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킹] 가을에 걷기 좋은 곳, 서울 성곽길


가을이 되면 살랑살랑 걷고 싶어집니다. 문득 추천하고 싶은 길이 떠오르네요. 수종사 둘레길도 좋고, 장욱진 미술관 뜰의 길도 좋습니다. 대부도 해솔길이나 청주 청남대 길도 좋은데요. 멀리 가기 싫으면 서울 성곽길을 걸어도 좋습니다. 한성대 쪽에서 올라가는 성곽길은 한 번도 가 보지 못해서 이번에 도전해 봤습니다. :)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밥부터 먼저 먹기로 합니다. 예전에 가 보려고 했는데 브레이크 타임에 걸려서 못 가 본 '꿀맛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는데요. 오후 2시쯤 갔더니 손님들이 빠져서 한산한 분위기에서 식사할 수 있었습니다.



 (클릭☞) 꿀맛식당은 손님들이 북적이는 편인데요. 식당 문을 여는 11시 반쯤 가거나, 아니면 오후 2시 넘어 가면 기다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식당은 작고 소박하지만, 맛은 꿀맛입니다. 그리고 가격도 착한 편이고요. (스테이크는 만원 조금 넘는 선, 파스타는 9천원 선) 



이날은 토마토미트 파스타를 주문했는데요. 생토마토의 싱그러움과 독특한 소스 맛을 느낄 수 있어 감칠맛이 났습니다. 다만 소스가 짭짤해서 자꾸 물을 들이키게 되더라고요. ㅎㅎ



이 집의 대표 메뉴인 두겹함박스테이크도 주문했습니다. 두툼한 수제함박스테이크가 구미를 당겼는데요. 스테이크 아래층에는 체다 치즈가 깔려 있습니다. 소스가 달짝지근하면서도 풍미가 있어서 밥을 비벼 먹어도 맛나더라고요. 그래놀라가 뿌려진 샐러드도 아삭아삭해서 금방 다 먹어버렸습니다. 



한 장씩 뜯어 넘기는 달력이 벽면에 걸려 있었는데요. 카르페 디엠(Carpe diem)을 상기하기에 괜찮은 달력 같습니다. 세미나 때 '행복의 요건'에 대한 발제를 준비하면서 제가 깨닫게 된 건, 사람은 "지금, 여기"에 있지 않는 만큼 고통이 따른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미래나 과거에 사로잡혀 있을 때, 처음에는 장미빛 상상으로 시작되더라도 결국에는 부정적인 생각(기억)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가거든요. 뇌의 입장에서는 과거의 고통을 탐색해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혹은 미래의 위험을 미리 예방하기 위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기제라는데요. 이 부분에 대해 좀 더 궁금하시면, 이 영상을 보시면 도움이 되겠네요.




든든하게 먹고 이제 슬슬 올라가 봅니다. 한성대 쪽에서 올라가는 성곽길을 걷고 싶으면 한성대입구역 4번 출구로 나와 직진하다가, 우측에 저 혜화문이 보일 때쯤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면, 이런 성곽길 계단이 나옵니다. 




입구에 이렇게 한양도성 간판이 세워져 있는데요. 그럼 잘 찾아오신 겁니다. ^^



계단을 타고 위로 죽 올라가다 보면 다리가 나옵니다. 짙은 가을 냄새가 코 끝에 여실히 느껴졌는데요. 이런 분위기에는 When October Goes를 듣고 싶어집니다. 베리 매닐로우의 목소리도 좋지만, 감미로운 오혁 군의 목소리로 한번 들어볼까요?





다리를 통과하면 본격적인 성곽길이 나옵니다. 성곽길을 걷다 보면 머릿속이 맑아지는데요. 같이 간 친구도 오래된 돌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좋아서 마음이 씻기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이 돌턱에 앉아서 사진을 찍으면 매우 분위기 있게 나온답니다. 서울 시내 전경도 훤히 보이고요.



잠깐 쉬었으니 다시 살살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걷기의 장점은 생각을 좀 비울 수 있다는 점인 것 같아요. 우울증이 있는 내담자에게 권하는 게 "몸을 활발하게 움직여서 생각 비우기"인데요. 


우울증에는 인지 3인조 (cognitive triad)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자신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겁니다. 우울증이 있는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 때 내부귀인(내 탓이야) 하는 경향이 높습니다. 하지만 내부귀인(내 탓이야)을 할수록 우울이 더 악화될 뿐입니다. 그럴수록 자신에 대한 부정적 상(像)이 굳어져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잃거든요. 내 탓이라고 자책하고 싶을 땐 '나는 신이 아니다.' '나도 부족한 사람이다.'라며 스스로에게 숨 쉴 공간을 주세요. 


두 번째는 자신의 미래에 대해 비관적 사고를 하는데요. '뭘 해도 나는 안 될 거야.'라는 사고가 늘 밑바닥에 깔려 있습니다. 우울해질 수밖에 없죠. 이럴 땐 자기효능감을 높이는 게 좋습니다. 사실 우울증의 근원에는 '거대 자기'가 있다고 이야기했었는데요, "난 이 정도 삶은 살아야 하는데...." "나는 저런 삶을 살고 싶은데..." 라는 거대 자기가 있는데, 현실이 그렇지 못하니, 그 차이만큼 우울해지는 거죠. 이럴 땐 사과를 백 개 깎으려고 하지 말고, 그냥 하루에 하나 깎는 것만으로도 스스로에게 박수 쳐 주는 게 중요합니다. 미래의 일은 미래에 생각하고, 오늘 할 수 있는 분량 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해나가는 거죠. 


세 번째는 자신의 주변환경에 대해 부정적 사고를 하는 건데요. 이럴 땐 저도 스스로에게 거는 주문이 있습니다. 

"100% 건강한 사람은 없다. 100% 완벽 환경 없다일상생활에 불편하지 않으면 된다."

만약에 어떤 일이 혹은 어떤 사람이 일상생활을 하는 데 '장애'가 된다면 그때는 그 부분에 대해 상담을 받으시거나, 보다 적극적인 액션이 필요하겠죠. 치료든, 이직이든, 독립이든, 헤어짐이든, 법적 해결이든지요. 당장 해결이 안 되더라도 노력하고 있다는 것(ing), 그 과정만으로도 스스로에게 큰 힘이 되니까요. 



벤치에 앉아서 사진도 찍고 목도 좀 축여 봅니다. 저 벤치에서 나눴던 대화들이 공기 중에 고스란히 스며 있겠죠? 이곳을 돌면 내리막길이 나오는데요. 



이 내리막길을 따라서 조금만 더 가면 장수마을이 나오고, 그 다음엔 낙산공원에 도착하게 됩니다.





낙산공원에서 더 내려가면 동대문 쪽으로 빠지는 길이 나오더라고요. 흥인지문을 넘어 갈까 하다가, 성북동에 가고 싶은 까페가 있어서 다시 원래 위치로 돌아오기로 합니다.



올라갈 때는 올라가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내려갈 때 보니까 놓친 풍경들이 곳곳에 보이더라고요. 어렸을 때 할머니 집에 가던 골목 풍경이랑 닮아서 찍어 보았습니다. ㅎㅎ 사람은 추억이 담긴 장소로 가면 그 시절의 나로 돌아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일까요. 부부치료를 할 때 진행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가, 연애하던 시절에 함께 자주 가던 곳을 다시 가보게 하는 겁니다. 지금 당면한 문제에서 좀 떨어져서 서로가 그 시절, 얼마나 소중했는지, 그때 애틋했던 때와 접촉하게 하는 거죠.




이렇게 성곽길을 산책한 하루가 :)  힘들 때 기분 좋은 안전지대가 되어 주겠죠? 트레킹을 마치고 찰칵, 인증샷을 남겨 봅니다.


혼자 걷기도 좋고, 같이 걷기도 좋으니 가을에 성곽길 산책 한번 떠나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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