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3가 맛집] 혼밥하기 좋은 곳 <광장>+책 이야기


지인이 을지로에 출장을 왔는데, 생각을 정리할 겸 혼자 밥 먹기 좋은 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추천해 준 밥집, '광장'. 이곳은 창가에 테이블이 있어서 혼밥하기 좋은 곳이랍니다. 



지하철 역에서도 가깝고, 찾기 쉬운 곳에 위치하고 있지만 (위치 클릭☞) 밥집 광장  허름한 건물 2층에 숨어 있어서, 잘 보고 가셔야 합니다. ㅎㅎ 그냥 쓰윽 지나칠 수도 있거든요.



메뉴는 그때그때 바뀌는 것도 같은데요. 주인장이 솜씨가 있어서 전반적으로 맛납니다. 다만 양이 적고, 1인 1음료 주문은 필수라 밥값+음료값 더하면 아주 착한 가격은 아닙니다. 그래도 을지로에 일 보러 왔다가,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을 때, 가기 괜찮은 곳이에요.  



광장은 셀프인데요, 음식이 나오면 주인장이 빨간 레이저 포인트를 쏘아 신호를 보냅니다. ㅎㅎ 처음엔 그게 좀 웃겼는데요. 뭐랄까. 시크하고 약간 무뚝뚝한 주인장의 소박한 1인 가게의 매력인 것도 같아요.



음료 주문은 필수라, 레몬 탄산수를 시키고, 치킨 남방을 시켰습니다. 사진을 보니까, 이때는 L과 함께 광장을 간 날이네요. L은 돈지루를 주문했는데요.



돈지루의 매력은 진하게 끓인 소고기 무우국의 따뜻한 국물에 있습니다. 뭔가 연한 된장국 맛이 나면서도 어릴 때 할머니가 끓여준 담백한 맛이 난달까요. 치킨 남방은 이 집 인기 메뉴입니다. 고소한 치킨 위에 끼얹어진 타르타르 소스가 달달하게 입맛을 끌어당기죠. 



문득 책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L의 모습을 보니까 웃음이 납니다. ㅎㅎ 쿠마켄고의 '자연스러운 건축'이라는 책은 건축과 관련 없는 사람이 읽어도 좋을 멋진 책입니다. 언제 기회가 되면 소개할게요. 제가 너무 애정하는 책이죠.


L은 소싯적에 저에게 융을 소개한 친구인데요. 그녀가 선물해 준 로버트 존슨의 《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는 제게 많은 영향을 주었죠.



바로 이 책인데요, 융 입문서 정도로 생각하시면 된답니다. 두꺼운 융 책이 좀 부담스럽다면 이 책을 읽으면 융에 대한 감이 잡히실 거예요. 109페이지가 접혀 있어서 다시 보니까, 여전히 매혹적인 대목들이 흘러넘치네요. 


"누군가를 가장 단시간에 파괴하는 방법은 서로 모순된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서로 대립되는 관점을 가지고 살아가면서, 간의 직접적인 대응을 피한다. 일하러 가야하는데, 가기가 싫다. 이웃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이웃과 지내야 한다. 우리는 지속적으로 이런 모순 속에서 산다.  그러나 우리가 대극적인 요소를 받아들여 사이에서 일어나는 충돌을 의식으로 '온전하게 견뎌낼 있을 때', 역설을 수용할 있다."


"모순은 항상 대립하지만, 역설은 신성하다. 상호모순에서 역설로 성장하는 것은 의식의 도약을 뜻한다.  가치와 그것에 반하는 다른 가치가 신경증적 싸움을 하는 대신, 가치를 허용해서 역설이라는 숭고한 상태에 도달하는 이다."


"이기는 것은 좋다.  그렇지만 지는 것도 괜찮다.  가진 것도 좋지만, 나누어주는 것도 좋다. 자유는 좋은 것이지만,  권위를 받아들이는 또한 괜찮다.  우리 삶에 등장하는 요소들을 역설적인 방식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면일련의 온전하고 새로운 가능성들이 펼쳐진다.  -Carl Gustav Jung"


이 대목을 다시 보니까, 새롭게 읽히네요. 모순된 생각이나 감정이 올라오더라도 충분히 '허용해 주기'  이렇게 내 마음의 균열을 온전히 들어주고 껴안아 줄 때, 비로소 하나를 택하게 되더라도 그것을 책임질 수 있는 힘이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울적할 때마다 '안전지대' 속 유머러스한 영상들을 보는데요, 


안전지대에 대한 이야기는 예전에 했었죠?  (클릭☞) 안전지대  


안전지대를 만들 때, 이미지로 형성하면 더 생생하게 도움이 됩니다. 


1. 눈을 감고 행복했던 한 장면을 떠올려 보세요.




2. 그때의 바람, 온기, 촉감까지 생생하게 떠올려 보세요.


3. 그때의 장면을 찰칵, 사진 찍듯이 마음속에 간직하는 겁니다. 


4. 그 장면에 이름을 붙여보세요. 예를 들어 "함께 거닐었던 바닷가" 이렇게요.


5. 스트레스 받는 상황이 올라올 땐, 그 이름(함께 거닐었던 바닷가)을 닻 삼아, 그때의 행복했던 장면 속으로 들어가 보는 겁니다. 아주 생생하게요.


6. 그때 느껴지는 기분 좋은 '정서'가 살면서 힘들 때 마음을 받혀 줄 '쿠션' 역할을 하거든요.


정서가 생각의 빛깔을 바꾸는 이야기는 저번에 했었죠?  (클릭☞)  정서가 생각을 만든다 


우울할 땐 우울했던 기억만 자석처럼 끌려옵니다. '정서'가 낚싯대 역할을 하거든요. 이럴 때, 안전지대 속 기분 좋은 장면 속으로 잠깐 다녀오면, 설사 상황은 달라지지 않더라도 정서가 변하면서 (흑백사진처럼 느껴졌던 상황에 연한 컬러감이 생기면서) 생각의 결도 달라지거든요. 


암튼 광장에서 밥을 먹고, 근처에 맛난 커피집이 있는데.... 그집 이야기를 이어서 하려고 했더니 밤이 늦었네요.


비합리적 신념은 이어서 바로 올릴까 하다가...  저도 이웃 블로거님처럼 예약 발행해 볼게요 :}


한 주 멋지게 시작하세요! 마음 속 안전지대와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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