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시야] 바라는 대로 되지 않으면 다 끝났다?


엘리스(Albert Ellis) 박사가 말한 (클릭☞) 비합리적 신념들을 죽 살펴보고 있는데요. 


사실, 이러한 비합리적 신념은 의식적으로는 말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무의식적으로는 나도 모르게 하고 있는 생각들입니다.


엘리스가 박사가 말한 비합리적 신념 중 또 하나를 살펴보자면...


(5) 내가 바라는 대로 되지 않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이러한 신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예전에 어느 분이 그러더라고요. 젊었을 때 이 분이 사법고시를 오랫동안 공부했는데요. 그 당시에는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내 인생은 이제 끝났다.”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십여 년 넘게 공부를 했는데요. 결국 합격하지 못했습니다. 이 분이 상심해서 죽으려고 어느 암자에 갔는데요. 


어느 스님이 마치 그가 여기 온 이유를 아는 것처럼 “인생에 기회는 또 온다.”라며 선문답처럼 말하고 사라지더래요. 


하지만 죽으려고 왔으니, 죽어야겠다고 그는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서 준비해 온 약을 들고 암자 뒤에 산꼭대기에 올랐는데요. 갑자기 스님이 한 말이 자꾸 생각나더래요. “인생에 기회는 또 온다.”


그런데 갑자기 눈물이 나면서 여태 자기 자신한테 잘해 준 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더래요. 가난한 집에 장남으로 태어나서 오로지 공부밖에 살 길이 없다고 생각하고 앞만 보고 달려 왔는데, 남들처럼 꽃구경 한번 못 가 보고 이렇게 나 자신과 헤어지는 게 서글픈 생각이 들더랍니다. 


그래서 자기 자신의 이름을 부르면서 그랬대요. “oo아. 미안하다. 너한테 내가 해 준 것도 없고. 정말 미안해.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너를 죽일 권리가 없는 것 같아. 네가 살고자 하는 만큼 나도 최선을 다해 볼게.”


이렇게 자기 자신을 붙잡고 한참을 울다가 산에서 내려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나서는 뭐든 마음 가는 일이면 도전하면서 살았대요. 처음에는 ‘내가 왜 이런 일을 해야 하지?’라는 자괴감이 들기도 했지만 스스로를 낮추고 뛰어들었답니다.


그렇게 중소기업에서 눈칫밥 먹으면서 경력을 쌓다가 어느 정도 그 분야의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꿰게 되면서 자기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사업이 번창한 뒤에는 심장병 아이들에게 기부를 시작합니다. 이 무렵에 제가 인터뷰 요청을 드렸었는데요.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하더라고요. “나는 세상에 이름이 알려지길 원하지 않는다.”라고 하면서요.


그래서 인터뷰를 포기하고 다른 분을 그때 섭외했었는데요. 몇 년 후에 어느 목사님 소개로 모임에 갔는데, 이 분이 자리에 있는 겁니다. 제가 인사하며 그때 섭외 전화를 여러 번 했다고 하니까 활짝 웃으며 반가워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죽 하는데, “신 기자님. 아직 젊어서 모르겠지만, 살다 보면 죽고 싶은 순간도 옵니다. 그런데 그때가 가장 큰 변화가 오는 시기에요. 당장은 바라는 대로 안 되면 인생이 끝난 것 같지만, 그 시기를 잘 넘기면 새로운 길 위에 있는 나를 볼 수 있어요. 그 새 길로 접어들려는 힘이 필요한데, 바로 나를 엄청나게 믿어주고 사랑해 주는 힘이 있어야 진흙탕에서 나올 수 있습니다.


그때 들은 이야기들이 잊혀지지 않아서 그날 일기에 막 썼던 기억이 납니다. 훗날 마음이 어려워서 휘청거릴 때, 이 글을 읽어 보고 싶어서 다시 정리해 봅니다. 그리고 누군가 또 이 글에서 힘을 얻어 가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한 일이겠죠. 


갑자기 문득 이런 생각도 듭니다. ‘내가 바라는 대로 되지 않은 것은 끔찍한 일.’이라면 “그럼 바라는 대로 되면 무조건 행복할까?”라는 물음도 생기는데요.


한 선배 언니가 있었는데요. 그녀의 꿈은 치과의사였습니다. 그런데 수능을 망쳐서 치의예과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다른 과에 들어갔는데요. 대학을 2년 정도 다니더니 휴학을 하고 수능 준비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역시나 계속 치의예과에 도전했는데 떨어졌습니다. 한 번은 그러더라고요. “치의예과에만 가면 수명이 십 년 단축되어도 상관없어.”라고요. 그만큼 간절했는데요. 졸업 후에 회사를 다니면서도 계속 수능을 준비하더니 2008년에 드디어 붙었습니다. 


치대를 졸업한 뒤에는 대출 받아서 여의도에 치과를 개업했는데요. 얼마 뒤에 만났더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치과도 서비스 업종인데, 손님들 끌어오는 마케팅 수완이 부족한 데다 위생사와 조무사를 관리하는 것도 큰 스트레스라고 했습니다. “치과 의사만 되면 소원이 없겠다.”라고 노래 부르듯이 말했었는데, 본인이 그렇게 꿈꾸던 일을 하는데도 너무 힘들어 보였습니다. 


몇년 뒤, “더 이상은 못 하겠다.”라고 힘들어하더니 교포랑 결혼해서 지금은 독일에서 전업주부로 살고 있습니다. 전업주부야말로 본인 적성에 딱 맞다면서 저한테 너도 독일로 오라며 소개팅을 주선하겠다고 하는데요 ㅎㅎ


아무튼 말이죠. 사람이 어떤 것을 강렬하게 바라기 시작하면 터널 시야(그것밖에 눈에 안 보여서, 그것이 실패하면 내 인생이 다 끝날 것 같은 두려움)에 갇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사법고시를 공부했던 그 대표님은 청년 시절엔 ‘합격’이라는 것밖에는 눈에 안 보였을 겁니다. 그리고 선배 언니 역시 삼수, 사수를 할 땐 ‘치의예과’라는 ‘목표’밖엔 눈에 안 보였을 테고요. 


당시에는 그것밖에 눈에 안 들어와서 실패하면 내 인생이 끝날 것만 같아도, 사람이 살다 보면 인생에 기회는 다시 오고, 그리고 그 기회는 내가 집착하는 것을 내려놓을 때(혹은 그것이 정말 끝지점까지 가서 더 이상은 집착할 수 없는 단계까지 가야) 다가오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보네요. 


암튼 이야기가 자꾸 옆길로 새는데요. 인지치료에서는 어떤 문제(이슈)가 생겼을 때, 자동적 사고(나도 모르게 떠오르는 생각)를 따라가면서 내가 어떤 비합리적인 신념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체크해 봅니다. 


이럴 때 보통 구체적인 질문을 통해 스스로를 체크해 보는데요. 대표적인 몇 가지 질문에 대해서는 다음에 이어서 써 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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