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맛집] 마르게리따가 일품인 모짜 + 그래, 네 말이 맞아


예전에 어느 분이 강아지 암투병에 억 단위 돈을 썼다는 말에 "미쳤구나."라고 고개를 저었는데요. 고양 간호한다고 사표를 쓰는 어떤 분을 보면서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회사까지 관두냐...." 라며, 대단하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막상 자기 일이 되면, 그 이해가 안 가는 일에 고개가 끄덕여지더라고요. 신부전 말기인 저희 집 강아지를 케어하면서 마음이 힘든 건 주위 사람들의 반응입니다. "해피가 아직도 살아 있어? 대단하다." "그냥 안락사 시켜." 


강아지 약 챙겨 먹인다고 모임이나 뒤풀이 못 간다고 하면, "강아지 약 챙긴다고 일찍 갔어? 넘 웃기다." "너무 개한테 집착하는 거 아냐?"라며 혀를 찹니다. 하지만 제때 약을 안 먹으면 강아지가 밤에 발작을 일으키거든요. 


사람들이 유별나다며 고개를 흔들 때, 이런 제 마음을 이해해 준 분도 있습니다. 제가 지도교수님한테 감동한 건, 새해에 보내주신 메일 속 작은 구절을 읽고 난 뒤였는데요. "강아지와의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귀하게 느껴져요.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과 지도교수의 인연을 맺게 되어 기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아요!"


인복 하나는 타고난 것 같습니다. 이런 교수님을 어디에서 또 만날 수 있을까요? 아무튼 말이죠. "그래,, 네 말이 맞아."라는 이 말 한마디를 듣고 싶어서 사람은 어쩌면 했던 말을 또 하고, 괜히 얼쩡거리고, 뒤에 가서 서운해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NLP 모임 마지막 날,  K 선생님과 (클릭 ☞) 모짜에 갔었는데요. 모짜는 제 단골 맛집입니다. ㅎㅎ 우연히 길 가다가 발견한 맛집인데, 이후에 갈 곳이 없으면 자주 가게 되는 것 같아요. 화덕피자가 정말 맛나거든요.


암튼 모짜에서 K 선생님으로부터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사례 하나를 들었습니다. 한 중년 여인이 있었는데요. 이 분이 억울한 일을 당한 뒤로 "오늘은 내가 그 사람을 꼭 죽일 거예요."라는 말을 끊임없이 반복했다고 해요. 약물치료 받은 지는 꽤 되었고, 차트에는 "망상증. 섬망 있음. 주의 요망"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이 분이 같은 래퍼토리를 반복할 때마다 다들 "또 시작했네."라는 반응을 보여왔다고 해요. 그런데 한 선생님이 이렇게 말했답니다. "그래요, 그 말씀이 맞아요. 그동안 얼마나 마음이 힘드셨어요?" 그러자 늘 분노만 하던 여인이 펑펑 울더랍니다. 신기한 건 그 이후로는 그 이야기를  반복하지 않더래요. 



모짜에서 이 이야기를 듣는데,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요즘 제 휴대전화 메인화면에는 "그래, 네 말이 맞아."라는 구절이 쓰여 있는데요.


내부의 말들은 사실 대부분 부정적으로 흐르기 마련입니다. 이것과 관련해서는 예전에 썼었는데, 우리 뇌는 기본적으로 방어에 유리하게끔 디자인되어 있기 때문에 나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부정적인 생각들이 막 올라옵니다. 그래야 미리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게 설사 망상에 지나지 않을지라도요.


내부에서 생각이 막 올라올 때, "그래, 네 말이 맞아. 얼마나 마음이 힘들었니?"라고 (클릭 ☞) 셀프토크 하면 에고(ego) 입장에서는 움찔합니다. '아니, 우리 주인님이 웬일이지?" 싶습니다. 사실 우리가 온전히 수용받은 경험이 풍부하지 않다보니 나 자신에게도 "그래, 네 말이 맞아. 얼마나 마음이 힘들었니?"라는 말을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내부에서 갑론을박이 일어나고, 자학 한 번 해 주고, 냉소 한 번 날려주고 그러다가 잡생각으로 흩어지기 마련인데, 처음에 생각이 올라올 때 "그래, 네 말이 맞아. 얼마나 마음이 힘들었니?"라고 하면 신기하게 생각이 더 이상 팽창되지 않습니다. 이게 수용의 힘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래서 수용전념치료(ACT)에서는 충분한 수용을 1단계 핵심으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모짜에서 3시간 넘게 수용에 대해서 이야길 나눴는데, 아 정말 보석 같은 저녁이었던 것 같아요. 


사진 속 저 고구마 튀김은 식전에 나오는데 정말 바삭바삭한 식감이 꿀맛이에요. 커민이 뿌려져 있어서 느끼한 맛을 잡아주기도 하고요. 





이 집에 오면 마르게리따를 주문합니다. 다른 피자도 맛있지만, 생모짜렐라치즈가 정말 입 안에서 살살 녹아요. 촉촉한 토마토 소스도 굿!



성북동 맛집을 소개하는 김에 분위기 좋은 까페도 하나 소개할까요?(클릭 ☞) 빌라드깜빠뉴라는 곳인데요. 



 자그마한 곳인데, 밑에 있는 수연산방은 알려져서 사람들이 많은데, 여기는 조용한 편입니다. 



이런 테라스도 딸려 있어서 날씨 좋으면 에이드 한 잔 마시며 수다 떨기 딱 좋죠.



내부도 분위기 있죠? 조명 색깔도 예쁘고, 클래식한 가구들도 눈에 들어옵니다. 



이 작은 탁자에서 책 보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이 사진을 찍은 날은 L과 함께 왔었네요. 에이드오랑주를 시켰었는데 맛은^^;;; 그냥 노멀합니다. 그래도 분위기가 좋으니까 ㅎㅎ




까페가 예뻐서 아무데서나 찍어도 분위기 있게 나옵니다. L, 네가 찍은 사진은 다 좋아. 고마워! 



수용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역시나 맛집으로 끝나 버려서 뭔가 두서가 없지만, 저는 이렇게 의식의 흐름을 타고 아무렇게나 끝나버리는 느낌을 좋아합니다. ㅎㅎ 일요일 밤이 저물어 가네요. "아, 내일이 월요일이란 말이야. 출근하기 싫다."라는 마음이 밀려오면 "그래, 네 말이 맞아. 요즘 많이 힘들지?" 하고 셀프토크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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