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 왜 자꾸 생각이 나지? 2


어제 한 친구가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지난 번에 (클릭☞)네가 쓴 글 있잖아. 과거에 우울한 기억이 자꾸 떠오르는 건, 지금 내 마음이 우울해서 그런 거라고. 그래, 네 글 보니까 왜 그런지 이유는 알겠는데, 그래도 자꾸 우울한 일이 떠오르면 어떻게 하니?” 


사실 우리가 지금 느껴지는 감정을 의지로 통제하기는 어렵죠. “우울해하지 말자! 레드 썬!” 한다고 해서 우울한 마음이 짠, 하고 가시는 건 아니니까요. 이미 활성화 된 생각이나 감정을 통제하려고 들수록 오히려 그 생각이나 감정에 빠져들 수 있습니다.(Engle, Conway, Tuholsky, &  Shisler, 2006). 


심리학자 Daniel Wegner가 A그룹 참여자들에게는 5분 동안 흰곰에 대해 생각하지 말라고 하고, B그룹 참여자들에게는 흰곰에 대해 자유롭게 생각하라고 했는데요. 억제당한 A그룹 참여자들이 B그룹 참여자들보다 더 많이 흰곰에 대해 떠올렸습니다.


이처럼 “X에 대해 생각하지 말자.”라고 할수록 X가 더 떠오르는 게 참 아이러니하죠? 그래서 저는 (클릭☞)ACT에  관심이 많은데요. X가 떠오르면 X를 지우려고 애쓰기보다는, 아, X구나... 하고 알아차리면서 할 일을 하는 거죠.


요즘 과에 좋아하는 친구가 생겼는데, 공부할 때마다 걔가 자꾸 생각나서 집중이 떨어진다는 사촌동생에게 “순이(가명)가 떠오르면 순이 생각을 하지 말자, 라고 억압하지 말고. ‘순이가 왔네. 안녕!’ 하고 순이를 배경화면처럼 느끼면서 수학 문제를 풀어. 그렇게 좀 풀다 보면 순이는 서서히 사라지겠지. 그런데 수학 문제를 풀다가 막히면 또 순이가 떠오를지도 몰라. 그럼 안녕! 또 왔네. 하고 인사한 뒤 다시 수학 문제로 돌아가 푸는 거지.”라고 조언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입니다. 


저도 잡념이 많은 편인데요. 지금 내가 해야 할 일과, 그냥 마구 떠오르는 잡념 사이에서 길을 헤맬 때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정서적으로 우울하거나 화가 나면 일이 손에 안 잡히죠. 이럴 땐 메인 화면에는 지금 내가 할 일을 하고, 배경지로는 지금 느껴지는 감정과 생각들을 흐르는 물처럼 흘립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배경지가 흐려지고 메인 화면만 남게 되거든요. 그러다가 또 산만해지면 배경지가 (클릭☞)미해결과제처럼 떠오르죠. 그럴 땐 억압하기보다는 ‘너 또 왔구나.’하고 인사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배경과 메인을 알아차리려면 (클릭☞)메타 인지(Bird’s eye view)가 필요한데요. 몸도 마음도 피곤할 때는 메타 인지 작동이 잘 안 되죠. 


그럴 땐 주의전환도 도움이 됩니다. 일단 피로한 상태에서는 뭘 해도 막히니까요. 저는 내담자를 만나고 오면 무조건 한숨 잡니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일종의 에너지 교류이기 때문에 한숨 자고 일어나면 더 명료하게 사례개념화(상담한 내용을 정리하는 것)할 힘을 얻거든요.


예전에 인터뷰를 하고 와서도 한숨 자 버렸어요. 선배 기자는 인터뷰 끝나자마자 녹취록 풀어서 후다닥 써 버리던데, 저는 저질체력이라 사람을 만나고 오면 일단 한숨 자야 기사가 써지더라고요. 


만약 지금 업무에 집중해야 하는데, 원치 않는 생각들이 떠오른다면 잠깐 모든 걸 손 놓고 5분이라도 멍 때리길 추천합니다. 원치 않는 생각이나 감정이 느껴져서 힘들 땐, 창 밖이라도 보면서 주의를 잠깐 돌리는 게 큰 도움이 되거든요.


한 연구에서 아동들에게 ‘생존자(Survivor)’라는 게임을 하도록 했는데요. 특정 아이들에게는 그들이 게임에서 투표에 의해 추방되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그 아이들은 또래들에게 거부당했다는 소외감과 슬픔, 분노를 느꼈습니다. 이때 다음 과제를 하기 전에 만화책 읽기, 또는 음악 듣기, 낮잠 자기 등 주의 전환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게 한 아이들일수록 기분이 나아졌고, 두 번째 과제에 집중하는 능력도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Reijntnes, Stegge, Terwogt, Kamphuis, & Telch, 2006).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집중이 안 된다면 ‘If ~then’ 쓰기를 권하는데요.


‘If ~then’ 기법이란, 예를 들어서 상사가 업무에 대해서 질책할까 봐 자꾸 두려워진다면 아래와 같이 써 보는 겁니다.


“(If)내일 출근했는데 상사가 나한테 oo이라고 하면, (then) 나는 oo라고 대응해야지.”


“(If)만약에 그렇게 했는데 잘 안 되면, (then) 나는 ~~이렇게 해 봐야지.” 하고 계획을 세워 보는 것만으로도 시끄러운 우리 뇌가 잠잠해지거든요.


이런 뇌의 기저에는 통제감과 관련이 깊은데요. 우리가 불안할 때는 우리에게 통제감이 없을 때가 많습니다. 통제감은 삶의 질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요. 통제감을 갖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행복할 뿐만 아니라 더 건강한 경향이 있다고 해요(Lachman & Firth, 2004). 그러니까 계획대로 되든, 안 되든 그렇게 짧게라도 계획을 세워보는 것만으로도 집중에 큰 도움이 되죠. 


계획과 통제감에 대해서는 다음 시간에 좀 더 써 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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