권력을 가진 사람이 폭행을 가할 때 freezing response가 나타나는 건 의식적이라기보다는 무의식적인 자연스러운 반응이었겠죠. 바보라서 그렇게 당한 게 아니고, 무의식은 그렇게라도 나를 보호하고 싶었던 거라 생각되네요.

 

다만 이렇게 강렬한 공포 기억이 뇌에 심어지면,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될 때(상대가 뺨을 굳이 안 때려도, 손만 위로 들어도) 몸이 떨리면서 freezing response가 일어날 확률이 높다는 거죠.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사건들은 강렬한 감정을 동반하는 만큼, 오히려 기억을 향상시켜서 때의 상황을 더 강렬하게 재생시키는데요(Abercrombie, Kalin, Thurow, Rosenkranz, & Davidson, 2003).

 

아무래도 뇌에 더 확실하게 각인이 되어야, 무엇 때문에 위험해졌는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었는지, 어떤 사람이 내게 도움이 되거나 해가 되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야 향후 중요한 사건을 예측할 수 있고, 추후 비슷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대응할 수 있게 하니까.

 

뇌가 우리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이러한 반응을 만드는 건 참 고마운 일인데, 사실 당사자 입장에서는 그런 마비된 상황이 고스란히 상처로 남습니다.

 

저는 이 분들이 상담실을 꼭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난 괜찮아. 그러게 왜 바보 같은 리플을 달았대. 그러니까 얻어터지지.” 외려 양회장 입장에 편승해서 내가 얼음땡이 된 것은 당연하다며 합리화하고 싶은 마음까지 들 수도 있습니다. 이것 역시 피해자가 가해자에 차라리 주어일치됨으로써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를 회피해버리고 싶은 기제에서 온 것이니, 이런 마음 또한 어쩌면 자연스러운 반응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무의식은 철철 피 흘리고 있을 겁니다. 폭행당한 피해자든, 그 모습을 방관하던 직원들이든 그 순간 내가 얼마나 공포스러웠는지, 고통스러웠는지 말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자기 고통을 드러내 말하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말하지 않는 것, 말하지 못한 것은 모두 무의식에 쌓여서 고스란히 돌아온다.”라는 융의 말에 저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사람 안에는 온전한 나, 치유될 수 있는 건강한 원형의 가 있으니까. 자기 고통에 대해서 침묵하지 말고 계속 말하기를 바래요. 자기 고통을 고백하는 것에 대해 수치스럽게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 누구의 반응과 평가와 폄훼에 상관없이 귀한 사람,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 절대적으로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래의 글은 박상규 기자님 페이스북에서 가져왔는데요. 마음 깊이 응원드리고 싶네요.

 

출처 : http://m.facebook.com/1000dogs?tsid=0.9253277138435875&source=result

 

후원 : http://www.neosherlock.com/don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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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호 회장님, 오늘은 두 개의 방에 대해 말하고 싶습니다. 회장님이 때린 강OO 씨를 만나러 간 날이 자주 떠오릅니다. 배 타고 몇 시간 더 가야했습니다. 그곳은 세상의 끝이었습니다. 강 씨는 바다로 둘러싸인 섬의 끄트머리 한쪽, 원룸에서 살고 있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많이 긴장해 있더군요. 그의 첫 말은 이랬습니다. “커피라도 한 잔 하시겠어요?” 회장님, 저는 이런 말을 참 좋아합니다. “커피나가 아니라 커피라도한 잔. 회장님, 이 디테일한 차이를 아십니까? 가진 게 많아 내놓을 것도 많은 사람은 보통 커피나 한 잔 하자고 말합니다. 반면 내놓을 게 없는 사람은 커피라도 한 잔이라고 말합니다. 가진 게 없어도 뭐라도 주려는 그 마음이 저는 참 좋습니다. 봉지커피라도 한 잔 내놓으려 부산하게 움직이는 사람의 뒷모습을 저는 좋아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강씨의 뒷모습을 담았습니다.

 

강씨는 인터뷰 내내 눈물을 참으며 말했습니다. 회장님, 이거 아십니까? 인터뷰 내내 강씨는 꼬박꼬박 이렇게 말하더군요. “양진호 회장님은요...” “회장님께서는...” “회장님이저라면 이 새끼, 저 새끼라고 칭했을 텐데, 강씨는 을 생략하지 않았습니다. 자기 내면의 상처를 말할 때도 말입니다. 착하고 순한 사람입니다. 회장님은 그런 사람에게 모멸감을 준 겁니다. 강씨가 섬에서 숨어사는 동안 회장님은 람보르기니를 타고 질주를 하셨지요. 원룸이 아닌 넓은 회장님 집에는 다실이 따로 있습니다. 거기에는 최고가의 보이차가 있지요. 어떻게 알았냐고요? 봉지커피 한 잔이면 되는데, 굳이 비싼 보이차를 따라주더라고, 차만 주면 될 텐데 굳이 또 이게 얼마 짜리다라고 과시하면서, 차를 줬다고 누군가 말하더군요. 그게 누구냐고요? (오늘은 여기까지만^^) 그곳에서 많은 부당거래가 이뤄졌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것도 여기까지만.^^

 

회장님, 저는 강씨의 원룸과 회장님의 지하 다실을 자주 생각합니다. 봉지커피라도 한잔 주는 마음과, 보이차나 한잔 하라는 과시의 마음도 생각합니다. 저는 이제 한국 검찰이 당신을 어떻게 대하는지 잘 살펴볼 예정입니다. 어제 검찰은 거짓말을 했더군요. 회장님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요. 그거 거짓말인 거 회장님이 더 잘 아시죠?

 

수사는 무슨 수삽니까. 그 사건이 몇년 동안 수사할 만한 일이나 됩니까? 무식한 나도 전말을 다 아는 사건인데, 똑똑한 검찰이 그 따위 걸 몇년간 수사한다고요? 수사를 한 게 아니라, 사건을 뭉갠 거지요. 회장님 수사했던 검사를 만난 적 있습니다. 그 검사님, 저에게도 거짓말 하더군요. “기억나지 않습니다.” 2개월 전 수사했는데, 기억에 없다고 합니다. 이제 회장님과 검찰, 쌍으로 묶어 보도하겠습니다. 준비 잘하십시오. 거짓말 하려면 검찰이랑 말도 좀 맞추시고요. 나중에 들통하면 개쪽이니까요. 개쪽 당하기 전에 어여 후원도 좀 하시구요. http://www.neosherlock.com/don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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