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강숙 드로잉 展


 

강숙 작가의 드로잉  합정역 초이 갤러리에 있어서 슬쩍 들렸습니다. 강숙 님은 원래 동양화를 전공했는데요, 20년 넘게 콘티작가로도 활동 중이랍니다. 콘티 작가란 영화나 드라마나에서 촬영할 장면을 미리 그림으로 이미지화하는 작업을 하지요.


<별인별색>이라는 인터뷰 칼럼을 통해 2009년, 처음 강숙 작가님을 만난 것 같은데요.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손을 덥석 잡더니, "우리 밥 먹으러 갑시다!" 하고선 무작정 저를 식당으로 이끌었던 기억이 납니다. 뭐랄까... 첫 인상이 굉장히 친근했달까요. 오래 전부터 알아온 사람 같은 끌림이 있었어요. 그래서일까요. 자주 만나진 못하지만, 종종 만날 때마다 늘 만나온 사람처럼 친숙함이 느껴집니다. =)




갤러리에 들어서자 그녀가 그린 작품들이 수십 개의 소행성처럼 반깁니다. 크로키하듯 슥슥 그려낸 그림들이 뭔가 꽉 짜여지지 않아서 오히려 숨구멍을 내는 기분이랄까요. 그녀 스스로도 이번 전시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이번 나의 3회 개인전의 작품들은 


순간들을 순식간에 그려내는 방식으로 창작되었다.


무엇인가를 보고 그리는 사생의 기법이 아니고 


뇌리를 스치는 이미지들로 그려진 그림들이다.

따라서 정교하지도 자세하지도 않지만 


온전히 내 그림이라는 생각이 들어 흡족한 기분도 든다.

나쓰메 소세끼 의 수필 집 "유리문안에서" 에서처럼 


내 그림이 바쁜 사람들 눈에 


얼마나 시시하게 비칠까 염려스럽지만 


그것이 강숙의 맛? 히히"



눈길을 끌었던 작품은 <비를 올려다 보면>이라는 그림인데요. 그림에는 "무겁게 살지 말자."라고 쓰여져 있습니다. 



<용서>라는 작품도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그녀에게서 따뜻하면서도 투명한 느낌을 받곤 했었는데요, 용서와 무거워지지 않음, 으로써 스스로를 빚어온 아우라 때문은 아닐까요?



<다각의 나>라는 작품도 재미있습니다. 오른쪽 눈동자는 한쪽으로 쏠려 있는데, 왼쪽 눈동자는 그래도 중심을 잡으려고 중앙에 버티고 있다가 점점 흐려지는 모양새가 귀엽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시집은 안 되겠어>라는 작품도 귀여운 풍자가 느껴져서 미소가 번졌습니다. 저는 강숙 언니가 멋진 싱글로 남았으면 싶지만, 한편으론 그녀 영혼을 흔들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축복해 주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기왕이면 이렇게 '내 여자에게 부는 칼바람의 방향을 파악하는 남자'를 만나기를요.. ^^



<go go go>라는 작품을 보면 전화를 받으면서, 무언가를 가리키고, 그 와중에 즐겁게 춤추는 강숙씨'들'이 느껴집니다.  참 그녀가 멀티로 바쁘게 살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도 무겁지 않고 경쾌하게 한 팀을 이루는 분위기가 발랄해 보이죠?



그녀가 섬세한 언어 감각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무심히 벽면에 흘려 놓은 <작품명>으로만 봐도 짐작이 갑니다. 맞아요. 널어놓은 것은 빨래뿐이 아니죠...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저는 널어놓은 다른 일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ㅎㅎ



제가 (클릭☞)(ACT)에서도 썼었죠? 감정이란 게 억누른다고 억눌러지는 게 아니죠. 회피하거나 억압하기보다는, 울고 싶을 땐 턱 그 감정을 안고 울어버리는 것도 좋습니다. 강숙 언니는 '오늘은 울자'라며 멋지게 말하고 있네요.



와, 이 글귀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말았네요. 어떻게 그녀는 <덥지 하고 묻는 마음으로>라는 제목을 쓸 수 있었을까요? 이정변기(移精變氣)라는 개념이 있는데요. 한의학에서 나온 말이지만 심리상담에서도 언급되는 개념인데요. 예를 들어서 요즘 여름이라서 날씨가 덥죠. 더울 때 "아우, 더워. 짜증나."라고 말하고 싶을 때, 스스로에게 "많이 덥지?" 하고 마음의 빛깔을 바꾸면 그 뜨거운 열기가 가라앉거든요. 


이정변기란, 기분을 자비로 전환해서 날카로운 것은 둥글게, 뜨거운 것은 서늘하게, 차가운 것은 따뜻하게 덥히는 치유법이랍니다. 이정변기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으시면 이 글을 보시면 도움이 되시겠네요.  (클릭☞)  고통에서 벗어나는 법, 이정변기(移精變氣)



그녀가 벽면에 가득 흘려 쓴 글들을 읽다 보면 "그림 그리는 사람이 글도 참 잘 쓰잖아! 이런 재기발랄함이라니!" 하고 쿡쿡 웃게 됩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면 좋은 기운을 얻어가는 것 같아요. 강숙 언니가 바쁜 가운데에서도 이렇게 전시회까지 여는 것을 보면 존경심마저 듭니다. 그녀는 (클릭☞) 포츈캔들이라고 심야에만 문을 여는 캔들가게 주인장이기도 하거든요.  콘티 그림 그리랴, 초 만들랴, 틈틈이 작품활동하랴.... 열정으로 똘똘 뭉친 그녀! 그러면서도 마음은 텅 빈 항아리처럼 비어 있어서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전달하죠.



홍대나 상수, 합정 근처에 발걸음하신다면 (클릭☞) 초이 갤러리에 들려보세요. 7월까지 쭉 열려 있으니, 부담없이 발걸음하시면 강숙 작가의 산들산들하면서도 시원한 기운을 받아가실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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