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트랙(backtrack)] 상대의 호감을 얻는 방법


저번에 (클릭 ☞) ‘영업왕’ 이야길 하다가 그 분들이 달변가라기보다는 백트랙(backtrack)를 구사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 했는데요. 오늘은 백트랙 이야기를 좀 해 볼까요?


예전에 친구들이 동시에 좋아하던 호감남이 있었습니다. 미남도 아니고, 유머 감각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지극히 평범한 남자였는데요.


지금 돌이켜 보면 이 호감남의 인기는 백트랙(backtrack)에서 온 게 아닐까 싶어요. 그러니까 보통 남자는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면


보통 남자 : 너 주말에 뭐했어?

이르고 : 집에 다녀왔어.

보통남 : 맛난 것 좀 먹고 푹 쉬다 왔냐?

이르고 : (주말에 엄마가 아프셔서 제대로 쉬다 오지 못했는데, 맛난 것 좀 먹고 푹 쉬다 왔냐? 라고 물어보니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런데 구구절절 말하기 싫어서 이렇게 말하죠) 아니. 집에 일이 좀 있어서 정신없었어.

보통남 : 다음 주말에는 뭐 해? 내 친구들이랑 너네 친구들이랑 같이 놀러 갈래?

이르고 : (주말 내내 울적했는데, 놀러갈 마음이 전~혀 안 생깁니다.) 아니. 

보통남 : 왜? 시간 안 돼?

이르고 : 피곤하니까 담에 이야기 하자.


그런데 이 호감남은 이렇게 대화를 합니다


호감남 : 너 주말에 뭐했어?

이르고 : 집에 다녀왔어.

호감남 : 집에 다녀왔구나. 

이르고 : 응, 집에 다녀오니까 주말 다 갔네.

호감남 : 그러게. 일요일 밤이네, 주말 다 갔다.

이르고 : 응, 주말에 정신이 없어서 잘 못 쉬어서 더 아쉬워.

호감남 : 잘 못 쉬었어?

이르고 : 응, 엄마가 아파서. (갑자기 술술 이야기가 흘러나옵니다.)

호감남 : 엄마 아프셔서 걱정 많이 됐겠다.

이르고 : 어, 그런데 지금은 좀 괜찮으시대.

호감남 : 좀 괜찮으셔? 다행이다.

이르고 : 걱정해 줘서 고마워.


둘의 차이를 좀 느끼셨나요? 호감남은 대화를 이어나갈 때 그냥 물 흐르듯이 상대가 하는 말을 ‘따라하며 되짚어’ 나갑니다. 하지만 보통남은 “주말에 집에 다녀왔다니, 엄마 차려 주는 밥 먹고 푹 쉬다 왔겠네.”라는 ‘자기 개념’을 가지고 대화를 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핀트가 어긋났죠. 사람은 자기 생각과 다른 말을 들으면 마음을 닫아버리는 거 같아요. 아무리 그 사람이 말을 술술 잘 해도, 내 생각과 감정과 다른 톤으로 이야기 하고 있으면 마음이 안 열립니다. 그런데 이 호감남은 자기 개념을 가지고 대화에 임하는 게 아니라, 물 흐르듯이 주욱 흐름을 타고 갑니다.


이렇게 흐름을 타면서 상대방의 말을 되짚어 가는 것을 백트랙(backtrack)이라고 하는데요. 


‘네.’ ‘예.’ ‘응.’ 등 맞장구를 치며 듣는 것도 좋지만, 백트랙은 보다 강력한 청취법입니다. 백트랙에는 몇 가지 방법이 있는데 가장 쉬운 것은 상대방의 마지막 말의 어미를 그대로 반복하는 방법이죠. 그리고 상대방의 말을 요약하거나 키워드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XX사에서 가격 인하 협상이 들어왔네요. 10% 정도 더 인하해 달라고 합니다. 어떻게 답해야 할지 일단 조건을 검토해 보려고 합니다.”라고 한다면,


마지막 말의 어미를 반복해 본다. : “, 조건을 검토해 본다고요.


요약한다 : “XX사의 가격 인하 협상에 대한 건이군요.”


키워드를 되뇐다 : ‘XX사, 10% 인하라...


이렇게 백트랙을 구사하면 상대는 “내 이야기를 제대로 듣고 있구나.”라는 인상을 받죠. 안심이 됩니다. 이때, 래포(친밀감)이 형성되는데요. 하지만 과도하게 사용하지는 마세요. ^^; 그러면 로봇 같은 인위적인 느낌을 줄 수 있으니까요. 그냥 물 흐르듯이 중간, 중간 쓰면 참 좋은 것 같아요. 


백트랙 이야기가 나온 김에 ‘페이싱(pacing)’에 대해서도 써 볼까요?


저는 H를 만나면 말이 막 빨라집니다. 이 친구가 두뇌회전이 빨라서 말도 빠르거든요. 처음에는 ‘어, 내가 왜 이 친구만 만나면 말이 빨라질까?’ 했는데요. 공부를 하다 보니, 상대에게 친밀감을 느끼게 되면 그 사람에게 페이스를 맞추고자 하는 무의식적 심리가 있더라고요. 


재밌는 건, 상대가 나에게 페이스를 맞추면 호감이 싹튼다는 거죠.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 공통점이 많은 사람에게 안정감과 친밀감을 느끼는데, 한쪽이 엄청 느린 말투로 조근조근 이야기하는데, 상대는 다다다~ 빠른 말투로 이야기하면 페이싱이 맞지 않습니다. 이런 두 사람이 만나서 회의를 하거나 소개팅을 하면 결과가 썩 바람직하진 않을 겁니다. 이미 페이싱에서 어긋났으니까요.


페이싱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관건은 상대의 ‘리듬’을 읽고 그 결을 같이 하는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페이싱에도 여러 방법이 있는데요.


(1) 자세와 행동을 비슷하게 


친밀감을 쌓기 위해 신체 움직임을 맞추는 거죠. 이걸 ‘미러링(mirroring)’이라고 하는데요. 미러링이란 거울에 비치는 것처럼 신체 움직임을 상대방에게 맞추는 겁니다. 


상대가 등을 꼿꼿하게 펴고 있으면, 나도 등을 꼿꼿하게 펴고 있습니다. 앞으로 몸을 기울이면 같이 몸을 기울이고, 고개를 끄덕이면 같이 끄덕여 봅니다. 상대가 웃으면 나도 웃고요. 


이렇게 쓰니까 흉내 내기랑 비슷한데, 흉내 내기랑은 또 달라요. 고스란히 그 사람 행동을 똑같이 하라는 게 아니라, 비슷하게 리듬을 타는 것으로 보시면 됩니다. 


(2) 말하는 방식을 비슷하게 


상대가 느긋하게 말하면, 나도 느긋하게, 빠르게 말하면 빠르게. 이렇게 목소리의 크기, 속도, 박자 등을 맞추어 보는 거죠. 상대와 나의 템포가 비슷하면 친밀감이 올라간 연구 논문도 꽤 많더라고요.  



(3) 그 외의 요소를 맞춘다.


언어 : 상대가 “니 밥 뭇나?”라고 하면 “뭇다.” 이렇게 상대가 쓰는 언어를 맞춰 주는 거죠. “나 오다가 쓰리 당했다.”라고 하면 “어머, 너 물건 잃어버렸어?” 이렇게 하는 게 아니라, 백트랙을 써서 “쓰리 당했어?”라고 하는 거죠. 


감정 : 감정의 강도나 기복을 맞추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상대방은 진지하게 말하고 있는데, 웃으며 가벼운 마음으로 이야기를 듣는다면 친밀감을 쌓을 수 없겠죠.


영업왕인 분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상대의 마음이 닫혀 버리면, 논리적으로 설득하거나 열의를 갖고 이야기해봤자 소용없다는 겁니다. 사람은 논리나 열의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거죠. 


아무리 논리적으로 매끄럽고 완벽해도 무의식적 친밀감이 생기지 않으면 더 이상 진전이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좀 더 친밀감을 불러올 수 있을까요?


이건 표상 시스템 이야기를 좀 더 하면 좋겠네요. 하지만, 글이 너무 길어지니까 다음에 써 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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