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게스트 하우스] 조용하고 널따란 모스크(MOSC)



지난 번에 외국인 친구가 서울에 놀러오는데, 어디를 가이드해 줘야 하나, 친구가 고심하길래 나름 정리해 봤는데요. (클릭☞)[서울 가이드] 외국인 친구와 함께 가기 좋은 곳제가 친구에게 추천한 숙소는 이태원의 모스크(MOSC)랍니다.


게스트 하우스치고는 깨끗하고, 각 방마다 개별실로 분리되어 있거든요. 가격도 나쁘지 않습니다.(저는 친구들이랑 4인실에 묵었는데 6만원대 가격으로 기억해요). 잠깐 잠만 자는데, 서울 시내 비싼 호텔에 묵는 것보다는 이렇게 깔끔한 게스트하우스에 묵는 게 낫죠.


이곳을 알게 된 건 에어비엔비를 통해서였는데요. 요즘 에어비엔비가 여러모로 말이 많죠. 그래도 잘만 활용하면 괜찮은 게스트 하우스를 찾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이번에 지산 벨리록도 숙소를 구하느라 애를 좀 먹었는데, 다행히 에어비엔비로 한 곳을 잡았네요 



오랜만에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랑 만나서 칵테일도 한잔하고, 남산 야경도 보면서 실컷 수다를 떨다가 모스크로 갔는데요. 늦은 시간에 갔더니 정문이 닫혀 있어서 후문으로 들어갔는데, 입구에 있는 석상의 이빨이 귀엽게 느껴지더라고요



현관에 들어서면 안쪽 선반에 비치된 실내화로 갈아신고 들어오면 되는데요.




1인당 거의 2만원 대로 묵는 숙소라, 찜질방보다는 낫겠지? 라는 마음으로 별 기대 없이 갔는데 침대 사이즈도 넉넉하고 침구도 쾌적하게 잘 정리되어 있더라고요.



수건도 보송보송하게 명수에 맞춰 준비되어 있고, 드라이기, 샴푸, 린스 샤워젤... 빠짐없이 구비되어 있더라고요. 욕실도 널찍하고 깨끗했고요.



아침에 일찍 눈이 뜨여서 2층으로 올라갔는데요. 복도에 외국인들을 위한 안내 책자가 나란히 비치되어 있었습니다.  





군데군데 진열된 소품들 하나하나에서 뭔가 주인이 애정을 갖고 운영하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주방에 올라갔는데 금발 머리의 외국인 여성이 시리얼에 우유를 붓고 있더라고요. 눈이 마주치자 굿모닝! 하고 웃는데, 미소가 예뻐서 기억이 나네요. ㅎㅎ



2 거실에 잠깐 앉아서 커피를 마셨는데요. 문득 옛날 생각이 나더라고요. 2007년도에 경주에 취재를 간 적이 있었는데요. 조찬에 하는 행사라, 전날 미리 내려가서 호텔에 묵었죠


경주에 아는 사람도 없고 해서 혼자 여기저기 구경하다가 룸으로 올라가는데, 뭔가 뒤에서 빤히 보는 느낌이 들어서 돌아보면 아무도 없고...  좀 께름칙했지만 방으로 돌아와서 문을 잠그고 누웠는데... 새벽 3시쯤 되었나? 갑자기 현관 손잡이가 덜컥덜컥하는 겁니다.


프런트에 전화를 하려고 수화기를 들었는데 뚜뚜뚜 신호는 가는데 안 받더라고요. 계속 손잡이는 덜컥거리고요. 결국 112에 신고 전화를 했는데요. 한참을 덜컥거리더라고요. 나중에 경찰이 오고 나서 호텔측에서 cctv를 돌렸는데, 모자를 쓰고 마스크를 쓴 남자가 찍혔는데 -_-;


이날 한숨도 못 잤는데요. 이날 이후로 저한테는 숙박업소란?= 손잡이가 덜컥덜컥거리는 곳=공포, 라는 인지 구조로 무의식에 남은 거죠. 이렇게 "숙박업소=공포"로 뇌에 연합이 일어나면 숙소에서 묵는 여행이 즐겁지 않죠. 보통 인지치료에서는 이런 뇌의 연합을 완화시키는 방법으로 '중간 괄호'를 쓰는데요.


예를 들어서 음식, 하고 떠올리면 비만이 떠올라서 구토가 나는 내담자가 있을 때 (음식+비만=구토)

음식과 비만 사이에 괄호를 넣어주는 겁니다. 

음식+(     )+비만


이 괄호 속에 비만의 이미지를 상쇄시킬 만한 걸 넣어보는 거죠. 예를 들면 음식+(운동)+비만. 이렇게 중간에 운동을 넣어주면 음식->비만으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가 완화되죠.


그래서 저는 숙박업소+(       )+문 덜컥덜컥=공포, 사이에 이러한 것들을 넣어 보는 겁니다. 


숙박업소+(문 꼭 잠그기, 112 신고하기, 항상 그런 미친놈이 있는 건 아니다, 친구들과의 행복한 수다, 시원한 맥주 한잔, 즐거운 여행)+문 덜컥덜컥=안전함 


암튼 무언가 이미 뿌리 박힌 고정관념을 완화시키려면 그것에 대해 더 행복한 경험을 하고, 다른 각도로 바라볼 수 있는 빈 괄호 속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무의식의 연합은 이렇게 끈끈해서 뜬금없이 경주 호텔 이야기까지 나왔지만,  아무튼 외국인 친구가 놀러왔다든지, 혹은 친구들끼리 편하게 눈 붙이고 갈 만한 곳으로 게스트 하우스 모스크(MOSC)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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