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추천] 공범자들 (Criminal Conspiracy, 2017)에서 엿보이는 방어기제들


저는 영화를 좋아하면서도, 영화관에 가면 잘 조는 편인데요. 분석을 받으면서 제가 영화관에서 조는 게 폐쇄공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일종의 방어기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제가 안 졸 때는 딱 세 가지 경우인데요. 정말 재미있거나, 아주 무섭거나, 개인적인 코드와 맞아떨어지는 영화를 볼 때입니다.


영화 <공범자들>은 재미있으면서도 슬프고 아프면서도 코믹합니다. 이 여러 모순적인 감정을 양푼에 비벼서, 숟가락을 툭 꽂고는 “먹어 봐.”하고 진솔하게 내미는데요. 요란하게 치장한 부분도 없고, 복잡한 스토리라인도 없지만 투박함과 솔직함, 진정성 어린 대사와 이야기들이 펼쳐져서 조금도 딴 생각을 할 겨를 없이 마음을 훅 비집고 들어옵니다. 


제가 상담심리를 공부하다 보니, 아무래도 심리학적인 부분을 많이 보게 되는데요. <공범자들>은 방어기제의 영화 교본으로 써도 될 만큼 여러 방어기제를 쓰는 인물들이 많더라고요. 


방어기제란,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무의식적으로 쓰는 심리적 저항인데, 우리는 누구나 방어기제를 씁니다. 하지만 바지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벨트(방어기제)를 매는 것까지는 좋은데, 그 벨트가 너무 과하게 몸을 조이면 병리적인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죠. 


<공범자들>에서는 특히 과하게 ‘합리화(Rationalization)’의 방어기제를 쓰는 인물들이 유독 많았는데요. 합리화란 모든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논리적으로 포장한 뒤 내보이는 방어기제입니다. 사실 실제 원인은 본인의 의식에서 용납할 수 없는 내용이죠. 그래서 그걸 덮기 위해서 나름 합리적으로 말을 꾸미는데, 누군가 실제의 진짜 동기(의식에서 용납할 수 없는 부분)을 지적하면 엄청나게 화를 냅니다.


특히 본인이 지시를 다 해 놓고 일이 터지자 “그건 나도 몰라. 그걸 한 당사자한테 물어 봐.”라는 대목이 돋보였는데요. 합리화는 상태가 심각해지면 분열로 이어집니다. 사람을 죽여도 “내가 죽인 게 아니라, 여차저차해서 내 오른팔이 죽였어.”라고 내적 분열을 보이는 단계까지 가기도 합니다. 그래야 본인이 살 것 같아서 스스로를 조각내는 거죠. 


투사(Projection)를 쓰는 인물도 많았습니다. 본인이 망쳐 놓고는 “제발 방송의 미래를 망치지 마세요!”라며 손사래 치는 인물을 보면서 자기 힘으로 직시하거나 견딜 수 없는 본인의 결함, 느낌, 충동 등의 원인을 다른 사람들에게 돌리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지성화(Intellectualization)를 쓰는 경우도 있었는데요. 지성화란 근심과 충격을 초래할 수 있는 요소들을 지성적으로 최소화함으로써 주변 환경을 철저히 통제하고 억압하죠. 예를 들어서 “우리 아들이 총에 맞아 죽었어요.”라고 오열하는 사람에게 “당신 아들은 총격에 의하여 희생되었습니다.”라고 지성화하여 상황을 일단락 짓는 것입니다. 


구획화(compartmentalization)를 방어기제로 쓰는 분들도 여럿 보이더라고요. 제자들에게는 언론의 진정성에 대해 가르치면서 현실에서는 권력에 붙어서 그와 반대되는 형태를 보이는데, 이런 경우 구획화의 전형적인 예죠. 어떤 구획(범주)에 대해서는 모순적인 행동을 보이는 겁니다.


예를 들어서 구획화란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이웃을 사랑하라.”는 예수의 말씀을 외치면서도, 흑인들을 상대로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없이 무자비한 폭력을 가하는 모순된 행동에서 잘 드러납니다. 


영화를 보면서 어이가 없어서 관객들과 마구 웃었던 장면은 “mbc는 민영화가 되어야 합니다.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합니다.”라며 말하던 인물의 코멘트였습니다. 말하는 본인이 권력의 파수꾼 역할을 해 놓고, 그렇게 말하는 방어기제는 어디에 해당될까요?


반동형성 (Reaction-formation)에 해당되겠네요. 무의식의 밑바닥에 흐르는 본인의 행동이나 생각이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그와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표현하는 경우죠. 


예를 들어 누군가를 두려워할 경우 사람들은 거꾸로 그 사람과 친해지려고 한다든지, 사회적 관습을 멸시할수록 그 관습을 누구보다 더 철저하게 지키기도 하죠. 예전에 후배를 괴롭히던 선배가 있었는데 “서울대도 못 나온 주제에...”란 말을 많이 했답니다. 그런데 사실 본인도 서울대를 못 나왔거든요. 


이런 거 저런 거 다 떠나서, 과하게 방어기제를 쓰고 있는 <공범자들> 속의 인물들은 누구보다 ‘자기 자신에게 잘못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당장은 본인에게 이로울 것 같아서 그런 행동을 하지만, 누구보다 상처입는 것은 본인 무의식이거든요. 스스로도 솔직히 찔리는 부분들에 대해 인정 못해서 자기 무의식으로 자꾸 밀어넣게 되고, 결국 무의식적 쓰레기로 남아 곪다가 언젠가는 강박이나 불안, 히스테리로 터지게 되겠죠.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말했듯이 인간의 의식에는 치유 능력이 있기 때문에 과하게 방어기제를 쓸수록 본인이 뭐가 문제인지 의식해야 한다고 봅니다. 


아무튼 지금도 정당한 언론을 위해 애쓰고 있는 분들을 위해서, 응원드리고 싶습니다. <공범자들>은 그 분들이 세상을 향해 외치는 담보 없는 절규이자, 세상에 대한 사랑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온 가족이 영화관에 가서 보아도 후회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됩니다. 무엇보다 조금도 지루할 틈이 없을 만큼 스펙타클해서 100분이란 시간이 후딱 흘러간답니다. 




저작물에 대한 링크는 허용하나무단 복사  도용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by persket.com All rights reserved

신고

Designed by CMSFactor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