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합리적 신념] 잠깐, 마음 멈추기 3



지난번에 엘리스(Albert Ellis) 박사가 말한 (클릭☞)  비합리적 신념들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오늘은 그녀가 말한 나머지 비합리적 신념들을 살펴볼게요 :)


(4) 모든 문제는 완벽한 해결책이 있다. 완벽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파국이 온다.


예전에 어느 다큐를 본 적이 있었는데요. 책상이나 의자 같은 고체의 사물도 육안으로는 안 보이지만, 그 단면에는 무수한 입자의 파동이 있었습니다. 겉으로 볼 때는 칼로 자른 듯 반듯해 보이지만, 그 단면에는 미세한 입자들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는 거죠.


고체의 사물도 이렇게 균일하게 고정되어 있는 게 아닌데, 우리를 찾아오는 문제가 과연 고정되어 있을까요? 문제가 움직이고 있는데, 고정된 해결책이 있을까요?


사실 내 마음이 불안할수록 완벽한 해결책을 찾고 싶어집니다. 불안의 강도가 더해질수록 그런 방법을 찾지 못하면 파국이 올 것 같은 두려움이 올라오기도 하고요.


하지만 상담 공부를 하면서 또 내담자들을 만나면서 제가 얻은 통찰은 아래와 같습니다. 


“당신이 지금껏 싸워 온 심리적 문제들은 여전히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문제들이 어떤 형태로 남아 있든 당신이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데 방해되지 않는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세상에 문제가 없는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문제를 충분히 ‘허용’하면서도, 거기에 휘둘리지 않고 내가 ‘가치 있게 생각하는 방향’으로 ‘의지를 갖고 나아갈 때’ 사람이 조금씩 변화하게 되는 것 같아요.


남편이 자주 술을 마실 때마다, 알코올 중독이 될까 봐 걱정이 되어 공포와 불안이 올라오던 부인이 있었습니다. (이 사례는 오픈된 사례라 공개합니다.) 사실 부인 입장에서는 남편이 술을 줄이거나 끊는 게 가장 완벽한 해결책이겠죠. 하지만 술을 좀 끊으라고 부인이 말할 때마다 남편은 잔소리로 들을 뿐, 술을 계속 마십니다. 부인 입장에서는 미칠 노릇인 거죠. 남편이 술 마실 때마다 당신 마음이 너무 불안하니까요. 


이때, “남편이 완벽하게 술을 끊어야 모든 게 끝난다”라는 완벽한 해결책에서 벗어나 “남편이 술을 마실 때마다 죽을 것 같은 공포와 불안이 올라오는 내 마음을 ‘조금이라도 완화시키기’”로 부인이 유연하게 접근해나가자, 일상생활을 하는 데 덜 불편해지기 시작합니다.


사실 부인의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자였고, 그런 아버지로 인해 가정이 붕괴된 아픔을 겪었던 부인 입장에서는 남편이 술을 마실 때마다 다시 그러한 상황이 반복될까 봐 견딜 수 없는 공포와 두려움이 올라왔던 거죠. 이럴 땐 유년의 불안했던 나와의 정서적인 접촉이 필요합니다. 시멘트 바닥처럼 차가웠던 그 시절, 아버지의 역한 술 냄새, 벌벌 떨던 어린 나에게 다가가 그 아이가 얼마나 그때 외롭고 아팠는지 충분히 그 마음을 충분히 읽어주고 따뜻하게 안아주는 거죠.


이러한 작업이 충분히 진행되면, 남편이 똑같이 술을 마시더라도 예전처럼 그렇게 죽을 것처럼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까지는 안 듭니다. 부인 입장에서는 상황을 받아들이는 눈이 조금 더 편해진 거죠. 정서가 안정되자 부인의 잔소리 결도 달라집니다. “이 인간아. 술 좀 그만 마셔!”라고 남편에게 매일 소리를 질렀었는데 분노가 줄면서 억양이 다소 부드러워진 거죠. 


모든 관계는 상호작용이기 때문에 처음엔 남편이 술을 마셔서 부인이 잔소리를 했지만, 부인이 잔소리를 하니까 남편이 술을 마시는 악순환 패턴이 반복되었는데.... 부인이 잔소리를 줄이고 걱정하는 듯 태도가 바뀌자 남편도 슬그머니 술을 마시는 빈도가 줄어갑니다. 


이렇게 부인이 ‘조금 모자란 듯한 미진한 기분(남편이 백퍼센트 술을 끊어야 속이 시원한데, 그렇지 못하더라도)을 수용하면서’ 남편이 술 마실 때마다 미칠 것만 같은 자신의 마음을 충분히 돌볼 때(일상생활에 보다 잘 적응할 수 있게) 변화의 시작이 열린다는 거죠. 


엘리스 박사가 지적했듯이 “모든 문제는 완벽한 해결책이 있다. 완벽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파국이 온다.”라는 전제를 갖기 시작하면 상황을 경직된 눈으로 바라보게 되고, 급기야는 모 아니면 도라는 극단적 선택까지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저도 약간 완벽주의 성향이 있어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문제에 끈끈하게 사로잡힐 때가 있는데요. 그럴 때마다 이런 인지 구조를 다시 세워 봅니다. 


1. 완벽하지는 않지만, ‘지금 상황에서 최선인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2. 완벽하지는 않지만, ‘보다 더 나은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그리고 이럴 땐 (클릭☞) ‘사자의 생각’ 도 떠올려 봅니다. 



나는 ___________를 못하겠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___________________________



나는 ___________를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아는 것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음, 오늘도 비합리적 신념 하나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길어지고 말았네요. ^^; 나머지는 또 다음에 이어서 써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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